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노역 설명하라"…日사도광산 세계유산 심사서 '보류'
[한국경제TV 조시형 기자]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 전문가 자문기구가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와 관련해 '보류'(refer)를 권고했다.
6일 일본 문화청에 따르면 자문기구는 세계유산으로 추천된 일부 자산의 범위를 수정하는 것과 함께 사실상 한국 정부가 요구해 온 사도광산의 강제노역 역사를 반영하도록 권고했다.
일본 정부는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으로 가치가 인정받았다면서 7월 인도에서 열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에서 등재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강제노역 역사 반영을 둘러싼 한일 간 치열한 외교전이 예상된다.
일본 문화청에 따르면 세계문화유산 등재 심사를 담당하는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는 사도광산 세계유산 심사 결과로 보류를 결정했다.
이코모스는 등재 심사 대상에 대해 서류심사와 현장실사 등을 거쳐 등재 권고, 보류, 반려, 등재 불가 등 4가지 권고안 중 하나를 결정한다.
보류는 미비한 부분에 대해 추가 자료 제출 등 설명을 요구하는 것으로 자료를 보완하면 당해 또는 다음 연도에 열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다.
이코모스는 일본 정부가 세계유산으로 추천한 사도광산 중 에도시기 이후 유산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지구(地區)는 자산 범위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일본의 설명을 요구했다.
또 추가 권고에서는 "광업 채굴이 이뤄졌던 모든 시기를 통한 추천 자산에 관한 전체 역사를 현장 레벨에서 포괄적으로 다루는 설명·전시전략을 책정해 시설과 설비 등을 갖추라"고 주문했다.
니가타현에 있는 사도광산은 에도시대에는 금광으로 유명했으나 태평양전쟁이 본격화한 후에는 구리, 철, 아연 등 전쟁 물자를 확보하는 광산으로 주로 이용됐다.
일본 정부는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면서 유산의 대상 기간을 에도시기인 16∼19세기 중반으로 한정해 조선인 강제노역을 의도적으로 배제했다고 비판받고 있다.
이에 한국 정부는 사도광산에서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이 이뤄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도록 강제노역 시기인 일제강점기를 포함해 사도광산의 전체 역사가 반영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권고 내용을 고려하면 이코모스가 이런 한국 측 주장을 받아들여 사도광산의 '전체 역사를 반영하라'는 취지로 일본에 권고한 것으로 보인다.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 여부는 오는 7월 21∼31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최종적으로 결정될 예정이다.
이코모스의 권고 내용은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21개 세계유산위원회 위원국이 세계유산 최종 등재 여부를 판단할 때 중요한 근거로 활용된다.
등재 결정은 21개 세계유산위원회 위원국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성립된다는 규정이 있지만, 만장일치로 결정하는 것이 관례다.
모리야마 마사히토 문부과학상은 이코모스 평가 결과가 나온 뒤 발표한 담화에서 "이코모스에서 사도광산에 대해 세계유산등재를 고려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인정받았다"면서 "가치를 보다 명확하게 하는 것이나 보호 조치를 보다 강화하기 위한 지적 등이 있어 보류 권고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부과학성은 권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올해 7월 인도에서 개최되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등재를 목표로 향후 신속하게 관계 부처, 니가타현, 사도시와 협력해 이코모스의 권고에 대응을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 문화청은 "지난해 이코모스에서 보류 권고를 받은 문화유산 6건은 모두 지난해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등재 결의됐다"고 전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2022년 2월 한국 정부의 반발에도 사도광산을 세계유산으로 정식 추천했으나 유네스코는 일본이 제출한 추천서에 미비점이 있다고 판단해 제출된 서류를 토대로 한 심사 작업을 진행하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이후 지난해 1월 유네스코가 지적한 미비점을 보완해 재추천했다.
조시형기자 jsh1990@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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