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육 몰락 원인은 ‘무너진 신뢰‘에 있다
[지상 좌담회]대안학교 전문가 4인
전문가들 “신뢰 회복 최우선으로 이뤄져야”
최근 한국 교육계는 교권 추락과 학생인권조례 폐지 등으로 인해 시끌벅적하다. 교사의 인권이 회복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가 있지만, 교사라는 이유로 학생의 인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도 있다. 교육 전문가들은 한국 교육의 몰락이 교사와 학생, 학부모 간의 신뢰가 깨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무너져가는 공교육 현장과 대조적으로 기독대안학교가 새로운 선택지로 떠오르면서, 신앙과 전인적인 교육을 최우선의 가치로 내세우는 대안학교 전문가 4인에게 현 교육 체계의 문제점과 대안을 물었다.
<참석자> 신병준 시흥소명학교 교장(전 한국대안교육기관연합회 이사장) 차영회 한국기독교대안학교연맹 사무총장 장한섭 서울기독교대안교육연합회 대표 여희영 성미산학교 교장 |
-최근 교권 추락 등 교육계에서 여러 논란이 존재한다. 문제의 근본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신병준 교장=‘신뢰 문제’라고 생각한다. 자녀를 학교를 보내는 학부모가 교사를 신뢰하지 못해서 일어나는 문제라고 본다. 신뢰하지 못하는 내면에는 ‘불공정’이 자리 잡고 있다. 내 자녀에 대한 이기적인 마음이 숨어있는 것이다. 오늘날 교육현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불행한 문제는 ‘불신’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차영회 사무총장=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교육이다. 개인의 고유한 특성을 바탕으로 타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교육을 통해서 배운다. 그런데 교사는 삶으로 나타나는 참된 교육을 보여주지 못했고, 부모는 교육을 ‘소유’의 수단으로 삼았다. 자식이 성장해 남보다 많은 것을 소유하기 위해서는 경쟁자를 제치고 높은 위치에 있어야 한다고 가르친 것이다.
△장한섭 대표=교육을 한 그루 나무로 봤을 때 나무가 죽는 것은 뿌리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현 교육의 뿌리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살펴야 한다. 교육의 방향과 목적이 어디로 흘러가야 하는지 점검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국교육의 목적은 대학입학이 된 지 오래다. 학교의 기능이 대학 입학을 위한 기관으로 변질되면서 교사는 스승이 아니라 직업꾼이 됐다. 결과적으로 교사와 부모 사이의 신뢰와 존중의 관계가 깨진 것이 문제다.
△여희영 교장=학교는 대학 입시를 위한 생존경쟁의 장이 됐다. 교육을 경쟁으로 치환하고 착취의 쳇바퀴를 굴리고 있는 자본주의의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교사와 학생들은 서로를 갉아먹으며 조금 더 높이 올라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각자도생과 책임회피가 난무하는 학교에서 배움이 설 자리는 사라지지 않았나 싶다.
-문제의 해법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신 교장=해법은 당연히 ‘신뢰회복’에 있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 모두 서로의 부족한 점을 인정하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데서 회복이 시작된다고 본다. 나는 교사로 활동하면서 매년 가정방문을 하는데 학부모와 좋은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 공개수업을 통해 학부모를 초대하기도 한다. 상호 간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장 대표=교권 회복 등 현재 논의되는 개선점은 대한민국 학교라는 틀 안에서의 해결책이다. 주로 법을 이야기한다. 법과 제도의 정비가 필요한 부분도 있지만, 근원적인 부분을 다뤄야 한다. 가장 근원적인 해결책은 교육의 본래 목적을 회복하는 것이다. 성적만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전인적인 성장을 위한 교육으로 방향 전환돼야 한다.
-현재 한국에서 대안학교 현실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차 사무총장=아직도 교육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대안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어딘가 부족하고 정상적이지 않다고 여기는 측면이 많다. 교육 당국이나 공교육에 종사하는 교사, 부모의 시선도 비슷하다. 국가는 대안학교를 사교육 형태 혹은 개인사업으로 인식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대안 교육이 필요한 아이들은 넘쳐난다. 해마다 5만여명의 학생이 공교육 학교를 떠난다.
△신 교장=2년 전 ‘대안교육기관에 관한 법률’이 통과돼 음지에서 양지로 드러났지만, 대안학교 현실은 녹록지 않다. 성적 경쟁과 줄 세우기 등 굳어진 공교육으로는 미래를 답보할 수 없다.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학생을 길러내기 위해서는 기독대안학교가 해법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대안학교가 성장하는 데 필요한 조건들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차 사무총장=-크게 네 가지다. 인식개선, 대안 교육의 전문성, 국가의 재정 지원이다. 대안학교도 정식 교육의 일부다. 대안학교가 학문에도 전문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공교육보다 뛰어난 교육과정, 행정 등 모든 면에서 혁신과 대안성을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다. 기독교가 대안성이라는 어리석은 주장이 더는 없어야 한다. 국가의 재정 지원이 없으면 대안성 있는 교육과 혁신 교육을 할 수 없다. 종교적 측면에서는 교회가 대안학교를 사업체로 인식하지 않고, 교육목회 선교라는 측면에서 지원이 필요하다.
△여 교장=대안학교의 성장 이전에 현 교육 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변화가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앞서 사회가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때 부분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비판적인 관점으로 한국 교육 체계를 깊이 있게 검토해야 할 때다. 교육의 방향이 어디를 가리키고 있는지, 우리를 어떤 삶으로 이끄는지, 이것이 옳은지,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국가 교육 시스템에 대한 질문 없이는 대안학교의 생태계도 형성되기 어렵다고 본다.
-학생인권조례도 교육계에서 뜨거운 감자다. 조례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신 교장=2009년 전후로 제정된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문제의식이 필요하다. 인권조례 내용 중에는 일반적인 사회 통념에 벗어난 내용, 성경적 관념에서 빗나간 내용이 너무나 많다. 학생의 인권은 너무 광범위하게 보장되지만, 책임과 책무에 대해서는 소홀하다.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고 ‘교육 주체의 교육선언문’이 새롭게 제정돼 교사가 학생을 사랑하고, 학생은 교사를 존경하고, 학부모는 교사를 신뢰하고 존중하며 교사와 학부모가 서로 협력적 관계로 회복하고, 학교(교육부, 교육청)는 이런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정책적·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글·사진=유경진 최경식 기자 yk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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