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정치자금법 개정안 중의원 통과했지만…기시다 앞날은 불투명
개정안 마련 과정서 당내 반발 거세
야권·여론도 싸늘…재선 ‘가시밭길’
일본 중의원에서 정치자금 모금 행사의 ‘파티권’ 구매자의 공개 기준액을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정치자금규정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하지만 자민당 내에선 기부금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져 불만의 목소리가 작지 않다.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당내 반발까지 커지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재선도 어려워지는 모양새다.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6일 중의원 본회의에서 정치자금법 개정안이 자민당·공명당·일본유신회 등의 찬성 다수로 가결됐다. 이들은 상원 역할을 하는 참의원에서도 과반의 의석을 확보한 만큼 법안 성립은 확정적이다.
앞서 지난해 자민당 아베파, 니카이파 등 일부 파벌이 정치자금 모금 행사인 ‘파티’를 주최하면서 파티권을 할당량 이상 판 소속 의원들에게 초과분 돈을 다시 넘겨주는 방식 등으로 오랫동안 비자금을 조성해 온 것이 드러났다.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논란이 커지자 자민당은 비자금 스캔들에 연루된 의원들에게 징계를 내리고 관련 법 개정에 나섰다.
개정안의 핵심은 파티권 구매자 공개 기준액을 현재 20만엔(약 175만원) 초과에서 5만엔(약 44만원) 초과로 인하하는 것이다. 이는 연립여당인 공명당이 요구한 사안을 반영한 것이다. 자민당이 제출한 초안에선 공개기준액을 10만엔(약 88만원) 초과로 규정하고 있었다.
자민당은 당이 의원에게 지급하는 정책활동비와 관련해선 일본유신회 요구를 반영해 1건당 50만엔(약 440만원) 이하의 지출에 대해 10년 뒤 영수증을 공개하기로 했다. 의원 본인이 정치자금 수지 보고서 확인서를 의무적으로 작성하고 허위 기재 등으로 확인이 불충분한 것으로 나타나면 50만엔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하지만 이를 두고 당내에선 반발이 큰 상황이다. 사실상 자민당의 2인자 역할을 하고 있는 아소 다로 부총재와 자민당 3역(간사장·총무회장·정조회장) 중 모테기 도시미쓰 간사장이 대표적인 반대파다.
아소 부총재는 수차례 기시다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양보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시다 총리는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정권이 끝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실제 자민당은 참의원에선 단독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해 공명당 도움 없이 안건을 통과시킬 수 없다.
합의 이후 아소 부총재는 격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소 부총재의 측근은 마이니치신문에 “(총리의 판단에 대해) 당내에선 아무도 납득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기시다 총리의 앞날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기시다 총리는 9월 말 자민당 총재 임기가 만료된다. 당초엔 총재 선거 전 중의원 해산을 추진했다. 하지만 20%대 지지율에서 답보 상태에 머무르는 데다 공명당도 반대하면서 해산을 보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시다 총리는 개각과 당 간부 인사 등을 통해 여론 반등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내·외 상황이 녹록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이번 정치자금법 개정 과정에서 사이가 틀어진 아소 부총재는 50명 이상의 의원을 보유한 당내 대형 파벌 중 하나인 아소파를 이끌고 있다. 모테기 간사장 역시 4월 해산된 모테기파의 수장이었다. 모테기파는 해산 직전 40명 이상이 소속된 상태였다. 기사다 총리가 이들의 지지 없이 총재 재선을 하긴 쉽지 않다.
개정안에 대한 여론의 반응도 싸늘하다. 야당은 기업과 단체 헌금 금지, 정책활동비 폐지 등이 포함되지 않았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아즈미 준 입헌민주당 국민대책위원장은 “개혁이라는 입장에 걸맞지 않다”고 말했다. 야당은 참의원 심의 과정에서도 이를 집중 추궁할 계획이다.
이번 국회 회기 이후에도 지지율 반등이 없다면 기시다 총리에 대한 퇴진론도 당 안팎에서 거세질 전망이다. 앞서 사토 시게루 자민당 요코하마시연합회장은 4일 공개적으로 “기시다 총리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고뇌의 결단을 해 주었으면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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