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회의 때 같은 말 반복하고 횡설수설…인지 쇠퇴 징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여러 비공개회의 석상에서 똑같은 말을 자주 반복하거나 너무 기운 없이 말하는 등 인지능력 저하가 의심되는 행동을 보였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캠페인 최대 약점인 고령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하는 기사가 나오자 백악관이 발끈하며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WSJ는 5일(현지시간) ‘닫힌 문 뒤에서 바이든은 쇠퇴 조짐을 보인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이 비공개회의 때 인지능력이 떨어진 듯한 모습을 보인 여러 사례를 보도했다. WSJ는 수개월에 걸쳐 바이든 대통령과 대화한 여야 의원들이나 행정부 관리 45명 이상과 인터뷰한 결과라며 이를 소개했다. 대체로 바이든 대통령이 제대로 행동하지 못했다고 전한 건 대부분이 공화당이었지만, 민주당 일부도 쇠퇴 조짐을 인정했다고 한다.
WSJ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월 백악관 웨스트윙(집무동)에서 의회 지도자들과 만나 우크라이나 지원 협상에 나섰을 때 종종 너무 약하게 말해서 일부 참석자들이 그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고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명백한 사항을 말할 때도 메모에 의존했고, 장시간 말을 멈추거나 때때로 너무 오랫동안 눈을 감고 있어서 일부는 그가 정신을 차리고 있는지를 궁금해 했다고 WSJ은 전했다.
당시 회의 때 약 24명의 의회 인사들이 참석했는데, 바이든 대통령이 천천히 돌아다니며 인사하느라 회의 시작까지 약 10분이 걸렸다고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의 참석자들이 모두 동의한 내용인 우크라이나 지원 필요성을 노트를 보며 장황하게 말하기도 했다. 한 참석자는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불편함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하킴 제프리스 하원 소수당 원내대표는 “바이든 대통령은 놀라울 정도로 강하고 결단력이 있는 모습을 보였다”고 반박했다.
공화당원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5월 부채 한도 협상 등을 논의하는 자리에 때때로 즉흥적인 모습을 보였고, 이미 해결된 의제를 다시 꺼내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공화당 측을 이끌었던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은 바이든 대통령의 태도나 세부 사항에 대한 파악 정도가 연일 달라지는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매카시 전 의장은 “횡설수설했다. 그는 항상 메모를 갖고 있었다”며 “다른 방법으로는 협상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 “그가 부통령일 때 자주 그를 만났고, 그의 집에도 갔었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예전과) 같은 사람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WSJ는 “바이든 대통령은 다른 의원들에게 답변을 자주 미뤄서 회의 때 바이든 대통령이 참여하지 않았다고 회상한 참석자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임기가 이어지는 동안 의원들과의 소규모 회의 횟수도 줄였다. 백악관 방문자 기록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첫해 웨스트윙에서 20명 미만의 의원들과 30회 이상 회의를 가졌다. 그러나 2년 차에는 약 20회, 3년 차에는 약 12회로 그 수가 줄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개 석상에서도 종종 말실수로 고령 논란을 자초했다. 그는 지난달 19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캠페인 행사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됐던 2020년 자신이 부통령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2017년 1월 부통령 임기를 마쳤다. 이튿날 백악관 행사에서는 가자지구에 억류된 미국인 인질 중 한 명이 백악관 행사에 초대된 손님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백악관 측은 “메모를 이용하는 건 관행이고, 다른 말실수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소규모 회의가 줄어든 건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해 주요 법안을 추진할 기회가 줄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앤드루 베이츠 백악관 대변인은 “공화당 의원들이 수년 동안 (보수 언론인) 폭스 뉴스에서 내뱉었던 것과 똑같은 거짓 주장을 뉴스거리라고 생각한 것에 놀랐다”며 매카시 전 의장을 제외한 나머지 공화당원들은 모두 익명으로 말을 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의원들도 WSJ 기사에 대한 반박을 쏟아냈다. 낸시 펠로시 전 의장은 엑스(X)에 “바이든을 직접 겪으며 본 그의 지혜와 경험 등을 이야기했는데, 이를 무시하고 공격에만 집중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패티 머레이 상원의원도 “나는 지난 1월 회의 때 대통령이 모든 사람을 하나로 모으는 방식으로 회의를 운영했다고 WSJ에 분명히 밝혔지만, 내 말은 인용되지 않았다”며 “그 이유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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