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커피 둘러싼 논란…1500원 커피 팔아 영업이익률 40%?

나건웅 매경이코노미 기자(wasabi@mk.co.kr), 반진욱 매경이코노미 기자(halfnuk@mk.co.kr) 2024. 6. 6.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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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 건너 컴포즈 건너 빽다방…저가 커피 공화국, 굿모닝? [스페셜리포트]
저가 커피 브랜드들이 승승장구하고 있는 건 맞지만 좋은 소식만 들려오는 것은 아니다. 성장세와 함께 각종 논란도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온다.

가장 먼저 지적받는 점은 ‘너무 높은 영업이익률’이다. 1500원짜리 저렴한 커피를 판매하는 브랜드 본사 이익률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다. 흔히 저가 커피는 ‘이익률이 낮다’는 인식이 강하다. 워낙 저렴한 가격에 커피를 판매해서다. 저가 커피 브랜드들이 대외적으로 내세우는 전략도 ‘박리다매’다. 고객들을 위해 싸게 팔고 대신 본사 이익을 최소화한다는 이미지를 심는다.

그런데 장부를 열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2023년 실적 기준 메가커피의 영업이익률은 18%, 컴포즈커피의 영업이익률은 41%, 더벤티의 영업이익률은 14%에 달한다. 커피 브랜드 중 가장 매출이 높은 스타벅스의 영업이익률이 6.5% 수준이다. 저렴한 커피를 파는 회사가 ‘프리미엄’ 커피 브랜드보다 더 높은 이익률을 거둔 것. 반대로 점주 마진은 박하다. 저가 커피 원가율은 38% 수준으로 식음료 업계에서도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가격이 워낙 저렴하니 자연스러운 결과다.

저가 커피의 높은 영업이익률, 어떻게 설명 가능할까. 저가 커피 본사의 철저한 ‘가맹점 위주의 사업 구조’가 이유로 꼽힌다.

국내 커피 브랜드는 점포 운영 전략에 따라 2가지로 나뉜다. 직영점 위주로 운영하는 브랜드와 가맹점을 모집해 받는 프랜차이즈 브랜드다. 전자는 스타벅스와 커피빈, 후자는 메가커피·이디야커피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저가 커피 브랜드들은 철저한 ‘프랜차이즈 모델’을 지향한다. 2022년 기준 메가커피 매장 중 직영점은 17곳에 불과하다. 컴포즈커피는 1900여개 매장 중 직영점이 한 곳도 없다. 전부 가맹점이다. 빽다방은 1228개 매장 중 직영점이 3곳, 더벤티는 998개 매장 중 직영점은 5곳에 그친다. 반면 투썸플레이스 150여개, 할리스는 100여개 직영점을 운영 중이다. 이런 프랜차이즈 모델은 개별 점포 매출 증가보다는 개수 ‘확장’이 중요하다. 본사 매출 구성은 신규 점주로부터 받는 가맹비와 교육비, 원료를 가맹점에 납품해 받는 물류 수익, 점주가 본사에 내는 브랜드 사용료와 광고비 등으로 구성된다. 점포당 매출과 관계없이 프랜차이즈 매장이 늘어날수록 가맹본사는 수익이 늘어난다. 특히 점포를 신규 오픈할 때 점주가 본사에 내는 가맹비는 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매출이다. 당연히 매장이 급증하는 시기에 수익성이 좋을 수밖에 없다. 메가커피 역시 본격적인 성장세를 타던 2021년에는 영업이익률 48%를 달성했다. 지난해 41%의 영업이익률을 자랑한 컴포즈커피 역시 해당 연도에만 가맹점이 626개 증가했다.

점포가 늘어나면 가맹본부 입장에서 좋은 점이 또 있다. 원재료를 본사에 납품하는 업체와 협상력이 강해지고 물류비가 줄어드는 과정에서 비용 절감까지 노려볼 수 있다. 점포 수 확장은 곧 실적 개선인 셈이다. 저가 커피 A브랜드를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워낙 싼값에 커피를 팔기 때문에 마진율이 너무 박하다. 뼈 빠지게 하루에 수십 잔씩 팔아도 남는 돈이 월 200만~300만원 정도다. 인건비도 못 챙기는 수준”이라며 “점주 이익은 이렇게 박한데 높은 본사 영업이익률을 보고 있노라면 분노가 치민다”고 말했다.

점주에 부담을 전가한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가맹본부는 매장만 늘면 매출과 이익이 늘어난다.

‘박리다매’로 인한 비용 부담은 점주들이 진다. 메가커피의 경우 가맹점주 평균 매출과 면적당 평균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지만 매장별 순이익은 낮다. 원가 부담이 높고 마진율이 낮은 탓이다.

컴포즈커피는 오히려 면적당 평균 매출이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2020년 1815만원에서 2022년 1721만원으로 줄었다. 면적당 평균 매출은 해당 매장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장사를 하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최근에는 ‘광고비 전가’ 논란까지 인다. 일부 브랜드는 모델 계약비 등 광고비를 점주에게 부담할 것을 요구하면서 점주들로부터 강한 항의를 받기도 했다. 컴포즈커피는 뷔를 모델로 발탁하면서, 광고 집행 예상 비용 60억원 중 40억원을 본사가, 20억원을 가맹점주가 분담토록 했다. 가맹점들은 점포당 월 7만2000원씩, 12개월간 총 86만원을 내야 했다. 만약 유리창에 붙이는 광고 스티커까지 선택하면 추가 광고비용까지 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점주들이 “부담스럽다”며 강력히 반발했고, 이들을 설득하느라 컴포즈커피는 진땀을 흘려야만 했다.

메가커피는 2022년 손흥민 선수를 모델로 기용하면서 쓴 광고비 일부를 가맹점주에게 부당 전가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가맹점주 50% 이상 동의를 받은 사항으로 ‘위법’은 아니었지만 “점주 돈으로 기업가치를 높인다”는 비판이 일었다.

메가커피는 고배당 정책으로도 몰매를 맞고 있다. 2021년 메가커피 운영사 앤하우스는 그해 벌어들인 당기순이익 약 338억원에서 1000원을 뺀 전액을 배당했다. 회사가 원부재료와 물류비 부담을 이유로 가격 인상을 단행한 후 일어난 일이라 비판이 더 거셌다.

2023년 말 기준 메가커피 지분 66.2%는 메가커피 사실상 소유주 김대영 보라티알 전 대표가 최대주주로 있는 우윤파트너스가, 나머지 33.8%는 사모펀드인 프리미어파트너스가 보유 중이다. 메가커피가 벌어들인 당기순이익 대부분을 경영진과 사모펀드가 다 챙기는 구조다.

메가커피 고배당은 계속되고 있다. 2022년에는 당기순이익 410억원 중 402억원을, 지난해에는 564억원 중 502억원을 배당했다. 배당률은 여전히 90%에 육박한다. 과거 너무 높게 나온 영업이익률이 부담스러웠던 나머지, 매출을 인식하는 회계 기준을 변경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매출을 상품총액으로 높여 잡아 영업이익률이 낮아 보이게끔 바꿨다는 지적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1호 (2024.05.28~2024.06.0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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