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의 만남] 감사거리 찾고 후렴구처럼 외쳐보자, “살길 잘했다”
“이내 토하고, 다시 넘겼지만 또 토해요. 그러면서 항암을 이겨냈어요. ‘바람도 햇빛도 공기도 고맙다’하며 기도했어요…이렇게 살아서 사진도 찍고 글도 쓰니 살아 있기를 정말 잘했어요.”
‘살아 있길 잘했다’는 작가이자 방송인 서정희(62)가 습관처럼 되뇌어온 말이다. 고통스러운 결혼생활을 마무리한 뒤 유방암으로 죽음과 사투를 벌이면서도 일상에서 감사 거리를 찾으며 후렴구처럼 ‘살길 잘했다’고 반복해 외쳤다. ‘자기 선언’으로 시작한 이 고백은 3년여 만에 실제가 됐다. 특유의 라이프 스타일을 SNS에 선보이며 ‘서정희 스타일’의 건재를 보여줬다. 60세 넘어 새로 도전한 일도 여럿이다. ‘혼자 사니 좋다’는 전작을 펴낸 그에게 어느덧 ‘믿음의 동역자’도 생겼다. 이젠 주변에서도 말한다. ‘죽지 않길 잘했다’고.
고백 그대로 제목이 된 책 ‘살아 있길 잘했어’(위더북)를 최근 펴낸 그를 4일 서울 광진구 자택에서 만났다. 호텔 식당처럼 정갈하게 차려진 상차림엔 과일과 채소가 소담하게 담겨있었다.
3년여간 SNS에 올린 글과 사진을 갈무리한 책은 발간한 지 2주가 안 돼 5쇄를 찍었다. 이번이 8번째 책인 서정희는 “부족한 제 글과 말 한마디에 공감하고 위로받는 이들을 보며 글 쓴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힘들 때마다 삶을 기록하며 아픔을 이겨냈다는 그의 글에는 행복과 감사에 관한 내용이 적잖다. 말 그대로 뼈아픈 고통을 느낀 항암 과정도 있지만 결국은 위로와 용기에 관한 내용으로 마무리된다. 각종 질병으로 고통받는 독자가 특히 그의 글에 공명하는 이유다. 서정희는 “(이혼 후) 오로지 나를 위하며 살겠다고 결심했는데 지금은 다르다. 60대 환우로 겪은 삶과 행복, 아픔까지 주변에 나누며 격려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그간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같이 멋지게 살아보자”고 말을 건네는 “위화감 없는 따뜻한 이웃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다.
변화의 근저에는 변함 없이 그를 응원하는 두 자녀와 기독교 신앙이 있다. 암 투병으로 죽음에 직면한 그는 “믿음의 유산을 자녀에게 남기겠다”는 일념으로 올 초부터 성경·찬송가 필사를 시작했다. 새벽기도를 다녀온 뒤 기도방에서 성경 묵상을 기록하며 성경과 찬송가를 필사한 뒤 글을 쓰는 게 그의 ‘신앙 루틴(반복 행동)’이 됐다. 여기에 성경 연구와 한주에 1번 녹음하는 ‘오디오 성경’ 제작 시간까지 병행하면 도합 7시간을 신앙 루틴에 쏟는 셈이다.
서정희는 “수행하는 마음으로 직장인이 근무하듯 루틴에 임한다”며 “자녀들은 스트레스 받을까 봐 너무 힘쓰지 말라는데 저는 루틴대로 살 때 내면이 살고 창의력이 샘솟는 편”이라고 말했다. 또 “말씀에 침잠하며 나를 돌아보는 과정에서 트라우마와 공황 증세도 많이 완화됐다”며 “지금도 성경을 읽으며 ‘아침 빛같이 뚜렷하고 달같이 아름다우며 군대같이 당당한 여자’(아 6:10)가 누구냐, 바로 나다 이렇게 스스로 격려한다”며 웃었다.
서정희는 3년 전 신약부터 시작해 66권 전권 완성을 앞둔 오디오 성경 녹음에 이어 이번 책 오디오북 녹음에도 나선다. 고된 사역으로 눈이 흐려진 경기도 가평의 한 목회자 사모를 위해서다. 그는 “재능기부 차원에서 자비량으로 시작한 오디오 성경으로 ‘아픈 노모가 치유를 경험했다’는 반응을 접한다. 작은 순종에도 큰 결실이 나온다는 걸 새삼 느낀다”며 “신간 오디오북도 여러 사람에게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나이의 한계를 벗어나 더 단단해진 모습을 선보이려 오는 7월 필라테스 대회를 준비 중이다. 지난해부터는 남자친구인 건축가 김태현과 시작한 티비디건축사사무소 사업에도 동참하고 있다. “환갑이 지나니 보여줄 게 더 많다”는 그의 ‘돌아온 청춘’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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