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T야?" 북태평양고기압의 MBTI는 무엇일까

강언구 2024. 6. 6.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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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둘러싼 기단 이야기

[강언구 기자]

"너 T야?"

누구보다 전투적이고 이성적이어야 살아남는 시대에 살다보니 공감능력과 감성에 대한 그리움이 커졌던 걸까. 지난 겨울, 이 말이 유행했었다.

어느덧 6월, 바야흐로 여름이다. 며칠 전까지는 뭐 벌써 이리도 덥냐는 푸념을 내뱉곤 했지만, 가만 생각해보니 여름인데 더운게 당연한 건가 싶어 괜시리 더위에게 미안해진다. 이렇게 나는 F인가보다.

여름으로 접어들면 날이 더워지는 것을 먼저 느끼게 되지만 아직은 초여름, 다행히 습도는 높지 않아 꿉꿉한 느낌은 적다. 그렇다 보니 낮에 햇살이 비치면 빠르게 더워지는 반면 해가 지면 금새 온도가 떨어진다.

그러면 언제부터 무더위, 즉 눅눅한 찜통 더위로 바뀌는 걸까. 초여름에서 한여름으로 넘어가는 과정은 '기단'의 세력 싸움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기단? 뭐든 설명하다가 슬쩍 어려운 이야기로 넘어가는 것이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갑자기 튀어나온 기단을 먼저 알아보자.

기단은 수평적으로 유사한 성질을 띤 공기 덩어리를 말한다. 공기 덩어리가 수백, 수천 킬로미터의 광활한 범주에서 일정한 특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거대한 규모의 원인이 있어야 하고, 일정 기간 그 원인의 영향을 받으며 기다릴 수 있도록 안정적이어야 한다. 그러니 살짝 반칙을 써서 기단을 '거대 고기압'으로 이해하면 쉽다.

그러면 어떤 기단이 있을까. 단순하게 생각해 보자.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표면의 가장 직관적인 구분은 대륙-해양, 그리고 극-적도이다. 이를 통해 '기단의 MBTI'를 알아낼 수 있다.

대륙 출신의 기단은 continental air mass(대륙 기단)의 첫 자인 c로 구분하며 건조하다. 반면 해양이 고향인 기단은 maritime air mass(해양 기단)에서 온 m으로 표현하며 습윤하다. 이로써 기단의 '수증기 양'을 기준으로 한 속성을 부여했다.

또 다른 특성은 '온도'이다. 극지방인 북쪽의 찬 기단은 polar air mass(극 기단)에서 P를, 적도에 가까운 남쪽의 따뜻한 기단은 tropical air mass(열대 기단)에서 T를 가져와 속성을 분류한다.

다 왔다. '수증기 양'과 '온도'라는 두 특성으로 MBTI를 나누었으므로 한랭건조(cP), 한랭습윤(mP), 온난건조(cT), 온난습윤(mT), 총 네 가지의 유형이 나온다.

이를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실제 기단의 이름과 연결해보자. 겨울을 상징하는 차갑고 건조한 기단인 시베리아고기압은 cP이고, 겨울이 끝나 육지가 가열되어 상대적으로 차가워진 내해(동해~오호츠크해)의 수면에서 수줍게 만들어지는 한랭습윤한 오호츠크해고기압은 mP이다.

겨울과 여름, 여름과 겨울의 교체기에 중국 내륙에서 발생하는 양쯔강기단은 온난건조한 cT로 분류해야겠지만 실체가 모호하므로 다루지 않겠다.

드디어 여름의 주인공 북태평양고기압이 등장했다. 외향적이며 무궁무진한 변화를 창조해내고, 거침없으며 유동적인 북태평양고기압이 사람이라면 틀림없이 ENTP였을 테지만, 위의 분류를 따르면 온난습윤한 mT이다. 그렇다. ENTP이든 mT이든 북태평양고기압은 T였다.

그렇다면 이 기단들은 현재 어디에서 어떻게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6월 4일 21시(12UTC) 기상청의 편집일기도를 살펴보도록 하자.
 
 6월 4일 편집일기도
ⓒ 기상청
먼저, 겨울을 장식했던 대륙(시베리아)고기압은 현재가 자신의 시간이 아님을 알기에 저 멀리 카자흐스탄에 중심을 둔 채 웅크리고 있다.

우리나라 주변에는 캄차카 반도에서 동해로 이어지는 오호츠크해고기압이 자리를 잡고 있어, 맑은 날씨 속 강한 일사로 낮에는 30도 이상의 더운 날씨를 보이고 있다. 다만 대륙성 기단에 비해 습도가 높아졌다 해도 북태평양고기압에 비하면 여전히 간지러운 수준, 밤에는 기온이 낮아져 일교차가 크다.

오늘 자 이 구역의 T, 여름의 지배자인 북태평양고기압은 아직 북서태평양에서 세력을 키워가고 있다. 일기도 우측 하단의 고기압이 북태평양고기압의 영역이며, 오호츠크해고기압과의 사이에 길고 긴 협곡인 수렴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 수렴대가 바로 정체전선 등의 모습으로 여름철 길고 긴 비의 시간을 만들어 내는 경계선이며, 더욱 북상해 그 남쪽의 북태평양고기압이 우리나라를 지배하면 '진짜 여름'이 찾아온다.

이제 곧 여름철 위험기상의 시기가 다가온다. 기후변화를 실시간으로 겪어내고 있는 현 시대의 인류로서, 우리는 과도한 기후변화와 극한의 기상현상에 두려움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이번 여름도 기상청 등 방재기관에서 전파하는 정보에 귀기울이며 우리 자신을 지켜낼 수 있도록, 재난에 관해서는 모두 T가 되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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