아름다운 까르띠에 작품, 제대로 즐기는 관람법 따로 있다 [까르띠에 디지털 도슨트⑧]

2024. 6. 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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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와 서울디자인재단이 공동 주최하는 ‘까르띠에, 시간의 결정(Cartier, Crystallization of Time)’ 이 지난 1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개막했다. 까르띠에가 특별 협력사로 참여하는 이번 전시는 6월 30일까지 두 달에 걸쳐 진행된다.

이번 ‘까르띠에 디지털 도슨트’의 마지막 8회에선 윤성원 한양대 보석학과 겸임교수가 소개하는 ‘보석 전시를 보는 특별한 관람법’을 소개한다. 윤 교수는 주얼리의 역사·트렌드·경매투자·디자인·마케팅 등을 다루는 보석 전문가로, 『세계를 매혹한 돌』『세계를 움직인 돌』『보석, 세상을 유혹하다』『나만의 주얼리 쇼핑법』『잇 주얼리』등을 쓴 저자다. 이번 회차에서는 그가 알려주는 하이 주얼리 전시의 감상 포인트를 짚어 본다.

티아라 까르띠에(2012), 플래티넘과 141.13 캐럿의 조각 세공 에메랄드 1개, 다이아몬드가 소재로, 티아라에서 에메랄드를 분리하여 브로치로 착용할 수 있다. 조각 세공된 이 에메랄드는 1925년 파리에서 열린 현대 장식 산업 미술 국제 박람회에서 까르띠에가 출품한 베레니스(Berenice) 네크리스에 처음 세팅되었다. 팬시 호 소장품. Vincent Wulveryck, © Cartier


지난 1년 동안 필자는 세 도시에서 열린 전시마다 같은 티아라를 세 번 만나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 바로 무굴 황제가 소유했던, 커다란 에메랄드가 정교한 플래티넘 세팅으로 빛나는 까르띠에의 티아라였다. 동일한 작품이었지만 이것이 주는 영감과 감흥은 매번 달랐다. 홍콩의 ‘까르띠에와 여성’전에서는 여성과 티아라의 역사적 연결고리에 초점이 맞춰 마치 100년 전 여인이 살아 숨 쉬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아부다비의 ‘까르띠에, 이슬람 영감과 모던 디자인’전에서는 무굴 양식으로 조각된 육각형 에메랄드에 집중하면서 이슬람 예술의 찬란한 결정체로 다가왔다. 그리고 지금, 서울 DDP에서 열리고 있는 ‘까르띠에, 시간의 결정’전에서는 플래티넘이라는 소재의 정교함에 이끌려 기술 혁신과 예술의 조화를 깊이 있게 통찰할 수 있었다. 그래서 세 번의 전시는 마치 서로 다른 시공간으로 떠난 여행 같았다.이처럼 전시의 컨셉트에 따라 다양한 관점에서 주얼리를 살펴본 것은 주얼리의 역사와 제작 과정,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시대정신을 깊이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하이 주얼리 전시 감상의 A to Z


하이 주얼리는 엄선한 최상의 소재를 숙련된 장인들이 예술적 감각을 발휘해 수작업으로 완성한 최고급 주얼리를 의미한다. 파인 주얼리보다 높은 수준의 장인 정신과 기술이 요구되며,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데 수백 시간이 소요되기도 한다. 여기에 럭셔리 브랜드의 헤리티지와 노하우가 더해지면 고귀함은 더욱 빛을 발한다. 하이 주얼리를 감상하는 주된 목적은 예술 작품에 버금가는 주얼리의 아름다움과 정교한 기술력을 음미하는 데 있다. 보석과 금속이 조화롭게 빚어낸 다채로운 시각적 요소는 우리의 감각을 기분 좋게 자극하고, 디자이너의 의도와 메시지를 파악하는 과정에서는 깊은 통찰력과 창의력을 덤으로 얻게 된다.

보석의 기본 용어를 알고 가자
전시장에 가기 전 주얼리와 보석의 기본 용어를 잠깐이라도 살펴보면 작품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다이아몬드·루비·사파이어·에메랄드 같은 주요 보석의 이름과 다양한 커팅 방식, 그리고 화이트 골드, 플래티넘 등 보석을 세팅하는 금속 종류를 알고 가면 작품 라벨을 읽을 때 편리하다. 브랜드와 디자이너의 역사 및 주요 스타일에 대한 지식도 감상에 큰 도움이 된다.

까르띠에 런던 1925 본래 벨트 버클로도 착용 가능했던 브로치다. 옐로우 골드, 플래티넘, 앤티크 블루 이집트 빠양스, 시트린, 오닉스, 루비, 에메랄드, 다이아몬드 소재로 까르띠에 소장품. Nils Herrmann, Collection Cartier ⓒ Cartier


주얼리를 세밀히 관찰하고 브랜드와 디자이너의 메시지를 수신하자
감상의 첫 단계는 작품을 면밀히 관찰하는 것이다. 전체적인 구성, 보석의 색상과 배열, 조형적 요소 등을 주의 깊게 살펴본다. 이어서 전시주제와 작품명, 제작 시기 등의 정보를 참고해 의미와 메시지를 생각해본다. 특히 이때는 디자이너의 상상력과 스토리텔링 능력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시장에 배치된 설명 문구, 도슨트 투어, 오디오 가이드를 활용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시대를 알면 주얼리가 더 잘 보인다
주얼리가 제작된 시대와 사회문화적 배경에 좀 더 관심을 갖고 살펴보면 감상의 수준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1914년에 까르띠에가 제작한 스틸 티아라는 산업시대와 제1차 세계대전의 맥락을 반영한다. 1912년에서 15년 사이, 까르띠에는 다양한 소재와 색채를 연구한 끝에 블랙 스틸 티아라 5점을 선보였다. 산업화와 기술 발전의 상징인 스틸은 제1차 세계대전의 발발로 플래티넘이 군수 물자로 전용된 전시 상황에서 그 존재감이 더욱 부각되었다. 이처럼 세월의 흔적을 화석처럼 간직한 앤티크 주얼리는 역사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도 큰 도움을 준다.

