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 함께하는 설교] 공명의 기적
오늘 말씀은 오병이어의 기적으로 잘 알려진 구절입니다. 마가복음 5장을 보면 주님이 회당장 야이로의 죽은 딸을 살리시는 기적을 일으키십니다. 하지만 6장을 보면 첫 부분인 고향에서는 기적을 일으키지 못하다가 후반부에서는 오병이어의 기적을 일으키십니다. 이처럼 예수님께서는 기적을 일으킬 때도 있지만 일으키지 못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예수님께서 기적을 일으키실 때 어떤 전제가 선행되었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앞에서 말한 회당장 야이로의 딸과 관련된 사건을 보면, “간곡히 구하여 이르되 내 어린 딸이 죽게 되었사오니 오셔서 그 위에 손을 얹어 구원을 받아 살게 하소서”(막 5:23)라고 회당장 야이로는 절박하고 간절하게 간청합니다. 아버지의 간절함에 주님이 움직이셨지만 회당장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딸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야이로에게 두려워하지 말고 믿기만 하라시며 딸을 살리는 기적을 일으키십니다.
반면 고향 나사렛에서는 몇몇 병자들에게는 병이 낫는 기적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사람들은 예수를 마리아의 아들 목수로만 봅니다. 자신들이 예수의 형제 누이들과 지금 같이 살고 있기에 메시아로 생각하지 않고 배척합니다. 고향 사람들이 예수를 배척하고 존경하지 않으니 예수께서도 기적을 일으키고 싶어도 일으킬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마태복음에는 ‘기적을 일으킬 수 없었다’가 아니라 ‘능력을 행하지 않았다’라고 주님의 심정을 둘러서 표현했던 것입니다.
두 이야기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예수님께서 기적을 일으키실 때는 하나님의 사랑을 갈망하는 이들의 간절한 마음과 이들을 향한 주님의 불쌍한 마음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기적은 이 둘이 서로 맞닿을 때 일어났습니다.
오병이어의 기적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잠깐 쉬기 위해 배를 타고 가시는데 많은 사람들이 주님을 알아봤습니다. 그리고 식민지에서 벗어나 하나님 나라에서 살고 싶은 간절한 마음으로 주님과 제자들보다 먼저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주님은 이들을 보시고 말씀하십니다. “…목자 없는 양 같음으로 인하여 불쌍히 여기사….”(막 6:34)
주님께 왔던 이들은 말씀을 통해 먼저 영적 배부름을 얻게 되었고 신체적 배고픔도 해결 받는 놀라운 기적을 경험합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갈망하는 사람들의 간절한 마음과 이들을 향한 주님의 불쌍한 마음, 이 두 마음이 서로 맞닿아 기적이 일어난 것입니다. 이것을 저는 공명의 기적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힘이 계속 전달되어 울림의 폭이 커지는 공명처럼, 한쪽의 간절한 마음이 또 다른 이의 마음을 움직여 같은 마음을 갖게 하고 그 마음이 또 다른 기적이 필요한 누군가를 울립니다. 이것이 기적입니다.
이런 기적을 주님은 제자들에게도 가르쳐주고 싶었습니다. 먹을 것을 주는 것은 그 사람의 사랑을 주는 것입니다. 주님은 제자들 자신들의 마음 안에서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찾기를 원하셨습니다. 제자들이 기적을 일으킬 만큼 애정과 간절함이 있는지 찾아보도록 하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알지 못한 제자들은 기적을 일으킬 수 없었습니다.
이제 우리도 이런 마음을 이어받아 서로를 위해 기도하며 사랑의 마음으로 섬깁시다. 그럴 때 또 다른 공명의 기적이 일어나고, 이 기적을 보고 아직 믿음을 갖지 못한 이들에게도 그 마음이 전달되어 공명을 울리며 주님을 신앙하는 기적이 일어나게 될 줄 믿습니다. 이 믿음으로 주님의 사랑을 받아 일상이 기적이 되는 순간을 경험하는 모두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김경종 목사(목포 성림교회)
◇목포 성림교회는 전남 목포 하당신도심에 위치한 교회로, 한국기독교장로회에 소속된 교회입니다. 주님의 말씀으로 행복을 누리는 일상을 주변 이웃과 세상에 나누는 사랑의 신앙공동체입니다.
●이 설교는 장애인을 위해 사회적 기업 '샤프에스이' 소속 지적 장애인 4명이 필자의 원고를 쉽게 고쳐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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