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통 20주년'…달리는 KTX에 숨은 첨단 유지보수 기술
고장코드 자동분석, 실시간 공유 등 중장기 유지보수 계획 수립
차량정비 품질 제고, 스마트팩토리 마련
지난달 코엑스에서 열린 '국토교통기술대전'에서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부스 앞에는 '선로 자율주행 로봇' 관람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기존 사람이 철길을 따라 걸으며 일일이 확인하던 선로 안전 점검 업무에 투입되는 로봇이다. 호우나 산사태로 선로에 낙석이 떨어졌는지를 점검하며 열차 안전운행을 확보하고,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선로의 기울기와 균열 상태도 점검할 수 있다.
6일 코레일은 올해 정선선을 대상으로 선로자율주행 로봇을 투입해 안전성과 효율성을 검증하고 향후 확대 투입 구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AI와 자율주행 등 4차산업 혁명의 최첨단 기술을 활용해 과학적 유지보수 체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코레일의 노력이 성과를 내고 있다.
개통 20주년을 맞는 KTX는 대표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하루 381회 운행하며 23만명을 실어 나른다. 세계적으로도 주목받는 KTX에는 다양한 첨단 유지보수 기술이 녹아있다. 최첨단 고속열차 운영의 숨은 주역은 축구장 11배 크기(79,321㎡)에 달하는 고속열차 차량기지다.
주인공은 고양에 있는 코레일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이다. 기지 경정비동에서 진행되는 20여대 열차의 모든 정비 상태를 실시간으로 관리한다. 100인치 모니터 3대에서 현재 정비가 진행되고 있는 열차와 출고를 앞둔 열차, 정비를 위해 고압전기를 차단한 곳 등의 모든 기지나 상황이 표시된다. 현실세계의 기계나 장비 등을 컴퓨터 속 가상세계에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형태로 나타낸다.
기존에는 하루 20~30대의 KTX 정비 작업의 모든 공정을 직접 수기로 상황판에 기록해야 했다. 실제 기지에서 진행하는 작업만 하루 270여가지로 일괄적인 기준으로 진행상황을 집계하기가 쉽지 않았다.
자동으로 고장코드를 원격 분석하는 첨단 작업부터 내외부 청소와 같은 수작업까지 작업의 범주가 광범위했다. 이에 코레일은 각 작업을 관리할 수 있는 단계로 통합하고 작업환경에 따라 구분해 ▲작업시작 ▲투입상황 ▲ 완료 등으로 보고화하는 방식으로 개선하는 기지관리시스템을 개발했다.
기지관리시스템으로 작업의 진행 단계뿐만 아니라 현재 상황을 영상으로 정확하게 보여줘 작업이 이뤄지는 환경도 함께 검토해, 작업 중 일어날 수 있는 오류도 사전에 점검할 수 있게 됐다. 일예로 기지 내 2만5000볼트가 흐르는 전기 공급 전차선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공유해 감전사고 예방을 달성할 수 있었다. 작업 당 정비시간도 19분씩 단축해 연간 6만3560시간 정비시간을 절약했다. 안전성과 작업능률을 모두 향상시키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는 KTX 운행정보시스템을 새로 도입했다. KTX 운행 중 발생하는 사소한 고장 내역은 실시간으로 차량 정비기지에 전달되고, 이 정보는 유지보수 작업자 개인의 스마트폰 알람으로도 전송돼 열차가 기지에 들어오기 전에 미리 최선의 정비계획이 세워진다. 고장 원인별로 정비 계획을 수립해 시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다. 그동안의 고장이력 통계를 적용해 중장기적인 유지보수 계획도 수립할 수 있다.
코레일은 또 차량 정비품질을 높이기 위한 차량기지 스마트팩토리도 구축하고 있다. 기지관리시스템이 통합적인 컨트롤타워라면 스마트팩토리는 개별 공정들을 로봇자동화 등을 통해 안전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수백kg 무게의 차바퀴를 옮기고, 차량 지붕을 닦는 세척로봇 등 인력으로 작업하기 힘든 작업을 로봇이 대신한다. 열화상카메라와 반응형 첨단 CCTV를 활용해 면밀하고 정확한 상시점검 체계를 구축하기도 한다.
여기에 고속철도 차량 정비 분야에 '상태기반 유지보수(CBM)' 시스템의 적용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수도권전철과 ITX-마음에 일부 적용하고 있고, 2025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신형 고속철도차량부터 보편화된다.
상태기반 유지보수는 주기적으로 부품을 교체하고 기기를 정비하는 대신 부품상태에 맞춰서 유지보수하는 정비 체계다. 사물인터넷(IoT) 센서를 활용해 열차가 주행하는 동안 어느 구간의 평균 속도는 얼마인지, 레일온도가 몇 도인지, 선로 전환기는 제때 동작하는지, 차량 부품은 고장없이 잘 돌아가는지 등 각종 유지보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이러한 빅데이터를 분석해 차량이나 시설의 정비 주기를 정한다.
코레일은 20년간 KTX를 운행하며 누적된 노하우와 고장 사례를 분석해 차량정비내역을 빅데이터했다. 그 결과 주변압기, 차축, 공기압축기, 모터류, 승강문, 냉난방장치, 배전반 등 13품목을 CBM 장치로 선정해 관리하게 하게 됐다. 1건의 고장이 발생하기까지 KTX가 달릴 수 있는 '서비스고장거리(MKBSF)'를 20만km로 연장할 수 있다. 기존 12만5000km 대비 60%를 증대한 것이다.
아울러 KTX 정비에 활용할 수 있는 각종 첨단장비도 개발하고 있다. 입체적으로 차륜의 균열을 감지하는 '위상배열 초음파 탐상 장비'를 도입해 초음파를 다방향으로 발사하고 그 반사파를 분석해 균열을 조기에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다. 음성인식 기반의 '스마트글라스'는 목소리와 사진, 영상으로 실시간 차량 상태를 본사 관제실로 전송하고 다자간 통신을 통해 응급조치를 실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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