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기획 혁신창업의 길] 인공지능 최적화 기술로 발전소·공장 생산 비용 절감

최준호 2024. 6. 7.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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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기획 혁신창업의 길] R&D 패러독스 극복하자 〈68〉 인이지 최재식 대표


최준호 과학전문기자, 논설위원
인공지능(AI) 전성시대가 이렇게까지 빨리 다가올 줄은 컴퓨터 과학자들도 미처 몰랐다. 레이 커즈와일이 2019년 그의 저서 『특이점이 더 가까워졌다』(The Singularity is nearer) 에서 인공지능의 지능이 인류를 초월하는 시점을 애초 2045년(『특이점이 온다』·2005)에서 2029년으로 앞당겨 예측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그의 말을 “미래학자가 하는 소리” 정도로 치부했지만, 이제 사정이 달라졌다. 2022년 11월 오픈AI가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기반으로 한 대화형 인공지능 챗봇 챗GPT3.5를 공개한 이래, AI의 발전은 말 그대로 특이점을 향해 치솟고 있다. 구글은 챗GPT의 대항마로 제미나이(gemini)를, 메타는 라마(LLaMA)를 선보였다. 생성형 AI는 이제 작곡을 하고, 프로그래밍을 하고, 동영상을 만드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문제는 이런 거대언어모델 기반의 AI들이 대부분 막강한 컴퓨팅 파워와 연구·개발(R&D) 역량으로 무장한 미국 기업들이란 점이다. 한국도 LG와 네이버 등이 거대언어모델 기반 AI를 개발하고 있지만, 애초부터 챗GPT와 같은 선두주자들과 경쟁하기엔 역부족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 AI 예측 설명할 수 있는 기술 보유
생산성 올리고, 전력 비용 아끼고
창업 6년 차에 투자 166억원 몰려
환율·날씨 등 다른 분야에도 적용

“나는 미래 예측 전문가”

최재식 인이지 대표는 자신을 인공 지능 미래예측 전문가로 표현했다. 박사 전공이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통한 예측이다. 전민규 기자

‘인이지(iNEEJi)’는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AI 패권시대 속 한국 AI 기업의 길을 보여주는 스타트업이다. 인공지능에 기반한 예측을 통해 철강·시멘트·석유화학 등과 같은 산업의 공정에 효율성을 높여주는 방법을 제공하는 ‘제조산업 AI 예측 솔루션’이 비즈니스 모델이다. 인이지는 대학교수 창업 사례다. 최재식(46) KAIST 인공지능대학원 교수가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이던 2019년 창업했다. 창업 6년 차 스타트업. 누적 투자금은 166억원에 달한다. 2022년부터 매출이 생기기 시작해 지난해 12억원, 올해는 8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경기 성남 정자동 킨스타워 14층에 자리한 인이지 본사에서 최 교수를 만났다. 그는 인공지능을 이용한 미래 예측 전문가로 자신을 표현했다.

Q : ‘인이지’가 무슨 뜻인가.
A : “한글과 영어로 표기했지만, ‘사람을 이롭게 하는 인공지능’이란 뜻으로 만든 말이다. 중국에선 ‘지’(智) 단어 하나만으로 인공지능이라고 한다고 들었다.”

Q : 왜, 언제부터 창업을 생각했나.
A : “박사 전공이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통한 예측이다. 2013년에 UNIST 교수가 되어 기업들과 제조공정 효율화와 관련한 프로젝트를 하면서 담당자들에게 예측 AI를 가르쳤는데, 기업 안에 있으면서 관련 업무를 하는 사람들은 한계가 있다는 걸 느꼈다. 그들이 요구해 AI의 소스코드를 가르쳐 줘도 깊이 들어가지 못했다. 한마디로 업(業)의 특성이 다른 때문이었다. 차라리 직접 창업을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여러 기업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되면 기업 내부자가 경험할 수 없는 폭넓은 노하우도 쌓인다.”

Q : 제조산업 AI 예측 솔루션이 구체적으로 뭘 말하는 건가.
A : “인이지가 제공하는 건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예측해서 제어하는 것, 둘째 설명하는 것, 셋째 비용 최적화다. 설명 가능한 예측 인공지능으로 제철소와 같은 산업의 공정을 최적화하고 고도화하는 해법을 제공한다는 뜻이다.”
AI 치명적 약점 극복

김영옥 기자

Q : ‘설명 가능’이란 게 무슨 뜻인가.
A : “챗GPT를 예로 들면, 질문에 대한 답의 근거가 뭐냐를 말할 수 있느냐는 거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생성 AI의 치명적 약점이 그럴싸한 거짓말인 할루시네이션(환각·hallucination)이다. AI의 예측을 이용해 산업 공정을 효율화하기 위해서는 그 AI가 예측한 답의 근거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신뢰할 수 없지 않나. 인이지만의 기술력이 여기에 있다. 여기에 AI 전문 인력 외에도 중공업과 정보기술(IT) 등 여러 산업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임직원들이 있어 알고리즘이 더욱 고도화할 수 있다.”

