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예술’ 경지에 이르다... 반클리프 아펠이 선보인 올해 새 시계들 [더 하이엔드]
반클리프 아펠의 시계는 이들이 선보이는 하이 주얼리 이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 독창성 때문이다. 이들은 다른 브랜드에 없는 메커니즘을 시계에 넣거나 시계를 캔버스 삼아 이야기를 더하기도 한다. 올해 워치스앤원더스 시계 박람회에서도 브랜드의 시계 제작에 대한 방향성과 정체성을 담은 제품이 여러 점 나왔다.
새로운 시계를 아우르는 전체 주체는 ‘매혹적 시간을 완성하는 예술적 기교(Metiers d’Art)’. 보석 세팅, 미니어처 에나멜 페인팅, 인그레이빙과 같이 브랜드가 보유한 여러 장인 기법과 시적인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한 메커니즘을 합친 시계를 망라했다. 손목시계가 아닌 예술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레이디 아펠 데이 앤 나잇 워치 & 레이디 데이 앤 나잇 워치
지평선 위로 보이는 해와 달의 움직임을 24시간 회전 디스크로 보여주는 두 점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시곗바늘이 회전하면 해와 달이 있는 디스크도 느릿하게 움직인다. 정오가 되면 달은 지평선 아래로 숨어버리고, 반대로 자정이 가까워지면 해가 점점 모습을 감춘다. 시계를 볼 때마다 조금씩 바뀌는 다이얼의 모습이 흥미롭다. 지름 38㎜의 큰 사이즈 제품의 경우 해는 옐로 사파이어, 달은 화이트 다이아몬드로 만들었다. 33㎜ 모델에 얹은 달 모티프 소재는 옐로 골드다.
밤하늘을 표현한 회전 디스크는 이탈리아 무라노에서 제작한 어벤츄린 글라스로 만들었다. 섭씨 1200도에서 만든 이 유리는 도가니에 함께 넣은 광석과 섞여 짙은 파란색을 띠며, 거친 돌 모양으로 시작했지만 여러 차례 절단과 연마 과정을 거친 후엔 시계에 맞는 모습을 갖추게 된다.
다이얼 아랫부분의 지평선 모티프는 모두 자개로 만들었다. 각 시계에 어울리는 패턴을 수공 기요셰 작업으로 완성한 후, 화이트 또는 블루 컬러로 색을 입혀 마무리하기 때문에 각 분야 장인의 손을 거쳐야 하는 협업 작품이다. 포에틱 컴플리케이션(Poetic Complications, 시적인 이야기를 담은 시계 메커니즘) 컬렉션에 속한 제품으로, 꽃이 활짝 핀 정원의 풍경이나 밤하늘, 더 나아가 천체의 신비 등 여러 주제에 브랜드의 상상력을 얹어 완성한다.
레이디 아펠 브리즈 데떼 워치
포에틱 컴플리케이션 컬렉션 라인업에 추가된 또 하나의 신작이다. ‘여름의 바람’이라는 서정적 이름처럼 싱그러움을 한껏 머금은 여러 송이의 들꽃과 한 쌍의 나비가 다이얼을 수놓았다.
이 시계엔 온-디맨드(on-demand) 오토마통이란 메커니즘이 숨어있다. 사용자가 원할 때마다 다이얼 위 장식 일부가 움직이며 생동감을 연출하는 메커니즘이다. 케이스 8시 방향에 자리한 버튼을 누르면 오토마통이 구현된다. 흐드러지게 핀 꽃과 줄기가 바람에 흔들리듯 좌우로 움직인다. 한 쌍의 나비는 하늘을 날 듯 다이얼 위에서 원을 그리며 회전한다. 나비는 평소 시곗바늘을 대신한다(대락적인 시간만 확인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다이얼 위 모든 요소는 장인의 손끝에서 완성됐다. 다양한 에나멜 기법과 보석 세팅, 금속 공예로 작은 캔버스를 채웠다. 화이트 골드로 만든 케이스 지름은 38㎜이다. 케이스에 연결된 앨리게이터 가죽 스트랩은 별다른 도구 없이 직접 교체할 수 있다.
레이디 아펠 데이 앙샹떼 워치 & 레이디 아펠 나잇 앙샹떼 워치
엑스트라오디네리 다이얼(Extraordinary Dials) 컬렉션에 속한 신작으로, 이 컬렉션은 브랜드가 보유한 예술 기법을 총동원해 제작됐다. 낮과 밤으로 배경을 달리한 두 점의 새 시계 다이얼엔 반클리프 아펠을 상징하는 요정 모티브가 등장한다. ‘낮 시계’에 있는 요정은 햇살을 받으며 꽃밭 위를 날아다니는 한편, ‘밤 시계’에선 달빛 아래에서 휴식을 취한다. 다른 브랜드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다이얼이다.
이번 시계를 선보이기에 앞서 브랜드는 ‘파소네’라 칭한 새로운 에나멜 기법을 개발했다. 틀에 넣고 굳힌 에나멜을 원하는 형태로 조각하는 방식이다. 유약 처리한 것처럼 광택이 생기며 입체감도 더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새 기법은 ‘에나멜 내부 세팅’이다. 홈을 낸 에나멜에 젬 스톤을 배치한 후 열을 가해 접합하는 것으로 개발에만 2년이 걸렸다. 새 기법과 더불어 전통적인 에나멜링과 금속 세공, 시계에 더한 스톤 세팅, 작은 조각을 이음새 없이 붙이는 마케트리까지 여러 장인 기법을 확인할 수 있다.
이현상 기자 lee.hyunsa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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