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택도 없다…데이터센터 식히려, 이 나라는 바다에 건설 [팩플]

김철웅 2024. 6. 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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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접 액체냉각 시스템으로 데이터센터 운영비를 5년 동안 6000만달러(약 800억원) 아낄 수 있다. (액체냉각을 쓰는 기업은) 2년 안에 30%까지 늘어날 것” "
찰스 리앙 슈퍼마이크로 CEO는 5일(현지시간) 대만에서 열리고 있는 ‘컴퓨텍스 2024’에서 데이터센터 냉각 시장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슈퍼마이크로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업계를 주도하는 엔비디아의 파트너사다.

AI 열풍으로 학습·추론 등 컴퓨팅 장치에 요구되는 성능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며 장치를 보관하는 데이터센터 내 온도 관리가 업계 화두로 떠올랐다. 발열은 전력 소모량에 비례한다. 업계에선 AI 개발용 데이터센터가 최대 10배 가량 전기를 더 쓰는 것으로 본다.

구글 데이터센터. 발열을 낮추기 위해 플라스틱 막을 설치해 놨다. 사진 구글

공기→물→특수용액


데이터센터의 최적 온도는 20~25도다. 데이터센터가 쓰는 전력 중 40%가 발열을 잡는 데 사용된다. 안정호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는 “얼마나 효율적으로 열을 낮추는지에 따라 기업 이익 규모가 달라진다. AI 성능 경쟁 못지않게 냉각기술 경쟁도 치열하다”고 말했다.
박경민 기자

AI가 주목받기 이전엔 팬(환풍기)과 에어컨을 이용한 ‘공랭식’이 일반적이었다. 차가운 공기를 서버 내부로 투입해 뜨거운 열을 밖으로 빼내는 원리다. 외부 기온이 중요하므로 추운 북유럽 국가에 데이터센터를 지으려는 수요가 많은 이유기도 하다. 실제로 페이스북 모기업 메타는 스웨덴에, 구글은 핀란드에 데이터센터를 갖췄다. 하지만, 공랭식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온도가 높아지면 냉각 효율이 떨어진다. 가장 많이 쓰는 방식이지만, AI로 인한 변화에 는 적절하지 않다.

공기가 아닌 물을 쓰는 '수랭식'은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컴퓨팅 장치 주변에 배관을 두고 냉각수를 흘려 보내 열을 빼앗고, 더워진 물은 열교환기를 통해 다시 식힌다. 이 분야 1위인 미국 업체 버티브에 따르면, 공랭식에 비해 수랭식은 전력 사용의 18%를 줄일 수 있다. 버티브 측은 최근 "주문이 이전에 비해 2배 늘었다"고 밝혔다.

'액침 냉각'은 개발이 진행 중인 기술이지만, 실현될 경우 비용이 가장 저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방식은 증류수를 쓰는 수랭식과 달리 열전도율이 매우 높은 특수용액을 사용하는데, 컴퓨팅 장치를 용액에 통째로 담근다. 전자부품을 손상시키지 않고도 열을 잘 뺏어야 하기 때문에 개발 난도가 높다. 다만, AI 발전 속도를 고려하면 액침 냉각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많아 국내 건설사, 통신사, 정유사 등 다양한 업계에서 도전 중이다.


더 알면 좋은 것


MS가 2018년부터 2년 간 실증한 수중 데이터센터는 정상 작동이 확인됐다. 사진 마이크로소프트 블로그
처음부터 바닷물 안에서 데이터센터를 짓는 아이디어도 있다. 중국 업체 하이랜더는 2025년까지 하이난 섬 인근 바다에 축구장 13개 크기인 6만8000㎡짜리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다. 차가운 바닷물이 자연 냉각수인 셈이다. 하이랜더 측에 따르면, 중국 시민 16만명의 연간 전기 사용량만큼을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2018년 스코틀랜드 바다에서 해저 데이터센터를 시험 가동한 사례가 있다. ‘나티크’라는 명칭이 붙은 이 프로젝트는 강철 컨테이너로 데이터센터 외관을 감싸고 내부는 질소 가스로 채워 수중 압력을 버티는 데 성공했다. 다만 MS 측은 내부 사정으로 인해 추가 프로젝트를 진행하지는 않고 있다.

김철웅 기자 kim.chulwo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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