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학동 붕괴참사 3주기…책임자 처벌 아직 안돼

9일 참사발생 시각 맞춰 추모식

광주 학동 재개발 현장 붕괴참사가 제3주기를 맞는다. 도심 한 복판에서 후진국형 인재(人災)가 발생한지 1000일이 넘었지만 부상자, 유족들의 고통은 여전하고 책임자 처벌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광주시는 9일 오후 4시 20분 동구청 주차장에서 학동참사 3주기 추모식을 개최한다고 6일 밝혔다. 추모식은 개식 선언 직후 참사발생 시각 4시22분에 맞춘 1분간의 묵념에 이어 헌화, 추모사, 추모합창, 애도의 시간 등으로 1시간여동안 진행된다.

4·16재단 부설기관으로 지난해 12월 발족한 재난피해자권리센터는 앞서 학동 참사 유족과 당시 부상자들이 정신적 트라우마와 신체적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권리센터는 실태조사에서 조사대상 유족 12명 중 7명이 자살을 심각하게 고민했고 실제 3명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등 트라우마에 신음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반면 책임자 처벌은 하세월이다. 불법과 비리로 얼룩진 재개발 철거현장에서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그날 이후 3년이 흘렀지만 책임자 규명은 여전히 마무리 되지 않있다.

광주고법 제1형사부는 다음달 17일 업무상과실치사,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HDC현대산업개발 현장소장과 철거업체 대표 등 학동참사 관련자 10명에 대한 항소심 재판을 연다.

붕괴참사를 유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장소장 등은 2022년 12월 1심에서 1년 6개월~3년 6개월의 징역형 등을 선고받았으나 형량이 부당하다며 참사 책임을 둘러싼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추모공간 조성도 지지부진하다.

그동안 추모공간 부지 선정을 둘러싼 갈등을 빚어온 재개발 조합과 유족들은 우여곡절 끝에 최근 현장에서 300m 거리인 광주천변 연결 녹지에 ‘녹지공원’ 형태 조성방안에 합의했다. 하지만 당시 무너진 건물에 매몰된 ‘운림 54번’ 시내버스 활용방안 등에 대한 이견은 좁히지 못한 상황이다.

유족들은 재개발 구역 내부에 별도의 추모공간을 조성하자고 주장해왔으나 조합 측은 설계변경이 어렵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아왔다.

2007년 착공한 학동 재개발 정비 4구역 주택재개발사업은 학동 633-3번지 일대 12만 6433㎡에 지하 3층, 지상 29층의 아파트 19개 동, 2314세대의 아파트를 신축해 분양하는게 뼈대다.

전체 철거대상 건물 594개동 가운데 현재 학동주민센터, 남광교회 교육관 등 2개 동만 남아있다.

2021년 6월 9일 오후 4시 20분쯤 학동4구역 재개발 현장에서는 철거 중이던 지상 5층 규모 건물이 왕복 4차선 도로 쪽으로 무너지면서 승강장에 정차 중이던 시내버스를 덮쳐 승객 9명이 숨지고 8명이 크게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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