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 핵심 ‘7인회’ 김영진 "당권∙대권 분리"…이재명 제동 왜 [who&why]

성지원 2024. 6. 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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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권ㆍ대권 분리를 통해 공정한 대선을 이끈다는 본래 취지를 충분히 반영하는 방식의 당헌 개정이 필요합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7월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8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김영진(가운데), 조정식 의원과 대화를 하고 있다. 뉴시스

5일 비공개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및 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당헌ㆍ당규 개정안이 보고되자 3선의 김영진(경기 수원병) 의원이 이렇게 제동을 걸었다. 이날 회의에는 ▶당 대표가 대선 출마 시 1년 전 사퇴에 예외 조항 신설 ▶부정부패 행위 기소 당직자 직무 자동 정지 조항 삭제 ▶국회의장ㆍ원내대표 선거에 당원투표 20% 반영 등 이재명 대표의 강성 지지층이 요구해 온 개정안이 논의됐다.

김 의원은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득표 수보다 22대 총선에서 민주당 총 득표 수가 적었다는 점을 지적한 뒤 “과연 이번 개정안이 ‘반(反)윤석열 전선’ 확대ㆍ강화에 부합할 것인가에 대해 좀더 심도깊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특히 당 대표 사퇴 예외 규정에 대해 “지방선거를 잘 준비하려면 차라리 대선 출마예정자들은 (당 대표 임기를) 지방선거 6개월 전인 2025년 12월 1일까지로 하고, 새로운 대표가 지방선거도 치르고 대선 경선을 관리하도록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당내에서 이재명 대표의 연임 의견이 우세한 가운데, 이 대표가 연임하더라도 지방선거 공천권을 행사하지 않는 방향으로 개정안을 수정하자는 취지다. 김 의원은 또 “당 대표 연임 가능 기간을 2년으로 명확히 규정하자”는 취지로도 말했다고 한다.

친(親)이재명계 핵심으로 꼽히는 김 의원의 공개 반론을 놓고 당내에서도 “의외”라는 반응이 나온다. 김 의원은 이 대표의 중앙대 후배로, 2017년 이 대표가 처음 대선에 출마할 당시부터 보좌해 온 핵심 그룹 ‘7인회(정성호ㆍ김영진ㆍ김병욱ㆍ김남국ㆍ문진석ㆍ임종성ㆍ이규민)’ 멤버다. 2년전 대선 직후 이 대표의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출마를 반대하며 한때 멀어졌다는 분석도 나왔지만, 지난해 5월 정진상 전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의 빈 자리를 대체해 정무조정실장에 임명된 뒤 총선까지 이 대표 옆을 지켰다.

그런 김 의원이 최근 회의 석상에서 친명계 중론에 공개 반기를 여러 차례 들자 당내에선 여러 해석이 나온다. 김 의원은 지난달 30일 22대 국회 개원 후 첫 의원총회에서도 당헌 개정안에 “정해놓고 하달하면 안 된다. 더 논의하자”고 제동을 걸었다.

주변에선 일단 “‘쓴소리’가 김영진의 캐릭터”란 해석이 많다. 김 의원이 체포동의안 표결, 비명계 탈당 등 주요 국면마다 이 대표에게 비공개로 쓴소리를 하고 비명계를 다독이는 가교 역할을 해온 만큼 향후에도 이 역할을 지속할 거란 해석이다. 김 의원과 가까운 한 의원은 “김 의원은 이 대표와 각을 세운다기보다 오히려 이런 발언이 이 대표한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뉴시스


그러나 향후 김 의원의 쓴소리가 더 날카로워질 거란 분석도 있다. 최근 김 의원은 주변에 당 운영 방식에 대한 우려를 여러 차례 토로했다고 한다. 지난 주말 민주당 86학번 전ㆍ현직 정치인이 모인 자리에서도 “할 말을 해야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김 의원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지금 너무 급하고, 과하고, 원칙을 훼손하는 행위가 많은데, 의원들이 말을 잘 못 하고 있다”며 “민주당이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김 의원이 3선 중진으로서 존재감을 부각하려 한다는 해석도 있다. 4·10 총선 이후 당내에서 박찬대 원내대표와 김윤덕 사무총장 같은 친명 강경파가 부상했지만, 당내 주류ㆍ비주류를 아우르는 구심점은 아직 없는 상태다. 민주당 관계자는 “김 의원이 보좌관 경력이 긴 탓에 그간 참모 이미지가 강했지만, 이제는 3선 중진 의원으로서 중량감을 보이려 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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