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절·두부 손상 부르는 낙상, ‘이 약’ 먹는 노인이라면 조심

신은진 기자 2024. 6. 7. 05: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항고혈압제, 골격근 이완제, 비뇨기계 항무스카린제, 항히스타민제 등 약물은 노인의 낙상사고 위험을 높일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의도치 않게 바닥이나 지면, 또는 더 낮은 곳으로 넘어지거나 떨어지는 낙상은 골절 등 신체 손상으로 이어지는 위험한 사고에 속한다. 낙상은 모든 나이에서 발생할 수 있지만 특히 젊은 성인보다 노인에서 많이 발생한다. 2020년 보건복지부에서 실시한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만 65세 이상 노인 중 지난 1년 동안 낙상을 경험한 비율은 7.2%에 달한다. 낙상을 경험한 5명 중 1명은 골절 또는 두부외상 등 심각한 손상을 경험하며, 낙상으로 인한 사망의 56%가 65세 이상에서 발생한다.

위험한 낙상사고가 걱정된다면, 복용하는 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낙상사고 위험을 높이는 약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학교병원 약제부 홍지승 약사가 한국병원약사회지에 발표한 '노인에서 주의해야 할 낙상 위험 약물'에 따르면, 복용 후 낙상사고를 각별히 주의해야 하는 약물은 총 11종이다. 항목별로 보면, ▲항우울제 ▲삼환계 항우울제(TCAs) ▲항정신병약 ▲항전간제 ▲벤조디아제핀계 약물과 Z-약물(비 벤조디아제핀계 수면제) ▲ 마약성 진통제(Opioids) ▲항고혈압제 ▲골격근 이완제 ▲비뇨기계 항무스카린제 ▲항히스타민제가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낙상 위험을 높이는 항우울제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인 에시탈로프람, 플루옥세틴, 파록세틴, 세르트랄린과,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제인 SNRI 계열 약물 데스벤라팍신, 둘록세틴, 벤라팍신 등이 있다. 그 외 트라조돈, 부프로피온, 부스피론, 미르타자핀 등이 있다. SSRIs 중에서는 파록세틴을 복용한 환자에서 낙상에 의한 손상 위험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파록세틴이 다른 SSRIs보다 강한 항콜린 작용을 나타내서다. 다만 2022년 발표된 국내 노인 코호트 연구 결과, 항우울제 중 SNRIs 복용군에서 낙상에 의한 손상 위험이 가장 크며, SNRIs 중에서는 둘록세틴을 복용한 환자에서 낙상에 의한 손상 위험이 가장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환계 항우울제(TCA)는 아미트립틸린, 클로미프라민, 이미프라민, 노르트립틸린이 있다. 모든 TCAs는 강한 항콜린 작용을 나타내고 진정을 유발해 낙상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 우울증에는 TCAs가 아닌 다른 항우울제를 사용하는 것이 권장될 정도다.
항정신병약 중에선 클로르프로마진, 할로페리돌, 페르페나진, 피모자이드 아리피프라졸, 클로자핀, 올란자핀, 팔리페리돈, 퀘티아핀, 리스페리돈, 지프라시돈이 낙상에 의한 손상과 관련이 있다. 클로르프로마진과 올란자핀의 경우, 복용 시 기립성 저혈압 발생이 위험이 증가해 실신 이력이 있는 노인은 사용을 피하는 게 권장된다.

항전간제는 중추신경계 부작용으로 진정, 어지럼증, 운동실조를 유발해 낙상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 대표적인 낙상 관련 항전간제로는 카르바마제핀, 클로바잠, 디발프로엑스 나트륨, 에슬리카르바제핀, 에토숙시미드, 포스페니토인, 가바펜틴, 라코사미드, 라모트리진, 레베티라세탐, 옥스카르바제핀, 페람파넬, 페노바르비탈, 페니토인, 프레가발린, 프리미돈, 루피나미드, 토피라메이트, 발프로에이트, 비가바트린, 조니사미드 등이 있다. 이 중 카르바마제핀은 진정과 저나트륨혈증을, 디발프로엑스 나트륨은 진정, 파킨슨증후군, 난청 위험도 높인다고 알려졌다.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하는 ▲벤조디아제핀계 약물로는 알프라졸람, 클로라제페이트, 클로르디아제폭시드, 클로나제팜, 디아제팜, 에티졸람, 플루라제팜, 로라제팜, 트리아졸람 등이 있다. ▲일명 'Z 약물'이라 불리는 비벤조디아제핀 수면제로는 에스조피클론, 잘레플론, 졸피뎀 등이 있다. 모든 벤조디아제핀계 약물과 비벤조디아제핀 수면제는 강한 항콜린 작용을 한다. 이로 인해 진정, 혼동, 어지럼증, 보행 능력과 균형 감각 이상을 유발해 낙상 위험이 상승한다.

