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교회→젊은 교회로 탈바꿈, 삶의 변혁 꿈꾼다
1963년 설립된 서울 서초구 일신교회(박강민 목사)는 사람 나이로 치면 올해 환갑이 됐다.
영등포구 신길동에 처음 터를 닦았던 교회는 1980년 강남 개발에 발맞춰 지금의 잠원동으로 이전했다. 하지만 급변하는 시대에 재빨리 적응하지 못한 채 적지 않은 시간 정체됐다. 이랬던 교회가 최근 들어 ‘젊은 교회’로 탈바꿈하고 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12월 부임한 박강민(48) 목사가 변화를 이끌고 있다.
이 교회 6대 목사인 박 목사는 장로회신학대 기독교교육과와 같은 대학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뒤 미국 아주사퍼시픽대와 클레어몬트신학교에서 신학석사와 목회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새로운 신앙교육 콘텐츠를 통해 교회학교를 살렸고 이를 기반으로 부모세대에도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기도회와 예배도 새롭게 단장했다.
하잉RTA, 교회학교 변화 이끌다
이 교회만의 독창적인 신앙 교육 프로그램이 바로 ‘하잉RTA’다. 유대인들의 쉐마교육(신6:4~9) 원리를 따라 개발한 하브루타 영어 성경프로그램은 영어 교육학을 전공한 선효경 박사와 박 목사가 함께 만들었다. 선 박사는 박 목사의 부인이다.
교회는 하잉RTA를 선교지와도 나누기 위해 ‘하잉RTA선교회’를 조직했다. 이 선교회가 최근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총회장 김의식 목사) 총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국내외 교회와 선교지에도 보급한다. 교회 대내외적으로 인정받는 의미다.
지난 3일 교회 카페에서 만난 박 목사는 “교회학교 학생들이 하잉RTA 교육과정을 따라 영어로 찬양하고 성경 공부하고 대화하면서 신앙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면서 “교회학교가 활력을 얻으니 자연스럽게 부모세대가 교회 안에서 교제하는 시간이 길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존의 어르신 세대와 허리 세대, 교회학교 학생이 한데 어우러지며 전 세대가 모이는 교회로 탈바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잉RTA에서 출발한 변화는 교회학교 전체로 확산했다.
박 목사는 “부임해서 보니 중등부는 초등부와, 고등부는 청년부와 함께 예배를 드리고 있었는데 기가 막혔다”면서 “하지만 30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초등부가 살아났고 중등부와 고등부로 늘어난 학생들을 진학시키면서 모든 부서가 회복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했다. 현재는 모든 교육 부서가 자체 예배를 드리고 있고 전담 교역자도 청빙했다.
변화, 전 세대 화합 일궜다
기도회와 주일 예배도 새롭게 디자인했다.
전통적으로 오전 5시 30분에 새벽기도회를 드려온 교회는 모임 시간을 1시간 늦췄고 이름도 ‘아침 기도회’로 바꿨다. 직장에 다니는 교인을 배려해서다. 교회는 간단한 아침 요깃거리도 준비해 기도회 참석과 식사, 출근이라는 ‘일석삼조’의 결실을 얻었다.
본당에서 모이던 주일 오후 예배도 ‘목장 예배’로 전환했다. 소그룹 모임을 대폭 확대한 것으로 교회 곳곳에서 목장 식구들이 모여 설교를 통해 받은 은혜를 나누고 있다. 박 목사는 이 시간에 설교를 통해 ‘본 것’과 ‘깨달은 것’, ‘적용한 것’ 등 세 가지를 나누도록 권한다. 같은 시간 본당에서는 청년부가 예배를 드리면서 교회 구석구석이 교인들로 북적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교회는 ‘3040교구’도 별도로 조직하고 담당 교역자와 예산도 별도 편성하며 ‘젊은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1~3부까지 이어지는 이 교회의 주일예배는 모두 각각의 특성이 있다. 1부는 장로교 전통 예배로 드리지만 2부는 CCM과 찬송가를 함께 부르며 여러 세대가 모이는 ‘세대 통합예배’다. 젊은이들이 모이는 청년예배는 3부다.
전통을 고수하던 교회 문화 속에서 이 정도 변화를 시도한 것만 해도 쉬운 일이 아니다. 박 목사는 당회의 신뢰와 교인들의 협력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했다.
박 목사는 “코로나로 힘들 때 부임했는데 마침 장로님들도 교회 개혁에 대한 의지가 크셨고 ‘목회는 목회자가 맡아 달라. 마음껏 하시면 된다’고 지지해 주셨다”면서 “‘조금 천천히 갔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으셨지만 지금은 모두 좋아하신다”고 전했다.
전도 생태계를 조성하라
‘학원 복음화 사역’을 통해서는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있다.
프로야구와 엘리트 선수 출신 교인들이 ‘야구 교실’을 열며 자연스럽게 교회학교 학생과 지역 어린이가 교류하는 접점이 생겼다. 지난달 처음 시작한 야구 교실에는 이미 20여명의 아이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밖에도 토요일과 주일에 ‘영어 뮤지컬’ ‘보드게임 카페’ ‘악기·댄스 교실’을 개설해 교회 문을 활짝 열었다. 동네에 ‘전도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일종의 장기 투자인 셈이다.
박 목사는 “주민센터와 함께 독거노인 반찬 나누기를 비롯해 주민을 적극적으로 만나고 있지만 초기부터 전도를 앞세우면 반감만 산다”면서 “이런 활동을 통해 전도 생태계가 조성될 거로 믿는다”고 내다봤다.
당회의 지지 외에도 변화를 위한 동력이 하나 더 있다고 했다.
박 목사는 “부임 후 해마다 두 차례 직접 말씀 사경회를 인도하면서 교인들과 목회철학을 공유하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비전을 나누며 교인들과 복음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인들이 복음을 아는데 그치지 않고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걸 강조하는데 이 과정에서 여러 변화를 일군 것 같다”고 밝혔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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