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에 가면 세금 내는 700살 소나무가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지역여행의 매력을 알리고 국내 여행을 통해 지역 곳곳에 활력을 더하자는 취지로 6월 ‘여행가는 달’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 ‘숨은 여행 찾기, 로컬 재발견’이라는 캠페인 슬로건에 맞춰 이 기간에 한시적으로 개방하는 ‘숨은 관광지’와 체험 프로그램들을 소개한다. 충남 아산 외암마을, 경남 남해 지족해협 죽방렴, 경남 하동 섬진강 재첩잡이, 경북 예천 천향리 석송령이다.
조선시대에 형성된 외암마을은 상류층, 중류층, 서민 가옥 등 다양한 전통 가옥이 상당 부분 원형을 유지한 채 남아 있어 마을 전체가 국가민속문화유산에 지정돼 있다. 6일부터 8일까지 오후 6~10시 외암마을 야행 축제를 통해 다채로운 야간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선보인다.
조선시대 이미지를 접목한 미디어아트, 상류층 가옥에서는 전통 혼례와 다도 체험이 진행된다. 사전 예약한 일반인들이 외암마을의 시그니처 전통 예복을 입고 전통 혼례식을 올린다. 고즈넉한 정자와 사랑채에서는 차 문화를 배우고 차를 음미하는 체험이 이뤄진다. 외암민속마을의 상징이자 국가민속문화유산인 건재고택에서는 아이들에게 전통과 예의를 가르치는 외암서당이 열리고 고택 앞에는 제기차기, 사방치기, 투호 등을 체험하는 민속놀이터가 마련된다. 이밖에 다양한 공간에서 고택 달빛 콘서트, 인문학 콘서트, 예술장터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참가자들이 밤마실 기분을 내며 거닐 수 있게 청사초롱도 제공한다.
쪽빛 바다를 품은 남해군 지족해협은 물살이 세차다. 또한 조수간만의 차가 크고 수심의 깊이가 적당해 죽방렴이 잘 보존된 곳이다. 총 23곳의 죽방렴이 해협 곳곳에 설치돼 있으며, 4월에서 11월까지 활발한 어업활동이 이뤄진다.
죽방렴은 대나무(竹)를 발처럼 엮어 세워 고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가두는(防) 어업이다. 멀리서 볼 때 바닷속에 단순히 울타리가 세워진 것처럼 보이지만 위에서 내려다보면 부채꼴(V)이다. 죽방렴의 역사는 5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 예종 원년(1496년)에 편찬된 ‘경상도 속찬지리지’에 ‘방전에서 석수어, 홍어, 문어가 산출된다’고 적혀 있는데, 방전이 죽방렴이라 알려져 있다.
남해 지족해협 죽방렴(명승)은 국가유산청에서 진행하는 생생국가유산 사업 중 자연유산으로 2024년 선정돼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5월부터 10월까지 날씨와 물때가 알맞은 날에 진행하지만 여름에는 장마로, 가을에는 수온 하락으로 인해 체험이 어려울 수 있어 국가유산청은 6월이 체험에 가장 적합한 시기라고 추천한다. 체험을 하려면 사전예약이 필수이고, 6월 체험 가능일자는 8일과 22일이며, 6월 한정 특별해설과 죽방렴멸치 기념품 증정도 함께한다.
‘섬진강의 보물’이라 불리는 재첩은 모래에 사는 작은 민물조개다. 재첩은 바닷물과 민물이 합쳐지는 지점에 주로 서식한다. 조개를 채취하는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바닷가 갯벌에서 이뤄지는 데 비해 재첩의 무대는 깨끗한 강이다. 하동에서는 재첩을 강에서 사는 조개라고 해서 ‘갱조개’라고도 부른다.
해양수산부는 독특한 어업 문화의 역사 문화적인 가치를 인정해 2018년 국가중요어업유산 제7호로 ‘하동·광양 섬진강 재첩잡이 손틀어업’을 지정했다. 이어 손틀어업은 2023년 7월 우리나라 어업분야에서는 최초로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에 올라 국제적으로 가치를 인정받았다 할 수 있다. 손틀어업은 재첩을 채취하기 위해 강에 직접 들어가 강바닥을 긁는 방식이다.
재첩은 4월 중순부터 10월 말 사이에 채취하는데, 이중 재첩 살이 도톰하게 오르는 5~6월이 제철이다. 14일부터 16일까지는 재첩을 주제로 한 ‘제8회 섬진강문화재첩축제’도 열린다. 소나무가 울창한 송림공원에서는 힐링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섬진강 백사장에서 ‘찾아라! 황금재첩’이라는 특별한 재첩잡이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진짜 금을 강바닥에 숨겨 놓아 재첩을 잡으면서 행운도 얻을 수 있다. 행사 동안에는 전문 어업인들이 사용하는 거랭이를 이용한 손틀어업도 체험해 볼 수 있다.
천연기념물 천향리 석송령을 6월 8~9일 이틀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보호책 안쪽에서 만날 수 있다. 평소에는 보호책 밖에서 보거나 마을 정자에서 그 위풍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소나무 한 그루 둘러보는데 무슨 야단일까 싶지만 석송령이라면 다르다. 석송령은 추정 수령이 약 700년으로 줄기 둘레가 4.2m, 높이 11m에 이르는 고목이다. 무엇보다 반송 품종 소나무다. 반송의 반(盤)은 대야, 쟁반 등을 뜻한다. 줄기가 밑에서부터 여러 갈래로 퍼지는 형태가 특징이다. 석송령은 수관 폭이 무려 30m에 달한다.
석송령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또 있다. 이 거대한 반송이 세금을 납부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매해 꼬박꼬박 16만 원가량의 재산세를 낸다. 토지를 소유한 까닭이다. 석송령에서 서쪽으로 보이는 천향보건진료소, 천향1리마을회관 일대가 석송령의 땅이다. 동시 출입 인원은 석송령 뿌리 보호를 위해 30명으로 제한한다.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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