Q : 그간 어떤 기업들과 일을 해왔나.
A : “국내 제강회사 공정에서 고철 성분과 무게, 전력공급 시간 등의 정보를 바탕으로 용융 시간을 예측해 전기로 운영을 최적화했다. 이를 통해 생산성은 3% 이상 올리고, 전력 사용량은 2% 이상 줄일 수 있었다. 화력발전소와 시멘트 공장 등에서도 공정 과정의 입력 데이터를 이용해 품질을 높이고 비용은 줄이는 성과를 올렸다. 최근에는 일본의 제강·시멘트 관련 기업 네 곳에서도 인이지 예측 솔루션을 시범 운영하기로 확정했다. 경기도 부천시는 평소 출퇴근 시간에 고질적으로 정체가 발생하는 주요 교차로에 인이지 솔루션을 도입해 교통 흐름을 좋게 만들었다. 덕분에 일일 차량 통과량이 4.72% 늘어나는 성과를 올렸다.”

Q : 인이지만의 기술력은 뭔가.
A : “높은 정확도의 AI예측 모델, 설명 가능한 AI 기술이라고 말할 수 있다. 글로벌 경쟁사라고 할 수 있는 아스펜테크·ABB·지멘스 등과 비교해도 인이지의 AI 예측 기술과 설명 기술은 뒤지지 않는다.”
“지멘스 같은 초일류기업이 목표”

Q : 교수이면서 회사 대표다. 강의와 연구, 논문지도에 회사 경영까지 하려면 힘들지 않나.
A : “강의는 한 학기 3학점 과목 하나 하고 있다. 일인다역이긴 한데 일이 같아서 좋다. 처음부터 예측으로 연구를 시작했고, 기업과 프로젝트를 하게 됐고, 업의 특성 때문에 창업까지 하게 됐다. 연구는 사업에 도움이 되고 사업의 실증 사례는 강의에 도움이 된다. 일이 많아져서 힘들긴 하지만, 대학 대학원 때도 힘들긴 매한가지였다. 하지만 지금은 원래 하던 일이 좀 더 쉬워진 측면이 있다. 일이 늘어나는 만큼 보람도 더 크게 느낀다.”

Q : 향후 비전을 말해 달라.
A : “내년 코스닥 상장이 일차적 목표이지만, 국내를 넘어 산업 AI 분야에서 지멘스와 같은 초일류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거다. 지멘스는 자동화와 제어, 에너지뿐만 아니라 철도·의료 분야를 포괄하는 유럽 최대의 기술기업이다. 경쟁하는 게 쉽지 않겠지만, 산업 AI 부분부터 도전해 볼 생각이다. 더불어 원자재와 환율·날씨·소비자행동 등 다양한 비즈니스 영역에 적용 가능한 AI 예측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최재식=1978년생. 경기과학고와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에서 전산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어바나-샴페인과 로렌스버클리 국립연구소에서 박사후연구원을 지낸 뒤, 2013년 UNIST 교수로 임용됐다. KAIST엔 인공지능대학원이 만들어진 2019년에 합류했다.



김진수 KT인베스트먼트 투자본부장

김진수

“인이지는 제조 산업계가 직면한 노동력 감소 문제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니즈(needs)를 해결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AI 솔루션 기술을 보유한 회사다. 공정 및 제조 현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철강·시멘트·화학 산업 내 선도기업의 공정 최적화 성과를 입증한 점이 투자 매력을 높였다.”


김판건 미래기술지주 대표

김판건

“인이지의 독보적인 기술은 딥러닝 기반 인공지능이 내놓은 답의 근거를 설명할 수 있다는 데 있다. 한국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여러 제조업체의 공정에 혁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제는 더 빠르게 시장을 장악하고, 후발 주자의 시장 진입을 차단할 수 있어야 시장을 선도해 나갈 수 있다.”

「 ◆‘혁신창업의 길’에서 소개하는 스타트업은 ‘혁신창업 대한민국(SNK) 포럼’의 추천위원회를 통해 선정합니다. SNK포럼은 중앙일보ㆍ서울대ㆍKAIST를 중심으로, 혁신 딥테크(deep-tech) 창업 생태계 구성원들이 함께 참여하는 단체입니다. 대한민국이 ‘R&D 패러독스’를 극복하고, 퍼스트 무버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R&D)에 기반한 기술사업화(창업 또는 기술 이전)가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최준호 과학전문기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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