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통, 정보유출, 분식 의혹…‘리스크’에 갇힌 카카오의 쇄신 [팩플]
정신아 신임 대표의 등판과 함께 경영 쇄신 작업에 돌입한 카카오가 연이은 암초에 부딪히고 있다. 기업과 경영진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는 정 대표의 행보가 발목을 잡히는 건 아닌지, 업계 안팎의 우려가 계속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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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야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보위)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최장혁 부위원장은 최근 발생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정보 유출 사건을 설명하며 ‘책임 있는 기업’이란 표현을 썼다. 최 부위원장은 “카카오는 국민대표 SNS(소셜미디어) 기업인데, 개인정보 유출이 발생한 건 심각한 상황이다. 규제 당국이 피규제기관에 대해 구체적 언급을 하는 게 보기 좋지 않겠지만, 책임 있는 기업은 갈수록 발전하는 해킹 기술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보위는 지난달 22일 카카오에 151억4196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국내 업체에 대한 과징금 중 역대 최대 액수. 지난해 3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참여자 개인정보가 유출돼 불법 거래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진 후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여부를 조사한 결과다. 카카오는 이 같은 결정이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하겠다고 맞섰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최 부위원장의 발언은, 카카오의 반발과 소송 예고를 곧 ‘기업의 책임을 다하지 않는 행동’으로 보고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이날 카카오의 주장을 적극 재반박했고, 소송에 대해서도 “자신이 있다”며 “과거의 좁은 개인정보 보호 개념에 집착하면 보호에 소홀해질 거고, 결국 피해는 국민에게 간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이게 왜 중요해
카카오를 덮치고 있는 리스크는 이뿐만이 아니다. 같은 날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카카오모빌리티(카모) 회계 처리 위반 안건을 심의했다. 당장 결론을 내는 대신 임시 회의를 열어 재심의를 하기로 했지만, 앞서 금융감독원은 카모가 분식회계로 가맹택시 사업 매출을 부풀렸다고 보고 관련 양정기준 중 가장 높은 ‘고의 1단계’를 적용했다. 양정기준은 사안의 중요도, 고의성 여부, 과실 정도 등을 고려해 정한다. 그만큼 위법 행위가 심각하다고 판단한 것. 금융감독원은 과징금 부과는 물론 검찰 고발, 대표이사 해임 권고 등 최고 수위 제재를 카모에 사전 통지했다.
예기치 못한 악재도 터졌다. 지난달에만 세 차례 카카오톡 서비스 장애가 발생한 것.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시간가량 접속과 메시지 전송에 차질이 빚어진 3차 장애 사태 이후 현장점검에 나섰고, 지난달 31일 카카오에 한 달안에 개선조치계획을 수립하라고 요구했다. 과기정통부는 카카오가 사전 테스트를 실시하지 않거나 내부적으로 작업 통제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 원인이 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모든 일은 정 대표가 주도하는 카카오 쇄신 작업이 속도를 내는 도중 일어났다. 정 대표는 지난달 주주 서한을 통해 경영진의 사법 리스크, ‘문어발식 확장’ 논란 등을 불식하고 그룹 규모에 걸맞은 지배구조 및 의사결정 체계를 정립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실제 카카오는 최근 그룹 컨트롤타워인 CA협의체의 역할을 강화하고 인력도 보강했다. 특히 ‘내부 단속’ 임무를 맡고 있는 책임경영위원장으로 검찰과 삼성생명 법무팀장 출신의 정종욱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를 선임했고, 그 아래 심우정 법무부 차관의 동생인 심우찬 변호사를 영입하는 등 실무인력도 보충했다. 정 대표 스스로는 매년 2억원 규모의 카카오 주식을 매입해 경영 성과에 대한 책임을 지며, 그룹 전체 경영진의 책임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악재가 이어지자, 업계에선 정 대표의 쇄신 동력에도 악영향이 가는 건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카카오 관계자는 “각 사안에 대해 사실이 아닌 부분은 적극 대응하고, 서비스 장애 같은 명확한 잘못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쇄신은 쇄신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는
카카오는 긴 ‘리스크 터널’을 빠져나와 쇄신에 성공할 수 있을까. 결국 결과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정 대표는 막대한 비용이 드는 인공지능(AI) 기술 개발 경쟁보다 AI를 활용해 기존 서비스를 개선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AI 전담조직을 만들고 이상호 전 SK텔레콤 최고기술책임자를 최고AI책임자(CAIO)로 영입했다. 카카오의 AI 전략이 그룹 체질을 개선하고 성과를 높이는 데 효과가 있을지가 관건. 문어발식 확장 논란 해소를 위한 계열사 정리 작업에도 관심이 모인다. 현재 카카오는 137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한 카카오 관계자는 “절대적인 수가 아직 크게 줄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자세히 보면 매우 빠르고 확실하게 줄여나가고 있다. 추후 긍정적인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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