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방사청장 "KF-21 중대기술 유출 땐 인니 협력 재검토"

이유정, 이근평 2024. 6. 7.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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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전투기 KF-21 사업의 공동개발국인 인도네시아 기술진이 기밀 유출 수사를 받는 가운데 석종건(57·예비역 소장) 방위사업청장이 “중대 기술 유출이 확인되면 공동개발 협력 여부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석종건 방위사업청장이 지난달 14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그는 지난달 14일 과천 정부 청사에서 이뤄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인도네시아 측에 허여한 기술은 초보적 수준이며, 실제 기술이 이전되는 건 2026년 개발이 완료된 이후 시점”이라며 이처럼 말했다. 기술 이전의 결정권은 우리가 쥐고 있다는 취지인데, 상황에 따라선 인도네시아를 배제한 단독개발 가능성도 열어 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석 청장은 지난달 29일로 취임 100일을 맞았다. 그의 취임 직전 인도네시아 기술진의 기술 유출 사건이 터졌고, 인도네시아 측은 약속한 1조 6000억원의 분담금을 모두 낼 수 없다고 통보했다. 이에 방사청은 인도네시아의 분담금을 6000억원으로 조정하는 대신 기술 이전 범위도 축소하기로 했다.

취임 후 처음 언론 인터뷰에 응한 석 청장은 “어떤 기술을 이전할지는 향후 인도네시아의 분담금 납부가 얼마나 잘 이뤄지는 보면서 협의할 것”이라고도 했다. 사실상 ‘선(先) 입금·후(後) 기술 이전’의 방식으로도 해석된다. 다음은 일문일답.

Q : 결국 ‘덜 받고 덜 주는’ 해법이다. 우리 측 재정 부담이 커졌는데.

A : “돈을 빌려가서 떼인 것처럼 생각될 수 있지만, 실은 그게 아니다. 예를 들면 두 사람이 10만원씩 내기로 하고 여행을 갔는데, 한 사람이 ‘돈이 모자라 5만원만 내는 대신 호텔 침대가 아닌 바닥에서 자겠다’고 한 셈이다. 이 경우 내가 돈을 더 내더라도 손해라고 볼 수 있느냐의 문제다. 인도네시아와 공동 개발을 하면서 우리는 분담금에 대한 대가로 기술 이전, 시제기 제공 등을 약속했으나, 인도네시아의 경제 사정이 너무 어려워 (1조6000억원 가운데) 6000억원만 내고 다른 걸 덜 받겠다는 의미다. 우리에겐 예정된 시간표인 2026년 체계 개발을 제대로 완료하는 게 더 중요하다.“

Q : 비용 절감을 혜택을 인도네시아에 주는 만큼 개발 업체(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부담을 전가한다는 지적이 있다.

A : “단기적으로 손해라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에서 인도네시아의 위상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IFX(KF-21의 인도네시아명)의 48대 양산 계획을 전제로 공동 개발에 참여한 것이다. IFX를 계속 수출하는 시장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향후 여타 방산 수출 등 전략적인 측면을 고려하면, 우리에게 큰 이익이 될 수 있다.”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의 '마지막' 단좌(1인승) 시제기인 '5호기'가 지난해 5월 16일 최초 비행에 성공했다. 작년 7월19일 시제 1호기의 첫 비행 성공 이후 약 10개월 만이다. 방위사업청

Q : 시제기 인도를 안 할 수도 있나.

A : “기술 이전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시제기는 그 나라 국민들에게도 눈에 보이는 이전 항목이다. 이 때문에 인도네시아 입장에서 의미가 크다. 이건 향후 분담금 납부 과정에서도 (우리에게 유리한)일종의 지렛대가 될 수 있다고 본다.”

Q : 인도네시아는 깎아준 분담금 6000억원 중에서도 아직 2000억원을 내지 않았다. ‘뒷통수를 또 맞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A : “또 맞아서는 안 되고, 맞지 않도록 할 것이다. 상대방의 대응을 보면서 우리 대응 수준을 결정하면 된다. 인도네시아의 대응에 맞춰 추진하는 방향으로 될 것이다.”

Q : 인도네시아 기술진이 KF-21의 3차원 설계 모델링 프로그램인 ‘카티아’를 유출했는지 여부도 수사 중이다. 이미 핵심 기술이 넘어갔다면 기술 이전을 줄이는 게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A : “중대한 기술 유출이 이뤄졌다는 수사 결과가 나온다면 공동개발 협력 여부를 재검토해야 하지 않겠나. 어떤 기술을 이전할지는 계속 조율해 나가겠지만, 협의를 거쳐 실제 기술이 이전되는 건 2026년 개발이 완료된 이후 시점이다. 현재까지 이전한 기술은 극히 일부고, 단순 초보적인 수준이다.”
석 청장은 지난 4월 8일 미 플로리다 케이프 커내버럴 스페이스센터의 군 정찰위성 2호기 발사 현장에 있었다. 한국의 독자 기술로 중대형 위성 5기를 띄우는 '425 사업'이 순항하고 있다고 석 청장은 설명했다.

Q : ‘북한을 감시하는 우리 눈’이 생겼는데.

A : "우주를 기반으로 전력을 다져 놓지 않으면 미래 전장에서 승리할 수 없다. 2호기 위성을 쏘는 현장에 가 보니 가슴이 뭉클하더라. 위성은 한국형 3축 체계의 핵심이며, 이건 첫 발에 불과하다. 425 사업(중대형 위성 확보 사업)은 5기이지만, 후속 사업은 5기보다 많이 쏠 예정이다. 좀 더 크기가 작은 초소형 위성체계는 2020년대 중후반부터 2030년대 초반까지 30기 이상 올릴 것이다. 궁극적으로 30분 이내 간격으로, 북한 지역을 거의 실시간으로 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시설, 운용 장비를 볼 수 있다. 이동식 발사차량(TEL)인지, 승용차인지도 식별이 가능한 수준이 될 것이다.”

Q : 북한도 군사 정찰위성을 최대 4기까지 확보하려 하고 있다.

한국군 군사 정찰위성 2호기가 지난 4월 8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스페이스센터 발사장에서 발사되고 있다. 국방부


A : “가장 중요한 건 얼마나 정밀하게 볼 수 있는지, 즉 해상도가 관건이다. 북한의 군사 정찰 위성은 공개된 사진을 봤을 때 검색 엔진의 (상업) 위성 사진 수준으로 보인다.”

Q : 올해 방산 수출 200억 달러 목표를 세웠는데

A : “최초의 국산 헬기 수출 등 올해 연말과 내년 초까지 걸려 있는 사업들이 일부 있다. 미국과는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이 걸려 있다. 한국의 조선 기술은 세계 최고다. 미 해군성 장관이 방한했을 때도 전달했지만, 한국은 기술 뿐 아니라 상대가 원하는 시기에 맞춰줄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석종건 방위사업청장이 지난달 14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Q : 경항모, 합동화력함 등 지난 정부에서 합참의 소요 결정이 된 사업들은 어떻게 되고 있나.

A : "대규모의 재원투자가 필요한 전력 중 분명히 긴요하고 대체 불가한 것들이 있고, 다다익선인 전력도 있다. 그러나 예산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의사결정 과정이 복잡하고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 언급된 사업들은 현 안보 상황에서 전력의 기여도를 고려해 종합적인 관점에서 짚어볼 필요성이 있다.”

이근평·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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