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 위를 훑고 지나가는 우리 집 검정 소파…정정주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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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주(54) 작가는 침대 하나 덩그러니 있는 빈 방을 훑고 지나가는 '햇빛의 혀'가 주는 공포를 미국 사실주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모닝 선'을 오마주해서 표현한 동명의 영상 작품으로 미술애호가들의 사랑을 받았다.
유학시절 개인적 경험에 비롯된 '보이지 않는 빛(존재)'에 대한 공포를 개인적 차원에서 사회적 차원으로 확장하는 작업을 해오던 작가가 최근 새 전시를 통해 '집'이라는 일상적 공간에 눈길을 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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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주(54) 작가는 침대 하나 덩그러니 있는 빈 방을 훑고 지나가는 ‘햇빛의 혀’가 주는 공포를 미국 사실주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모닝 선’을 오마주해서 표현한 동명의 영상 작품으로 미술애호가들의 사랑을 받았다.
유학시절 개인적 경험에 비롯된 ‘보이지 않는 빛(존재)’에 대한 공포를 개인적 차원에서 사회적 차원으로 확장하는 작업을 해오던 작가가 최근 새 전시를 통해 ‘집’이라는 일상적 공간에 눈길을 주기 시작했다. 광주광역시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에서 하는 개인전 ‘정정주 : Luminous City’에서 그런 변화를 읽을 수 있다.
전시를 통해 작가의 관심이 ‘보통의 일상’으로 향한 듯한 인상을 받게 된다. 전시 공간 전체를 하나의 방으로 설정한 듯 벽면에는 중산층과 서민의 아파트와 빌라 등을 찍은 영상이 붙박이 책장처럼 붙어 있다. 그런데 그 위를 훑고 지나가는 것은 빛이 아니라 거실의 이미지다. 사각으로 오려진 빛처럼 그 공간을 훑고 지나가는 이미지는 검은 가죽 소파, 대형 평면 TV, 신발장, 화분 식물 등 어느 집이라도 비슷한 대한민국 중산층의 평균적인 거실 풍경을 만드는 요소들로 구성됐다.
그래서일까. ‘모닝 선’이 풍기는 정서가 낯선 것이 주는 공포와 쓸쓸함이라면 이번 전시장에서는 일상생활의 익숙한 풍경이 주는 위로와 나른함, 그러면서 빛이라는 초월적 존재를 지향하는 욕망이 교차한다. 특히 손톱을 만지작거리는 가장 시시콜콜한 동작이 서로 마주하는 이미지와 숭고함을 상징하는 인공의 빛 이미지가 교차하는 영상작품을 거실의 가리개처럼 전시장 중간에 세워 그런 느낌을 끌어올린다. 작가는 빛이 주는 시각적 요소를 촉각적 경험으로 치환시키며 시적 정서를 발생시키는 능력이 탁월하다. 전시실 전체 공간을 핥고 지나가는 빛의 촉각적인 감각은 일종의 환영처럼 작동해 관람자가 전시 공간이라는 거대한 고래의 배안으로 들어선 느낌을 준다.
이번 전시는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를 표방하는 광주가 광주·전남 출신 미디어 아티스트전시 지원 차원에서 마련한 초대전으로 2022년부터 시행 되고 있다.
정정주는 광주 출신으로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한 뒤 2002년 독일 뒤셀도르프 쿤스트아카데미에서 후버트 키콜 교수를 사사하며 마이스터슐러를 취득했다. 2000년부터 서울, 독일, 일본, 중국, 룩셈부르크, 벨기에 등지에서 20여차례 개인전을 개최했다. ‘미래는 지금이다'(국립현대미술관), '예술의 열선(독일 ZKM) 등 국내외 다수의 기획전시에 참여했다. 전시는 8월 4일까지. 광주광역시=
손영옥 미술전문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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