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법사·운영·과방위 양보 불가"…장악 땐 특검법 1달내 처리 가능

오현석, 김정재 2024. 6. 6.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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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9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171석 원내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원(院) 구성 단독 처리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거듭 여당을 압박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9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한 뒤 취재진과 만나 “만약 (국민의힘이) 상임위 구성안을 내놓지 않는다면 오는 10일 법대로 진행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앞서 우원식 국회의장은 전날 양당에 상임위 구성안을 국회법 시한인 7일까지 제출하라고 통보한 상태다.

박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의장 주재 회동 직후에도 “밤을 새워서라도 협의에 이를 수 있게 노력하자고 의장과 말씀을 나눴다”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합의’가 아닌 ‘협의’라는 단어를 쓴 걸 두고 오는 10일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을 시사한 것으로 보기도 한다. 상임위원장 선출안은 국회법상 기한이 있는 만큼, 국회의장이 양당 교섭단체 대표의 합의가 없어도 협의만 거치면 본회의에 안건으로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내부적으로 법사위원장은 반드시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입법 속도전을 위한 포석이다. 21대 하반기 국회에선 수적 우위를 앞세워 추진했던 법안이 상임위를 통과하고도 번번이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법사위원장에 가로막혀 본회의 통과까지 시간이 지체됐다는 게 민주당 자체 진단이다.

더불어민주당은 21대 국회에 대해 “김도읍 법제사법위원장에 막혀 입법이 지체됐다”고 말한다. 사진은 지난 2월 김도읍 위원장이 박성재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는 모습. 뉴스1


민주당은 그간 법사위에 회부된 지 60일이 넘은 법안을 소관 상임위 재적위원 5분의 3 찬성으로 본회의에 보내도록 한 직회부 조항(국회법 86조 3항)을 우회로로 활용해 왔다. 하지만 법사위 계류 기간 60일과 본회의 부의 전 숙려기간 30일 등 최소 90일을 기다려야 했다. 실제 민주당이 21대 국회에서 직회부 방식으로 통과시킨 법안 15건은 상임위 의결 이후 짧게는 130일(양곡관리법)에서 길게는 797일(의료법)이 소요됐다. 앞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2대 국회 임기 첫날인 지난달 30일 “개원 즉시 몽골 기병 같은 자세로 민생·개혁입법 속도전에 나서겠다”며 21대 국회와의 차별화를 강조했다.

특히 민주당은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 그리고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수사팀을 겨냥한 ‘대북송금 수사조작 특검법’의 재빠른 입법을 위해서라도 법사위를 가져오겠다는 입장이다. 특검법은 법사위 소관 법률이라 여당 의원이 법사위원장이 될 경우, 패스트트랙(신속안건처리제도)에 태우지 않고서는 본회의에 올릴 방법이 없다. 21대 국회에선 ‘쌍특검법’(50억 클럽 특검법·김건희 특검법)과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을 패스트트랙에 태웠는데, 신속처리안건 지정 후 각각 308일과 235일이 걸렸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패스트트랙에 태우면 이슈가 한참 가라앉은 뒤에나 본회의에 올라오기 때문에 아무런 정치적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며 “이번엔 결코 법사위를 양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언론개혁TF 단장이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TF 발대식 및 1차 회의에서 한준호 단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과학정보기술방송통신위원장과 운영위원장도 민주당이 ‘절대 사수’를 다짐하는 자리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이재명 대표와 함께 진행한 유튜브 생방송을 통해 “우리가 집중하는 건 법사위, 운영위, 과방위”라며 “이 3개는 절대 양보 불가”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국회 운영위원장 자리를 가져가려는 건 대통령실을 겨냥한 국정감사 증인채택이나 자료요구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다. 국정조사 실시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관측도 있다. 국회법에는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실, 대통령경호처 소관에 속하는 사항’을 운영위 소관 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단 한 차례도 운영위원장은 야당에서 맡은 적이 없는 만큼, 야권 내부에서조차 “관례에 어긋난 요구”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근영 디자이너

과방위원장의 경우 민주당이 오는 8월로 임기가 종료되는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와 KBS 이사진 임명을 겨냥한 측면이 크다. 민주당은 지난 3일 소속 의원 74인의 명의로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을 발의했는데, 법안에는 현재 9~11명인 KBS·MBC·EBS 이사회 정원을 각각 21명으로 늘리고, 여야 교섭단체 대표가 행사하는 이사 추천권을 국회·학계와 시청자, 방송계 종사자 단체 등에 나눠주는 내용이 담겼다. 부칙으로는 공포한 날 곧바로 효력이 발생하도록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법사위원장·방송위원장을 모두 가져오면 신속한 입법이 가능해진다”며 “상임위 숙려기간 15일(제정안은 20일), 법사위 숙려기간 5일만 거치면 돼 현재 이사진 임기 내 이사선임 구조를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권에선 방송 3법 추진 자체가 역으로 야권의 공영방송 영구장악 음모라고 비판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방송 3법이 통과되면 좌파 정당이 공영방송 사장을 영구적으로 임명하는 구조가 된다”며 “공영방송을 언론 관련 단체를 장악하고 있는 민노총의 손아귀에 쥐여주겠다는 저의가 깔린 법”이라고 주장했다.

오현석·김정재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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