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 미국은 보호주의의 길을 가고 있는가?
미국의 보호주의 기조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크다. 근거가 없지는 않다. 2016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같은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하며 당선됐다. 당선되자 TPP에서 탈퇴하고 멕시코·캐나다를 압박해 NAFTA 재협상에 나섰다. 미군 군사 장비 구매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국방부의 설명에도 트럼프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동맹국에 철강 관세를 부과했다.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가 노조 표를 얻지 못해 패했다고 본 조 바이든 대통령은 선거 기간에 TPP(현재는 CPTPP) 이슈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트럼프의 철강 관세를 그대로 유지했다. 바이든은 ‘미국산 구매(Buy America)’ 조항을 담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과학법(CSA)을 통해 도입하고 미국 제조업에 세제 혜택과 지원금을 쏟아부었다. 트럼프와 바이든 모두 세계무역기구(WTO)에서 멀어지는 정책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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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도 바이든도 WTO 이탈책
하지만 미국은 본디 개방적 국가
한·호주 등 동맹국 협력 강화해야
」
미국은 정말 보호주의의 길을 걷고 있을까. 수출 통제를 살펴보자. 한국 언론과 업계는 바이든 행정부의 엄격한 대중 반도체 수출 제한 조치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실제 통제 대상은 중국 반도체 수출의 1~2%에 불과하다. 대중 교역이 미국 전체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년 전 15%에서 최근 8%로 떨어졌고, 공급망 재편 노력이 이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미국 내부의 보호주의 여론은 어떨까. 중국과 완전한 디커플링(탈동조화)을 지지하느냐고 물으면 20% 정도만이 그렇다고 대답한다. 선거철이 되면 펜실베이니아 등 격전지에서 노동자 유권자들은 통상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대선 후보들이 자유 무역을 옹호하기 어렵다. 그러나 일반 대중, 특히 청년층은 전반적으로 통상을 좋은 것이라고 본다.
게다가 미국 경제는 이제 서비스 산업 중심의 경제다. WTO는 미국 기업이나 노동자에게 와 닿는 방식으로 자유무역 증진의 역할을 하지 못한 지 오래다. 특히 첨단 제조업을 중심으로 지난 10년간 미국에 들어온 외국인직접투자(FDI)가 사상 최대 규모이기에 미국 노동자들도 글로벌 경제에서 소외되고 있다고 느끼지 않는다. 미국의 통상 정책이 세계에서 한 발짝 멀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동시에 세계가 미국에 한 발짝 다가서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자유 무역의 논거가 바뀌었다 해도 미국 정부는 여전히 인도·태평양 지역의 개방성과 자유, 그리고 한반도 안정을 위해 경제 정책과 전체 전략을 통합시키기 위한 노력을 배가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WTO 후퇴는 중국이 국제 규칙을 원하는 방식으로 재설정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했고, 이는 미국의 국익에 반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트럼프와 바이든 행정부 모두 이 경쟁의 장을 포기하는 어리석음을 범했다.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서 가장 중요한 축은 통상인데 이는 USTR이 진두지휘한다. USTR 대표는 미국 시장 접근은 종교처럼 거부하면서도 다른 국가에는 시장 접근을 끊임없이 요구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러한 태도는 IPEF가 규칙 수립 측면에서 미국과 한국에 가져올 수 있는 잠재적 혜택을 훼손할 수 있다.
미국 정부의 지원금도 문제다. 바이 아메리카 조항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반기업적이고 투자 저해 요건들이 문제다. 이론적으로는 강력한 기축통화국의 입지를 미국이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 해도 그런 시도는 글로벌 성장과 미국 부채에 찬물을 끼얹는 악수가 될 것이다. 지금 반도체 수출 통제 전략이 균형 있게 진행되고 있다지만, 향후 미국은 한국·일본·네덜란드와 공조해 기업이 따를 수 있는 예측 가능한 틀을 마련해야 한다.
언론에 비친 보호주의의 이미지와는 달리 미국은 여전히 매우 개방적이고 매력적인 국가다. 그러나 한국·호주 및 다른 동맹국과 협력을 강화해 앞으로 지속할 수 있는 경제 정책의 틀을 구축할 필요는 있다. 최근 발표한 미국 산업 정책과 미국인들이 원하는 동맹국의 안보가 지속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말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마이클 그린 호주 시드니대 미국학센터 소장·미국 CSIS 키신저 석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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