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 속 파란 빛… 환상의 수중 풍경
북마리아나 제도는 태평양 북서부 미크로네시아에 위치한 휴양의 천국이다. 약 15개 화산섬으로 이뤄진 열도의 전체 면적은 1007㎢다. 사이판, 티니안, 로타 등의 섬이 주요 휴양지다. 이 가운데 사이판은 가장 큰 면적과 가장 많은 인구를 가졌다. 바다·섬을 비롯한 자연은 물론 태평양 전쟁 유적지 등 즐길거리, 볼거리가 가득하다. 조용히 휴식을 취하거나 모험 및 스포츠를 즐기기에 그만이다.
사이판의 마을은 주로 섬 서쪽에 자리한다. 파도를 막아주는 산호초 덕분에 앞바다는 물결이 잔잔하고 경치도 아름답다. 반면 섬 동쪽 바다는 세계에서 가장 깊은 마리아나 해구의 끝부분으로 수심이 매우 깊다. 조류와 파도가 강해 다양한 바위 풍경이 여행객의 발길을 기다린다.
사이판 본섬 북동해안에는 절벽이 깎여 만들어진 해식동굴 그로토(Grotto)가 있다. 사이판 최고 다이빙 포인트인 이곳은 다이버들에게는 ‘세계 3대 동굴 다이빙 스폿’으로 알려졌다. 천연 다이빙 풀에서는 수영 초보자도 안전 장비를 착용하면 누구나 스노클링을 즐길 수 있다.
그로토는 바닷가 절벽에 둥글게 형성된 동굴이다. 입구에서 가파른 절벽을 따라 급경사 계단 길을 내려가면 만난다. 이후 안전 로프를 잡고 부서지는 파도를 건너 섬 같은 바위로 이동한다. 동굴 사이로 보이는 파란 물빛만 보아도 이곳이 사랑받는 이유를 알만하다.
바위 위에서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그대로 바다로 풍덩 뛰어든다. 어두컴컴한 바닷물 속으로 들어가면 바다 쪽에서 쏟아지는 장면이 신세계다. 그로토 수중에는 바다로 연결된 3개의 작은 수중 동굴이 있다. 오묘한 형광색 파란빛이 환상적이다.
수면의 절벽 주변은 물결이 거세게 부딪치지만 물속은 의외로 고요하다. 그 물속을 형형색색의 물고기들이 노닌다. 프리다이버들은 하늘거리는 옷을 입고 수중 인생샷을 찍고 스쿠버다이버들은 여유롭게 바닷속을 즐긴다. 스노클링을 즐기는 이들도 신비로운 물속 탐험에 여념이 없다.
그로토에서 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이동하면 새섬(Bird Island)에 닿는다. 석회암으로 이뤄진 거북이 모양의 자그만 산호섬과 새의 날개처럼 생긴 아름다운 해안선이 시선을 끈다. 새들이 이곳에 모여 살아 이름을 얻었다.
이곳은 주변에 밝은 빛이 없어 별 사진 찍기에도 좋다. 일부 여행사·호텔이 ‘별빛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섬 서북쪽 끝 만세절벽(Banzai Cliff)이 명소로 이름났지만 그만큼 사람들이 몰려 자동차 불빛 등으로 별 사진 찍을 때 방해받기 일쑤다. 새섬 주변은 그나마 한적하다. 새섬에서 남쪽으로 이동하면 비밀의 해변 산후안비치다. 이곳의 명물은 악어바위. 바다로 툭 튀어나온 거대한 바위가 악어를 연상시킨다.
사이판의 서쪽 해안선을 따라서 하얀 모래사장과 청록색 석호, 산호초가 이어진다. 이 바다 위에서는 마리아나제도의 차모로 주민과 차모로계 미국인, 순수 미국인이 원팀이 돼 되살린 수 천 년 역사의 ‘마리아나 전통 카누’를 탈 수 있다.
사이판을 한눈에 내려다보려면 타포차우산(해발 474m)에 올라야 한다. 차로 9부 능선 주차장까지 가면 쉽게 닿을 수 있다. 정상에는 받침석을 포함해 5m가량 높이의 예수상이 있다. 고급 석재를 쓰거나 화려한 치장을 하지 않았다.
이곳에서는 360도 수평선 조망이 가능하다. 남서쪽으로 한국인 징용자 후손이 많이 살았다던 티니안섬이 한눈에 들어온다. 북서쪽으론 ‘물에 둘러싸인 육지’ 마나가하섬도 시야에 잡힌다. 마나가하섬은 사이판에서 보트로 5분 거리인 무인도다. 부드러운 백사장과 바닥이 그대로 들여다보이는 투명한 에메랄드빛 바다, 새파란 하늘의 3박자를 모두 갖춘 명소다. 그림 같은 풍경과 함께 스노클링, 체험 다이빙, 패러세일링, 바나나 보트, 비치발리볼 등 온갖 해양 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사이판은 태평양전쟁의 상흔도 품고 있다. 군국주의적 자살을 감행한 자살바위와 만세절벽. 사이판 함락 이후 이곳에서 1000여 명의 일본군과 민간인은 미군의 항복 권유에도 ‘천황 폐하 만세(반자이)’를 외치며 뛰어내렸다. 일본인뿐 아니라 강제로 끌려온 한국인도 다수였다. 만세절벽에서 차로 약 3분 거리에 1981년에 조성된 ‘태평양한국인추념평화탑’이 있다.
마나가하섬 환경보호 입도료 10달러
면세 지역 사이판 다양한 쇼핑 천국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이 한국과 사이판을 이어주고 있다. 제주항공은 매일 오전 9시30분과 오후 10시10분 두 편을, 티웨이항공은 매일 오후 10시30분 한 편을 운항한다. 모두 인천에서 출발하며 4시간30분가량 소요된다. 성수기에는 전세기 운항도 늘어난다.
사이판에서는 한국 면허증으로도 자동차를 빌리고 운전할 수 있다.
마나가하섬은 환경 보호를 위해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입장할 수 있다. 1인당 입도료 10달러를 현금으로 받는다. 그로토도 1인당 5달러의 입장료를 내야 한다. 현지 여행사의 그로토 스노클링 상품은 55달러 안팎이다.
마리아나 제도는 면세 지역이어서 쇼핑의 천국이다. 사이판 시내 가라판 지역에서 다양한 쇼핑을 즐길 수 있다.
사이판=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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