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증연구소] 삼다 제주보다 울릉이 더 많은 '이것'

이경호 2024. 6. 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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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바람 여자 삼다의 제주도…울릉도는 물과 향나무 더한 오다
하늘의 빗물이 땅속에 스며드는 화산섬 물 걱정 없어
제주는 삼다수 개발하는데 울릉은 개발 더뎌
규제 등 걸림돌 제거로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나올듯
울릉도 전경 [사진제공=울릉군]

울릉도와 제주도 둘 다 화산섬이고 대표적인 관광지다. 하지만 크기는 다르다. 제주는 가장 큰 섬이고 축구장을 기준으로 하면 20만개가 들어선다. 반면 울릉도는 9천개 정도니 단순히 비교해도 20배 차이가 된다. 제주도는 ‘돌 많고(石多) 바람 많고(風多) 여자 많다(女多)’는 의미로 삼다도(三多島)라 불린다. 울릉도는 3무(無)5다(多)의 섬으로 부른다. 3무는 도둑, 공해, 뱀을 말하고 5다는 水(물), 美(미인), 石(돌), 風(바람), 香(향나무) 등을 말한다. 제주나 울릉 모두 섬인데 물 부족 얘기가 나오지 않는 이유는 화산섬이기 때문이다. 빗물이 땅속에 스며들어 화산 암반수가 되거나 용천수가 된다. 울릉이 물이 많은 섬인 이유도 비슷하지만 다르다.

나리분지는 울릉도에 있는 유일한 평지이다. 동서 길이 약 1.5㎞, 남북 길이 약 2㎞이다. 나리분지는 화산 폭발 후에 분화구 일부가 함몰돼 생긴 칼데라 지형이다. 백두산 천지와 한라산 백록담도 칼데라이다. 나리분지는 칼데라이지만 물이 고이지 않는다. 물에 뜰 정도로 가벼운 부석 덕분에 강수량이 많은 우기에도 물이 고이지 않고 지하로 스며든다. 지표로 솟아나는 지하수가 하루 2만t에 이르는 용출소, 유량이 하루에 3000t인 봉래폭포는 부석의 존재로 인해 생긴 지형이다. 용출소는 울릉도만의 특별한 지형이 만들어 낸 명물이다. 제주도는 삼다수로 유명한 먹는 샘물을 판다.

울릉 죽도 전경 [사진제공=울릉군]

제주개발공사의 설명을 보면 제주삼다수의 근원은 빗물이다. 한라산 국립공원 내 1450m 지역에서 내린 빗물이 스며들어 생성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지역은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자연 그대로의 상태가 유지되고 있는 청정한 지역이며,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은 비가 내리는 지역이다.

빗물이 내린 뒤, 땅속으로 스며들어 먹는 물이 되기까지의 시간을 지하수 나이 또는 연령이라고 한다. 제주도 수문지질 및 지하수자원 종합조사 최종보고서(2000년)에 따르면, 제주삼다수 지하수의 나이는 18년∼22년이다. 오늘 생산된 제주삼다수는 이미 18년~22년 전에 내린 빗물이 땅 속으로 스며들어 천연 정수기 역할을 하는 화산암반층을 천천히 거쳐 온 것이다.

물을 이렇게 퍼내도 물이 마르지 않을까. 제주의 경우는 빗물의 43.5%가 땅에 침추해 지하수로 만들어지고 있고 국내 다른 지역보다 3배 이상의 지하수 생성률(함양률)을 보인다. 삼다수는 지하수 생성량의 0.09%만 이용해 제주 지하수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미미하다는 것이다.

울릉 나리분지 전경 [사진제공=울릉군]

그런데 울릉도에는 왜 먹는 샘물이 없을까. 울릉군의 설명을 보면 추산 용천수는 미네랄 함양이 매우 높고, 물맛이 뛰어난 청정 1급수다. 울릉군의 상수도(1일/3000㎥) 및 수력발전(1일/9000㎥)으로 활용되고 나머지 물은 그대로 바다로 흘려버리고 있다. 울릉에서도 10년 이상 먹는 샘물 사업이 추진돼 왔다. 바다로 흘려버리는 용출수 일부를 활용, 샘물로 판매해 열악한 재정자립도는 높이고 지역주민에게는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래서 용천수를 푸른 황금, 블루 골드(blue gold)라고 부른다.

울릉은 이미 2017년 9월 ㈜LG생활건강을 민간사업자 파트너로 선정해 민·관합작법인 ㈜울릉샘물을 설립했다. 국내 먹는 샘물 대부분은 암반에서 뽑아내지만 울릉샘물은 용천수를 그대로 먹는 샘물로 개발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용천수가 수돗물이냐 아니냐를 두고 해석이 갈려 사업이 진척을 보지 못했다. 현행 수도법은 누구든지 수돗물을 용기에 넣거나 기구 등으로 다시 처리해 판매할 수 없도록 했다. 반면 울릉군은 추산용천수의 용출수는 취수관을 거쳐 정수장을 통해 수돗물로 사용되고 있지만, 용출수에서 취수관을 거치는 가운데 정수장이 아닌 취수관에서 바로 뽑아내기 때문에 이 물은 수돗물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제주 삼다수 생산라인 모습 [사진출처=제주개발공사]

감사원의 사전컨설팅에서 환경부의 유권해석이 잘못됐다고 판단되면서 사업에 청신호가 켜졌다. 앞서 경북도는 지난달 23일 보도자료를 내어 ㈜울릉샘물에 먹는샘물 제조업 허가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먹는샘물을 1년 동안 밀봉 보관했을 때 수질에 문제가 없으면 내년 5월께는 먹는샘물이 시판될 것으로 보인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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