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이슈] 사령탑 "함께 올라가자"할 때 선수는 '10점 차' 세리머니와 벤클...김경문 감독 "가르치겠다"

차승윤 2024. 6. 6. 13:5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4일 프로 복귀전에서 이강철 KT 감독(오른쪽)과 인사를 나누는 김경문 한화 감독. 사진=한화 제공

김경문 한화 이글스 감독은 지난 3일 취임식을 통해 6년 만에 현장으로 돌아왔다. 첫 상대는 이강철 KT 위즈 감독이었다.

함께 뛴 적은 없으나 오랜 시간 함께 야구계에 있었던 선후배는 첫 만남부터 정겹게 인사를 나눴다. 4일 기준 KT가 7위였고 한화는 8위였다. 당시 이강철 감독은 "경기 전 김 감독님과 인사를 나눴다. '복귀 축하드린다. 건강하십시오'라고 전했고 김 감독님도 '아래 팀끼리 함께 잘해서 올라갑시다' 하시더라. 그래서 '같이 올라가시죠'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덕담을 나눴지만 맞대결에 '같이'가 있을리 없다. 한 차례씩 최하위를 경험해본 두 팀이라 1승 1승이 급했다. 김경문 감독 체제에 힘을 실어야 했던 한화는 4일 KT전에 8득점을 터뜨리며 대승을 거뒀고, 이어 5일 맞대결도 12-2로 완파했다. 맞대결 결과로 두 팀의 순위도 바뀌었다.

'전쟁'이었던 건 스코어가 전부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5일 경기 도중엔 돌연 벤치클리어링이 터졌다. 한화가 10점 차 승기를 거의 굳혔던 8회 말 투수 박상원은 김상수와 멜 로하스 주니어를 연속 삼진 처리했고, 김민혁마저 투수 땅볼로 잡아내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박상원은 아웃 카운트를 잡아낼 때마다 높이 뛰어오르며 환호성을 질렀다.

한화 이글스 박상원.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박상원은 투구 중 기합을 지르고, 세리머니 역시 큰 걸로 잘 알려진 투수다. 다만 10점 차 8회 상황. 박상원이 연속 삼진이 아니라 연속 홈런을 맞더라도 승패가 뒤집어지기 어려운 때였다. 침통한 분위기의 KT 벤치가 결국 '발끈'했다. 베테랑 황재균과 장성우가 이닝 종료 후 불쾌감을 표시했다.

결국 한화 최고참 투수이자 리그 '레전드'인 류현진이 나서서 '미안하다. 내가 박상원에게 얘기하겠다'고 수습을 시도했다. 중계 화면에는 주장 채은성, 베테랑 안치홍 등이 나서서 박상원에게 차분히 자제를 요청하는 모습도 잡혔다.

불은 꺼지지 않았다. 경기 종료 후 황재균이 다시 한화 벤치로 다가와 박상원을 불렀다. 이에 박상원도 억울한 표정으로 맞대응했다. 결국 벤치클리어링까지 벌어진 경기는 양 팀 감독이 선수단을 만류하고 인사를 주고 받은 후에야 마무리됐다.

'책임'을 온전히 누구에게 돌리긴 쉽지 않다. 박상원이 '굳이' 세리머니를 할 상황이 아니었고, 황재균과 장성우가 참을 수도 있었다. 경기 후 인터넷 커뮤니티는 밤새 '누구의 잘못인가'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급기야 불이 퍼졌다. 황재균의 배우자인 가수 지연은 남편과 무관한 게시물에서 때 아닌 SNS에 악성 댓글 '테러'에 시달렸다.

확실한 건 양 팀 누구였든 '굳이' 불을 지필 필요는 없었다는 거다. 역지사지로 볼 일이다. 두 팀 모두 사령탑 말처럼 올라가야 할 팀이고, 갈 길이 바빴다. 한화가 조급한 만큼 KT도 조급하게 순위 싸움을 벌이던 중이었다. 한화 선수단도 10점 차로 지고 있을 시점이라면 승부와 전혀 무관한 세리머니에 유쾌하지 않았을 거다. KT 선수단 역시 팬들이 남아있는 현장에서 경기가 끝나고 공개적으로 언쟁이 벌어지는 일이 기분 좋았을리 없다.

야구만 치열하게 해도 될 일이다. 김 감독은 경기 후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서는 내가 더 가르치겠다"고 전한 바 있다. KBO리그 898승의 김경문 감독도, 411승의 이강철 감독이 프로가 '전쟁'인지 몰라 "같이 올라가자"고 했을 리 없다.

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Copyright © 일간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