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언론 징벌적 손배’ 재탕 추진, 의도부터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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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22대 국회서도 ‘언론 재갈법’ 또 발의
불법 의혹 의원이 주도…권력 감시 훼손 우려
22대 국회가 역대 최악이라는 21대 국회의 복사판처럼 굴러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단독 개원을 밀어붙인 장면도 똑같고, 등장하는 악법도 똑같다. 최근 정청래·양문석 의원 등 민주당 의원 10명이 언론 보도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리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악의적 보도로 인격권이 침해된 경우 법원은 최대 3배까지 손해배상을 명할 수 있고, 정정·반론 보도는 원보도와 같은 지면·분량으로 게재하며, 정정보도를 청구할 수 있는 기한도 보도 ‘6개월 이내’에서 ‘3년 이내’로 대폭 확대했다.
이 법안은 민주당이 여당 시절이었던 2021년 7월 강행 처리하려다 여론의 역풍을 맞고 포기했던 법안과 내용이 거의 똑같다. 손해액 범위를 최대 5배에서 3배로 줄인 정도만 다를 뿐이다. 3년 전에도 언론계와 여러 시민단체가 해당 법안에 대해 ‘언론 재갈법’이니, ‘언론 징벌법’이니 하면서 강하게 비판했다. 심지어 국제언론단체도 “유독 언론에만 비례성에 어긋나는 과도한 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축시킨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이번에 개정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가짜뉴스’로 인해 피해가 발생해도 민사재판 승소율이 낮고, 제대로 보상받는 경우가 드물어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기존 형법상 명예훼손죄로 충분히 처벌이 가능한데도 별도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가하겠다는 것은 언론을 위협해 비판 보도를 막겠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 반론 보도를 원보도와 같은 분량으로 게재하라는 조항도 비현실적이다. 비리 의혹을 받는 인사의 엉터리 해명을 같은 비중으로 보도하기 시작하면 언론의 진실 추적 활동은 무력화하고 말 것이다.
발의 의원들의 속사정도 수상하다. 3년 전 국회에서 ‘언론징벌법’을 주도한 인사는 이상직 전 의원이었는데, 당시 횡령·배임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었다. 이 전 의원은 나중에 결국 구속됐다. 이번에 발의에 참여한 양문석 의원은 새마을금고에서 11억원의 불법 대출을 받은 혐의로 검찰 소환을 앞둔 상태다. 양 의원은 지난 총선 때 불법 대출 의혹이 제기되자 “당선되면 언론 징벌적 손해배상법을 관철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제 금배지를 달았으니 자기를 괴롭힌 언론에 화풀이라도 하겠다는 것인가.
이번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권력자나 재력가들은 자신에게 불편한 보도가 나올 때마다 죄다 ‘가짜뉴스’라며 보복성 소송을 걸 게 뻔하다. 그 결과 언론의 권력비판·사회고발 기능은 크게 훼손될 것이고, 강자의 눈치를 살피는 기사들만 넘쳐날 것이다. 그런 게 민주당이 꿈꾸는 세상인가. 언론이 오보를 내면 그에 따른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런 제재도 어디까지나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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