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온 액트지오 오너 "동해 유전, 명확히 답하러 왔다"
동해에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가스 자원이 매장돼있을 가능성을 제기한 미국 컨설팅업체 액트지오(Act-Geo)의 비토르 아브레우 박사가 5일 한국에 입국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브리핑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발표한 지 이틀 만이다.
아브레우 박사는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동해 유전) 발표 이후 한국 사회에서 많은 의문이 제기됐다”며 “이번 프로젝트는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더 나은, 명확한 답변을 드리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게 됐다”고 밝혔다.
동해 석유·가스전의 경제성이 높다고 보느냐는 질문엔 “그렇다”고 답했다. 다만 “한국석유공사와 비밀 유지 약속을 했다”며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이어 “석유공사로부터 조사된 광구에 대한 사업성 평가를 의뢰받았다”며 “우리가 검토한 것은 이전에 깊이 있게 분석된 적이 없고, 새로운 자료들”이라고 말했다.
아브레우 박사는 오는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한 기준과 향후 개발 가능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할 계획이다. 아브레우 박사가 있는 액트지오를 둘러싼 각종 의문점에 대한 해명도 있을 예정이다. 일각에선 액트지오가 임직원 10명 미만의 소규모 회사라는 이유로 전문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아브레우 박사는 방한 직전 연합뉴스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메신저를 통해 진행한 인터뷰에서 액트지오에 대해 "전 세계 심해 저류층 탐사에 특화된 '니치'(niche·틈새시장) 회사"라며 "고객사로 엑슨모빌, 토탈과 같은 거대 기업과 아파치, 헤스, CNOOC(중국해양석유), 포스코, YPF(아르헨티나 국영 에너지 기업), 플러스페트롤, 툴로우 등 성공적인 기업들을 두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건물을 소유하거나 여러 명의 부사장을 두는 방식이 아니라 수평적 구조에서 일한다"며 "핵심 분야에서 인정받는 세계적인 전문가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브레우 박사는 이번 방한 과정에서 정부와 석유공사 관계자들과 만나 향후 계획에 대한 자문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아브레우 박사는 지질그룹장을 역임했던 액슨모빌 재직 당시 구성원들과 공동 작성한 ‘생애주기 전반 심해 자원으로부터의 가치 추출’(Extracting Value from Deepwater Resources Across the Full Asset Life-Cycle) 논문을 통해 석유 탐사부터 생산까지 전 과정에서의 유의점을 설명한 바 있다.
논문은 “심해 저류층에서 석유와 가스를 발견하고 개발·생산하는 과정은 다른 경우들과 크게 다르다”며 “(탐사 단계에선) 비용이 많이 들고, 수면 아래에서 발생 가능한 돌발상황에 대처할 능력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탄탄한 리스크 관리·대응 계획(robust risk and mitigation plans)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탐사시추의 최우선 목표는 가장 수익성 높은 기회를 포착하고, 최소한의 비용으로 높은 성공률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탐사를 마친 이후엔 “배럴당 개발 비용을 최소화함으로써 발견된 자원을 가장 자본효율적인 방법으로 개발하는 것이 일차적 목표”라며 “철저한 데이터 수집을 통해 불활성과 위험을 제거하거나 크게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생산 단계에선) 채취량과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효율적인 저류층 관리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논문은 서아프리카 등 전 세계에서 이뤄진 석유 탐사 사례를 기반으로 작성돼 2014년 세계석유회의(WPC)에서 발표됐다.
동해 석유·가스전의 실제 매장량과 경제성을 확인하기 위한 탐사시추는 오는 12월부터 이뤄질 예정이다. 이를 위해 석유공사는 노르웨이 시추업체 ‘시드릴’과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에 대한 사용계약을 맺었다. 계약 규모는 3200만 달러(440억원8000만원)로, 작업은 약 40일간 이뤄질 예정이다. 시추 결과는 내년 상반기 중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번 발견을 향한 회의론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업체 S&P는 4일(현지시간) 보고서에서 정유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인용해 “업스트림(원유·가스의 탐사·개발·시추·생산 단계) 생산을 실현하기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엄격한 테스트와 막대한 재정,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S&P에 따르면 한국의 한 대형 정유사 소속 원료 관리 담당자는 “실제로 실현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으며, 프로젝트가 성공하더라도 최소 10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할머니도 월 400만원 번다…경단녀가 찾은 제2의 직업은 | 중앙일보
- "개XX야" 교감선생님 뺨을 때린 초3…학교 7번 옮겨다닌 사연 | 중앙일보
- 명의는 “거세” 21번 말했다…50대 되면 이 검사 필수다 | 중앙일보
- "성형해서라도 이건 만들라"…주역 대가의 돈 부르는 관상 | 중앙일보
- 샤넬·디올 그날 무슨 일…김 여사와 2년 대화 담긴 '최재영 톡방' | 중앙일보
- "포르노 보는 것 같았다"…마돈나 콘서트 관객, 소송 제기 | 중앙일보
- "싸이 온다" 수만명 몰리는데…주막 머무르며 춤춘 전북경찰청장 | 중앙일보
- "헬스하다 죽을 뻔, 콜라색 소변 봤다"…훈련병도 앗아간 이 병 | 중앙일보
- [단독] 대학생 94% "독방 달라"…권익위 '기숙사 1인실화' 권고 | 중앙일보
- 입도 못 맞추던 아마존 부족…'머스크 인터넷' 접한 뒤 음란물 중독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