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오토바이 불법주차, 운전자 없어도 과태료" 법 개정 검토

이찬규 2024. 6. 7.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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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 주정차 금지 구역. 불법 주정차 범칙금 5만원 이상 부과″라는 안내에도 불구하고 오토바이 16대가 6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인도를 점령했다. 이찬규 기자

정부가 오토바이 등 이륜차가 불법 주정차 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늘어나는 불법 주정차와 현장 단속의 어려움 때문이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 각 지방자치단체에 도로교통법 시행령 개정을 위한 사전 협조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이륜차 주정차 위반에 따른 과태료 부과를 위해 이륜차 주차시설 등을 갖춰달라고 한 것이다. 현재는 운전자를 적발한 경우 범칙금 부과만 가능하다.

경찰이 법 개정 검토에 착수한 이유는 이륜차 불법 주정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경찰청 스마트 국민제보에 접수된 이륜차 주정차 위반 신고 건수는 2018년 2397건에서 2022년 7만3294건으로 5년 사이 30.6배 급증했다. 이륜자동차 불법 주정차 문제는 보행로 통행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안전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당국이 오토바이 등 이륜차가 불법 주정차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불법 주정차에 따른 안전문제 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6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인근 골목 주변엔 불법 주정차된 오토바이는 행인과 차량의 통행을 방해했다. 이찬규 기자

6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교·서교·망원동의 골목 주변엔 불법 주정차된 오토바이는 행인과 차량의 통행을 방해했다. 주정차 금지 팻말 앞에 불법 주정차된 오토바이도 있었다. 이모(35)씨는 “불법 주정차 오토바이가 차량과 행인이 뒤엉키는 골목을 더 좁게 만든다”며 “불법 주정차 오토바이와 지나가는 차량 사이를 아슬아슬 지나갔다”고 전했다. 윤모(29)씨는 “밤에는 인도 위에 불법 주정차된 오토바이 많아 넘어질 뻔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불법 주정차 운전자를 현장에서 적발했을 경우에 범칙금을 부과할 수 있다. 주인 없이 길가에 방치된 이륜차에 대해선 교통법규위반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다. 하지만 “10명 중 1명 정도만 경찰서를 찾아 범칙금을 낼 뿐이다. 오지 않아도 강제할 수 없다”이라는 게 현장 경찰들의 설명이다. 이와 달리, 과태료는 현장에 운전자가 없더라도 불법 주정차된 이륜차 소유주에게 부과할 수 있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건물 앞에 주정차 금지 표지판이 있지만, 한 오토바이가 불법 주정차됐다. 이찬규 기자

과태료 부과에 앞서 이륜차 주차 환경 개선이 먼저라는 주장도 나온다. 주차장법상 자동차인 이륜차는 공영‧사설 주차장 모두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서대문구 등 서울 자치구 10곳이 운영하는 공영주차장에선 이륜차 주차가 불가하다. 사설 주차장은 더욱 주차하기 어럽다고 한다.

이는 주차장 무인 관제 시스템으로 인해 이륜차 주차가 불가한 탓이 크다. 무인관제 시스템은 카메라를 통해 차량 앞번호판를 인식해 출·퇴입을 파악하는데, 오토바이는 앞번호판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주차장은 수동 출·퇴입을 허용하거나 뒷번호판 촬영이 가능하도록 카메라 위치를 조정했다.

6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가게 앞 차도 위에 오토바이 6대가 줄 지어 불법 주차되어 있어 차량의 통행을 방해했다. 이찬규 기자

주차공간 부족, 이륜차 요금 규정 미비, 주차장 근무자의 규정 미숙지도 이륜차 주차 거부로 이어진다. 6일 방문한 서울 마포 합정·동교·서교·망원동의 사설 주차장 17곳 중 10곳에서 “승용차 만으로도 주차장이 꽉 차찬다” “오토바이가 들어갈 공간이 없다”고 말했다. 신모(41)씨는 “법이 바뀐 지 10년이 넘었지만 주차장 관계자들은 ‘절대 안 된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륜차 불법 주정차 과태료 부과 개정안은 확정된 것이 아니다”며 “이륜차 주차 인프라 개선이 우선 과제라 지자체에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찬규 기자 lee.chank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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