마약성 진통제인 오피오이드도 낙상 위험을 높이는 대표적인 약물이다. 부프레노르핀, 코데인, 펜타닐, 하이드로코돈, 하이드로모르폰, 모르핀, 옥시코돈, 타펜타돌 등 마약성 진통제는 진정, 어지럼증, 인지장애를 유발해 낙상과 골절위험을 높인다.

항고혈압제는 일반적인 이상반응이 보행 능력과 균형 감각 이상, 어지럼증, 기립성 저혈압이다. 그 때문에 미국 등에서는 고혈압에 사용되는 모든 약제를 낙상 위험 약물로 분류하기도 한다. 노인이 항고혈압제를 복용하기 시작한 후 첫 45일 동안 낙상 위험이 69%, 고관절 골절 위험이 43% 증가하고, 특히 첫 14일 동안은 낙상 위험이 94%로 크게 증가했다는 해외연구 결과도 있다. 항고혈압제 중에서도 비선택적 α-1 차단제(독사조신, 프라조신, 테라조신)는 기립성 저혈압 위험을, 중추작용약물(클로니딘)은 중추신경계 부작용, 서맥, 기립성 저혈압 위험을 높인다는 보고가 있다.

근골격계 질환 치료를 위해 사용되는 골격근 이완제는 항콜린 부작용, 진정을 유발하고 골절 위험을 높인다. 대표적인 골격근 이완제 성분으로는 클로펜, 클로르족사존, 사이클로벤자프린, 단트롤렌, 메토카바몰, 오르페나드린, 티자니딘 등이 있다.

비뇨기계 항무스카린제로는 페소테로딘, 플라복세이트, 옥시부티닌, 솔리페나신, 톨테로딘, 트로스피움 등이 사용된다. 이 중 뇌혈관 장벽(blood-brain barrier, BBB)을 가장 많이 통과해 중추신경계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는 약물은 옥시부티닌이고, 그 다음이 톨테로딘과 솔리페나신이다. 뇌혈관 장벽을 가장 적게 통과하는 건 페소테로딘과 트로스피움이다.

위장 진경제인 벨라돈나 알칼로이드, 클리디늄-클로르디아제폭시드, 디사이클로민, 스코폴라민 등은 항콜린 작용이 강해 낙상이나 골절, 낙상으로 인한 입원 위험을 높인다. 위장관계 진경제는 국내에서 전문의약품뿐만 아니라 일반의약품으로도 시판되고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항히스타민제도 노인의 낙상과 골절로 인한 응급실 방문 및 입원을 증가시키는 대표적인 약물이다. 항히스타민제는 크게 1, 2세대로 나누는데, 낙상 위험이 더 큰 건 1세대 항히스타민제다. 1세대 항히스타민은 뇌혈관 장벽 통과율이 높아 진정, 인지장애 등 중추신경계 부작용이 2세대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나타난다. 1세대 항히스타민제 성분으로는 클로르페니라민, 디멘히드리네이트, 독실아민, 히드록시진 등이 있다.

홍지승 약사는 “낙상 위험 약물의 대부분은 항콜린 작용을 통해 낙상이나 골절 위험을 증가시킨다”며 “이는 노화로 인해 약제의 약동학적·약력학적 변화가 발생해 노인에서 항콜린 부작용에 더욱 취약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홍 약사는 “특히 항콜린 작용에 의한 중추신경계 부작용은 낙상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며 “노인 환자에서 항콜린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중추신경계 작용 약물을 사용하는 경우, 최대한 약제의 수를 줄이고 낙상 위험을 감소시키기 위한 추가적인 방법을 수행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Copyright © 헬스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