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 추념사] 윤 대통령 "퇴행, 비열, 암흑의 땅" 북한 조롱

69회 현충일 추념사... 북핵 위협 언급은 없고 "우리가 더 강해져야"

[안홍기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9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추념사를 하고 있다. 2024.6.6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6일 북한을 "세계에서 가장 어두운 암흑의 땅"이라고 조롱하고 오물 풍선 살포는 "비열한 방식의 도발"이라 비난하면서, "우리의 힘이 더 강해져야만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6일 오전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69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한 윤 대통령은 추념사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금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밝은 나라가 됐지만, 휴전선 이북은 세계에서 가장 어두운 암흑의 땅이 됐다"며 "바로 이곳에서 불과 50㎞ 남짓 떨어진 곳에 자유와 인권을 무참히 박탈당하고 굶주림 속에 살아가는 동포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 정권은 역사의 진보를 거부하고 퇴행의 길을 걸으며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며 "서해상 포사격과 미사일 발사에 이어, 최근에는 정상적인 나라라면 부끄러워할 수밖에 없는 비열한 방식의 도발까지 감행했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이러한 북한의 위협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철통같은 대비태세를 유지하며 단호하고 압도적으로 도발에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층 더 강해진 한·미동맹과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토대로 국민의 자유와 안전을 단단히 지키겠다"고도 다짐했다.

또 "평화는 굴종이 아니라 힘으로 지키는 것"이라며 "우리의 힘이 더 강해져야만,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 동포들의 자유와 인권을 되찾는 일, 더 나아가 자유롭고 부강한 통일 대한민국으로 나아가는 일도 결국 우리가 더 강해져야 가능한 것"이라며 "도전과 혁신으로 도약하는 나라, 민생이 풍요롭고 국민이 행복한 나라, 청년의 꿈과 희망이 넘치는 나라, 온 국민이 하나되어 함께 미래로 나아가는 더 강한 대한민국을 건설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의 대통령이 마치 북한 수뇌부 인사들이 내놓는 것처럼 상대방을 비웃고 강도높게 비난한 것은 남북관계를 '상호주의'로 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북한과는 대화할 생각이 없으며, '힘에 의한 평화'라는 대북 기조를 한층 더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2022~2023년 현충일 추념사에서는 북한의 핵 위협을 강조했는데, 이번에는 북한 핵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북한의 국력을 비웃고 비난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면서 북한이 내세우는 비대칭전력은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윤 대통령은 "보훈의료 혁신을 통해 국가유공자 의료 서비스를 개선하고 재활 지원을 확대하며 임무 중에 부상당한 분들이 일상을 되찾을 수 있도록 세심하게 돕겠다"고 약속했다. 또 순직 군인·경찰·소방관의 미성년 유자녀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인 '히어로즈 패밀리'를 더욱 확장하겠다면서 "한 자녀, 한 자녀를 내 아이들처럼 꼼꼼하게 보살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