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우진의 돈의 세계] K전략산업 이야기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사진)과 한국형 원전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T-50은 무관심 속에서 날아올랐고, 한국형 원전은 극심한 반대를 뚫고 건설됐다.
T-50이 초도비행에 성공한 2002년 8월 20일. 개발·제작에 참여한 한국우주항공 사람들과 관리를 맡은 공군 관계자들은 감격에 휩싸였다. 외부 반응은 없다시피 했다. 저녁 방송은 이 성과를 단신으로 처리했다. 다음 날 신문 기사는 단 한 건이었다.
한국형 원전의 기본형인 한빛 3·4호기 건설이 추진되던 1980년대 중반. 한국 전역에서 반핵운동이 타올랐다. ‘반핵’은 ‘반전 평화’와 연대했고, 그 기치 아래 해당 지역 주민과 사회단체, 대학 운동권이 결집했다. 야당도 동조했다.
T-50과 한국형 원전은 미국 모델에 바탕을 두었지만 국내 기술진의 손으로 설계됐다. 그래서 업그레이드가 가능했다. T-50을 기본형으로 경공격기 TA-50에 이어 본격 경공격기 FA-50이 나왔다. 한국형 원전은 OPR1000에서 APR1400으로 개량됐다. 그 결과 발전용량이 1000㎿에서 1400㎿로 커졌고, 계속운전 갱신기한이 40년에서 60년으로 연장돼 경제성이 좋아졌으며, 안전성과 방재력도 강화됐다.
두 전략산업은 수출을 장기 목표로 잡았다. 1989년 기초연구를 승인받은 T-50과 1984년 착수된 한국형 원전은 약 20년 뒤인 2009년 나란히 수출 전선에 나선다. 한국형 원전이 먼저 개가를 부른다. 아랍에미리트(UAE)에 4기를 수출하는 계약을 따낸다. T-50은 이때 싱가포르에서는 고배를 마시지만, 2011년 인도네시아와 16대 수출 계약을 체결한다. 이후 주력이 된 FA-50은 누적으로 138대가 수출됐다.
FA-50 추가 수출 노력이 계속되는 가운데, T-50이 지난달 스페인의 새 고등훈련기 후보 중 하나에 올랐다. 한국형 원전은 체코 수주를 놓고 프랑스와 경합 중이다. 시원한 낭보를 기대한다.
백우진 경제칼럼니스트·글쟁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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