까르띠에 파리, 특별 주문 제작(1914). 플래티넘, 블랙 컬러로 가공한 스틸, 다이아몬드, 루비 소재로 까르띠에 소장품. Vincent Wulveryck, Collection Cartier ⓒ Cartier

소재·세공기술·장인정신에 주목하자
하이 주얼리는 예술적 디자인뿐만 아니라 소재의 희소성, 품질, 정교한 제작 기술이 중요하다. 보석의 종류, 크기, 색상, 커팅, 에나멜 작업 등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재료들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고 빛을 발산하는지 다양한 각도에서 확인한다. 오랜 시간 쌓아온 노하우와 장인정신은 모방할 수 없는 자산이므로 잠금 장식, 중간 고리, 부속품까지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좋다. 이번 까르띠에 전시에서는 고대 이집트의 소재인 파이앙스(faience, 푸른 유약을 바른 도자기의 일종)와 다이아몬드·플래티넘 같은 현대 소재가 어우러진 1920년대 작품들이 시선을 끌었다.

전시 디스플레이와 조명도 눈여겨보자
하이 주얼리 전시는 다이아몬드의 광채와 유색 보석의 아름다운 색채를 극대화하기 위해 특별한 조명과 진열 케이스를 사용한다. 전시장 내부의 조도를 낮추는 경우도 많아서 해외에서는 관람객에게 작은 손전등을 제공한 적도 있다. 관람객들이 벽을 더듬으며 이동하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하지만, 이러한 환경은 작품에 몰입하고 감정과 생각을 정리하는 데 이상적이다.

예측했던 것과 실물의 차이를 확인해 보자
몇 년 전 런던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박물관에서 빅토리아 여왕의 사파이어 티아라를 본 적이 있다. 사진으로 봤을 때는 상당히 사이즈가 클 것으로 상상했는데 실제로는 미니 사이즈여서 깜짝 놀랐다. 현재 까르띠에 전시에서 '스터머커 브로치'를 봤을 때도 유사한 경험을 했다. 120년 전 벨에포크 시대의 상류층 여성들이 가슴 한복판에 착용한 이 브로치는 사진으로 유추했던 것보다 훨씬 거대했다. 게다가 작품 설명을 듣지 않으면 목걸이나 티아라로 착각할 수도 있는 디자인이었다. 이처럼 사진과 실물은 크게 다를 수 있으므로 작품의 크기와 존재감을 실제로 확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소장 기록은 가치의 다른 이름이다
주얼리의 소장 기록은 작품의 가치에 큰 영향을 미친다. 유명 컬렉터의 소장품이나 역사를 바꾼 주얼리는 흥미진진한 시대적 서사를 품고 있기 때문에 감상의 즐거움도 배가된다. 2018년 소더비 제네바 경매에서 출품된 마리 앙투아네트의 진주 펜던트는 프랑스 대혁명의 희생자가 소장했다는 이유로 예상가의 약 서른 배가 넘는 가격에 낙찰되었다. 이번 까르띠에 전시에서는 그레이스 켈리의 결혼식 티아라와 윈저 공작부인의 플라밍고 브로치처럼 저명한 컬렉터들이 소유했던 특별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주얼리를 감상하면서 사라진 역사적 인물들의 취향과 안목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은 주얼리 전시가 선사하는 또 다른 묘미다.

까르띠에 파리, 특별 주문 제작(1940). 플래티넘, 옐로우 골드, 루비, 에메랄드, 사파이어, 시트린 1개, 다이아몬드 소재로 까르띠에 소장품. Nils Herrmann, Collection Cartier ⓒ Cartier

관심이 있다면 심화 탐구 과정으로
주얼리 역시 예술작품처럼 깊이 있게 감상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연구와 탐구가 필요하다. 주얼리의 역사 자료, 학술 논문, 서적, 전시 도록 등을 참고해 해당 주얼리가 탄생한 역사적 맥락과 의미를 파악하고, 같은 브랜드나 디자이너의 다른 작품과 비교해 일관된 주제와 스타일을 분석해보자. 어느덧 주얼리에 빠져든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주얼리 역시 여러 번 감상할수록 새로운 해석이나 느낌을 발견할 수 있다. 혹시 전시장에서 메이킹 필름을 상영한다면 꼭 관람하자. 완성된 작품을 감상하는 것과는 또 다른 볼거리와 인사이트를 제공해줄 것이다.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에서도 하이 주얼리 전시를 감상하는 것은 일상에서 즐길 수 있는 문화적 경험이 되었다. 비록 누구나 소유하긴 어렵지만, 시대와 문화, 예술의 정수를 담고 있는 귀중한 유산을 감상할 기회는 모두에게 열려 있다. 자연이 창조하고 인간이 정성껏 다듬어낸 가장 빛나고 매혹적인 하이 주얼리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글 윤성원 주얼리 스페셜리스트·한양대 보석학과 겸임교수

한국에 오는 까르띠에 궁금하다면
(https://cartier-crystallizationoftime.co.kr/kr)
6월30일까지 동대문 DDP에서 볼 수 있습니다
(https://mobileticket.interpark.com/Goods/GoodsInfo/info?GoodsCode=24006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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