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콩달콩 옥정리 두부 만드는 날

전재복 2024. 6. 6.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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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마을 가꾸기 동아리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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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복 기자]

▲ 불린 콩 갈기 충분히 불린 콩을 대용량맷돌믹서에 간다
ⓒ 전재복
 
오늘은 우리 마을 동아리활동 첫 번째 사업으로 손두부를 만드는 날이다.

부녀회장을 중심으로 7명의 부녀회원들이 6월부터 9월까지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알콩달콩 신바람 나는 작당모의(?)를 하며 논다.

작년에는 된장 간장 고추장 등 장류 담그기를 해서 마을 사람들과 나눠먹었는데, 올해는 오늘 첫 번째 나눔 놀이로 손두부를 만들기로 했다.

아침 10시부터 형님 아우님 윗뜸 아랫뜸 회원들이 환한 얼굴로 모여들었다. 아쉬운 건 우리 옥정리는 여태껏 마을회관이 없어서 마을에 일이 있을 때면 언제나 이장님 댁을 임시 회관으로 사용한다. 귀찮기도 하련만 이장님(이충현)과 부녀회장(이경희) 부부는 늘 웃는 얼굴로 나누고 베푼다.

손두부 만들기! 솔직히 나는 칠십몇, 이 나이 먹도록 두부를 직접 만들어본 적이 없다. 그러하니 옆에서 지켜보고 거드는 일마저 설렘으로 다가왔다.
 
▲ 콩물 끓이기 면주머니에 넣고 찌꺼기를 거른 콩물을 적정온도에서 쉼없이 저어준다
ⓒ 전재복
 
미리 충분히 불려둔 콩(12시간)을 대용량 맷돌 믹서기에 가는 일부터 시작했다. 국산콩으로 6.5kg 두 포대를 선별하여 준비했으니 총 13kg이나 된다. 양이 많아서 오전에 한 솥, 오후에 한 솥으로 나눠서 두부를 만들기로 했다.

곱게 갈아진 콩은 커다란 자루에 퍼담고 치대며 콩물을 짜낸다. 엄청 큰 솥단지에 콩물을 퍼담고, 거품을 뜰채로 걷어낸 다음 불을 지핀다. 이때 바닥에 눌어붙지 않도록 커다란 나무주걱으로 저어준다.

자칫 잘못하여 끓기 전에 바닥에 눌어붙으면 두부를 버리기 때문에 쉴 새 없이 저어줘야 하는데, 많은 양을 하려니 쉼 없이 젓는 일도 쉽지 않다.

콩물을 끓이는 온도 또한 섭씨 90도를 넘기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콩물이 끓기 시작하면 준비한 천연간수를 조금씩 부어주며 콩물이 엉기어 물과 분리되는 과정을 지켜본다.

이때 첨가되는 간수의 양을 조절하며 얼마나 신중을 기하는지 앞장선 부녀회장의 그 몸짓은 마치 제를 올리는 제사장의 모습처럼 경건하기까지 했다.

몽글몽글 순두부 형태가 되면 불을 끄고 면포를 깐 틀에 옮겨 담는다. 누름판을 올려놓고 그 위에 묵직한 돌판까지 올려놓았다.

두부 모양으로 물이 빠지고 틀이 잡히기를 기다리는 동안 부녀회장은 날렵한 솜씨로 국수를 삶고, 미리 시원하게 준비해 둔 진한 콩물을 부어 오이채와 삶은 달걀까지 얹어 콩국수를 내놓았다.

곁들인 배추김치와 열무김치 또한 알맞게 익어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참 일손도 빠르고, 솜씨도 좋고, 인정도 많다. 유능하고 추진력 있는 이장님과 환상의 케미를 이뤄 마을 일을 해나가는 부녀회장의 섬기는 마음이 참 고맙고 어여쁘다.
뜨끈한 순두부와 알맞게 굳은 두부는 참여한 회원은 물론 마을 전체 가정에 골고루 나눔 하며 우의를 다질 것이다.

벌써부터 7월이 기다려진다. 청포도가 익어가는 7월에는 국산 도토리가루를 준비해서 묵을 만들기로 했으니, 벌써부터 웃음과 정담으로 만들어질 도토리묵의 낭창한 손맛과, 윤기 나는 갈색과, 혀에 감도는 독특한 맛을 그려본다.

은파호수의 어느 한 모퉁이를 돌아서 작은 굴다리를 지나면 만나는 작은 시골마을 옥정리, 자동차 전용도로와 산업철도가 마을 한복판을 뚫고 지나면서 마을규모는 턱없이 쫄아들고, 젊은 사람은 도시로 떠나고 없으니 아이들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한 시간에 두 번 마을을 교차하여 지나가는 시내버스가 있으나, 폭설이 내리면 그마저도 버스가 끊기는, 도시 속의 오지마을 옥정리!

그래도 우리는 이렇게 정을 나누고 꿈을 키우며, 고향을 떠난 아들 딸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고향이 아니면 어떠랴!  누구라도 이곳을 찾아와 머물고 싶은 마을로 변화하기를 꽃을 심듯 꿈꾸고 가꿔 나간다.
 
▲ 콩국수와 갓 만든 두부로 점심  두부를 누름판으로 눌러놓고, 콩국수와 금방 만든 두부를 잘라와서 맛있게 점심을 먹었다
ⓒ 전재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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