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이어 ECB도 금리 인하…'고용 둔화' 미국, 9월 인하론↑

정종훈 2024. 6. 6.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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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시내의 한 카페가 붙여놓은 구인 공지문.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의 고용 지표 둔화세가 한층 뚜렷해지면서 '9월 금리 인하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캐나다가 주요 선진국인 G7 중 처음으로 통화정책 완화에 나서고 유럽중앙은행(ECB)도 금리를 내리는 등 주요국의 '피벗'(통화정책 전환) 움직임이 빨라지는 양상이다.

5일(현지시간) 미국 고용정보업체 ADP에 따르면 지난달 미 민간기업 고용은 전월 대비 15만2000명 늘어났다. 이는 지난 1월(11만1000명) 이후 넉 달 만에 가장 작은 증가 폭이며, 다우존스의 전문가 전망치(17만5000명)도 크게 밑돌았다. 넬라 리처드슨 ADP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하반기로 갈수록 일자리 증가와 임금 성장이 둔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고용 지표는 연이어 꺾인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전날 미 노동부가 발표한 4월 구인건수는 전월 대비 29만6000건 줄어든 805만9000건으로 집계됐다. 전문가 전망치(840만건)를 하회하는 동시에 2021년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비농업고용 수치도 연초 대비 크게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그간 뜨거웠던 고용 지표의 냉각은 경기 둔화를 보여주는 동시에, 3%대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약화에 따른 금리 인하 기대를 높인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기준금리 결정 시 물가와 함께 노동시장 추이를 중요하게 본다.

이에 따라 Fed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올 3분기로 앞당겨질 거란 예측이 나온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9월 인하 확률은 68%(한국시간 6일 오후 2시)로 일주일 전 47%에서 크게 올랐다. 페드워치는 연내 2차례(9·12월) 인하 가능성을 가리키고 있다. 시장은 환호했다. 5일(현지시간) S&P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엔비디아 효과에 금리 인하 기대가 더해지면서 나란히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 10년물 국채 금리도 전일 대비 0.05%포인트 하락했다.

티프 맥클렘 캐나다은행 총재가 5일(현지시간) 4년만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밖에서도 금리 인하 신호는 강해지고 있다. 같은 날 캐나다 중앙은행인 캐나다은행은 기준금리를 연 5%에서 4.7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금리를 내린 건 팬데믹 직후인 2020년 3월 이후 4년 만이다. 티프 맥클렘 캐나다은행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완화되고 있다는 증거가 나오면서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할 필요성이 사라졌다"고 밝혔다. 2022년 6월 8.1%까지 올랐던 캐나다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4월 2.7%로 내려왔다.

캐나다은행은 금리를 더 내릴 가능성도 시사했다. 맥클렘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2% 목표로 꾸준히 둔화할 거란 확신이 커지면 추가 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ING는 캐나다의 약한 성장·실업 증가 등을 들어 하반기 0.75%포인트 추가 인하를 예상했다.

앞서 유럽 주요국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선 가운데 캐나다도 세계 경제를 이끄는 G7(미국·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캐나다·일본) 중에서 가장 먼저 긴축 완화로 움직였다는 의미가 크다. 스위스는 3월, 스웨덴은 지난달에 각각 0.25%포인트씩 금리를 낮춘 바 있다. 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이 점차 다가오고, 선진국들의 경기 둔화 고민 등도 커지면서 각국 상황에 맞춘 피벗 기류는 더 빨라질 전망이다.

6일(현지시간) 유럽중앙은행(ECB)도 통화정책회의를 가진 직후 기준금리를 기존 4.5%에서 4.25%로, 예금금리는 4%에서 3.75%로, 한계대출금리는 4.75%에서 4.5%로 모두 0.25%포인트 인하했다고 밝혔다.

한국은 한국은행과 금융사 간 환매조건부채권(RP) 매매에 적용하는 기준금리만을 정책금리로 치지만, ECB는 기준금리 외에 시중은행이 ECB에 요구지급준비금을 초과하는 예금을 맡기고 받는 예금금리와 ECB가 시중은행에 1일 신용공여를 제공하고 받는 한계 대출 금리도 정책금리로 포함해 중앙은행이 결정한다.

ECB가 기준금리 방향을 바꾼 것은 2022년 7월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밟으며 금리 인상을 시작한 지 2년 만이다. ECB는 코로나19 유행 이전에는 줄곧 제로금리를 유지했는데, 2019년 9월에 예금금리만 한차례 인하했었다.

유로존이 경기 둔화 우려에 미국보다 먼저 피벗에 나섰지만, 향후 추가 금리 인하 전망은 불투명하다. 전문가들은 ECB가 올해 추가로 두 차례 금리를 더 낮출 수도 있다고 보고 있지만, 유로존의 전년 대비 소비자물가지수(CPI)가 4월 2.4% 오른 데 이어 지난달 2.6%로 상승 폭을 확대하고 있는 점은 부담이다.

실제 이날 ECB는 새로운 경제전망을 발표하며 내년 물가 상승률 전망을 기존 2%에서 2.2%로 소폭 올렸다. ECB는 이날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향후 금리 결정은 물가 전망 평가를 기반으로 할 것"이라며 "특정 금리 경로를 미리 약속하지 않는다"며 추가 금리 인하에 모호한 태도를 유지했다.

다만 한국은 1분기 '깜짝' 성장세 등으로 물가 추이, 미 Fed 움직임을 본 뒤 하반기 늦게 기준금리 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간담회에서 "(시장의) 하반기 중 금리 인하 기대가 있지만, 인하 시점의 불확실성은 훨씬 더 커졌다"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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