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경문 감독 “류현진 등판, 내가 다 떨려…어제 일은 사과”
16년 전 인연이 재회했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왼손 에이스 류현진의 등판을 같은 편으로 지켜볼 김경문 감독의 감회가 남다른 이유다.
김 감독은 6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리는 KT 위즈전을 앞두고 “내가 다 떨린다. 이런 시간이 올지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가슴이 설렌다”고 웃었다.
김 감독 부임과 함께 2연승을 달리는 한화는 이날 류현진이 선발투수로 나온다. 지난 2일 김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처음으로 등판하는 경기다. 김 감독과 류현진은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사령탑과 선수로 만나 금메달을 합작했던 인연이 있다.
국가대표를 제외하고는 과거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를 이끌면서 적으로만 류현진을 상대했던 김 감독은 “미국에서 지낼 때도 (류)현진이의 경기를 다 지켜봤다. 최근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면서 “현진이가 한화와 계약했다는 소식을 듣고 많이 놀랐다. 장기는 아니더라도 단기로 메이저리그에서 계속 뛸 수 있다고 들었는데 모든 것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갔다. 참 멋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현진이는 한화에서 어린 투수들을 많이 가르쳐주고 있다. 타자도 마찬가지다. 좋은 선배가 후배들과 이야기를 나눈다는 점 자체가 긍정적이다. 또, 매일 많은 관중을 불러 모으는 이가 바로 현진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화와 KT는 전날 경기에서 껄끄럽지 못한 일로 각을 세웠다. 한화가 12-2로 크게 앞선 8회말 등판한 박상원이 KT 타자들을 삼진으로 처리한 뒤 오른발을 높게 차거나 박수를 치며 포효하는 등의 과한 세리머니를 해 KT에서 불만을 드러냈다. 경기 후에는 KT 선수들이 몰려나와 벤치 클리어링이 발생하기도 했다.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곧바로 KT 이강철 감독과 대화를 나눴던 김 감독은 “야구에는 불문율이 있다. 우리도 마찬가지겠지만, 상대가 좋지 않은 상황일 때 서로 오해하는 행동은 하지 않아야 한다. 어제는 우리 선수가 오해를 살만한 행동을 했다”면서 “그래서 어제 이강철 감독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오늘 박상원과 정경배 수석코치도 KT 선수단을 찾아가 사과의 뜻을 전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박상원과 정경배 수석코치는 KT 이강철 감독과 주장 박경수 등을 찾아가 사과하면서 전날 사태는 마무리됐다.
김 감독은 “야구를 하더라고 깨끗한 이미지로 하고 싶다. 앞으로는 내가 더 잘 가르쳐서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수원=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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