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양자기술에 21조 쏟아붓는데…韓 2년간 예타도 통과 못했다
양자 기술 상용화의 초침이 빨라지고 있다. 전문가의 72%는 2035년에 양자 컴퓨팅이 실현될 것으로 본다(맥킨지). 중국이 내년까지 21조원을 양자 기술에만 쏟아붓는 등 양자가 인공지능(AI)에 이어 국가 경제·안보 격전지로 떠오른 배경이다. 특히 AI와 양자의 결합이 폭발적 시너지를 낼 것으로 진단되면서, 한국도 더 이상 투자를 늦춰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이 양자 기술에서 중국에 앞서지 않는다”라는 미국 외교안보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CNAS)의 경고가 최근 화제였다. CNAS는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의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의 공격적 양자 기술 투자 현황와 전문 인력이 부족한 미국의 현실을 지적했다.
이 보고서를 쓴 니코 모어 맥킨지 기술위원(전문가 파트너, 독일 레겐스부르크대 교수)을 서면과 지난달 22일 서울 여의도 맥킨지코리아 사무실에서 대면으로 인터뷰했다. 한국 고객사 대상 양자 세미나를 위해 방한한 그는 “지난 12개월 동안 오류 수정이나 큐비트 수에서 획기적 진전이 있어, 양자 기술 상용화가 앞당겨질 수 있다”라며 한국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 대항전 된 양자 기술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을 구동하는 기존 컴퓨터 단위인 비트(bit)'는 0 또는 1을 저장하지만, 양자컴퓨팅의 기반인 큐비트(Qubit)는 0과 1의 모든 조합을 동시에 나타낼 수 있다. 큐비트 3개는 8비트, 4개는 16비트를 처리하는 등 기하급수적으로 성능이 개선되므로 대량 데이터의 복잡한 연산도 단시간에 처리할 수 있다. 통신·암호·연산(컴퓨팅) 등에 두루 적용된다.
맥킨지 보고서는 최근 양자 기술 투자가 초기 스타트업보다 중기 이상에 집중되고, 민간보다 공적 투자가 크게 증가하는 국가전 양상을 띤다고 분석했다. 두드러진 건 중국의 물량전이다. 중국은 2025년까지 153억 달러(약 21조원)를 양자 기술에 쏟아붓겠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투자 규모(38억 달러)의 4배에 달한다.
모어 교수는 각국 정부가 약속한 투자만 420억 달러(약 58조원)에 달한다며 “주요국들이 치고 나가고 있어 시장 경쟁은 가파르게 증가할 것이고, 그간 미국과 유럽, 중국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양자기술 투자 및 개발이 아시아로 확대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아직까지는 정부 주도의 중국, 구글·IBM 같은 빅테크를 지닌 미국, 유망 양자 스타트업을 보유한 영국·프랑스 등이 주요 주자였지만,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전 세계 경쟁이 벌어질 거라는 전망이다.
뒤늦은 한국, 서둘러야
지난해 한국 정부는 양자 기술에 3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지만, 현실은 기존 계획한 1조원대 양자기술 지원 사업도 지난 2022년 이후 아직까지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일 정부는 연구개발(R&D) 분야에서는 예타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AI·바이오·양자 같은 미래 첨단 기술에 예산을 제때 투입하기 위해서다. 다만 예타 폐지가 실현되려면 국회에서 국가재정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
모어 교수는 “한국의 과거 기술 기반 성장 경험을 고려하면, 정부의 본격적 지원만 뒷받침된다면 양자 시장에서 충분한 잠재력이 있다”라며 “한국은 현재 많은 부품, 기계, 장비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만큼, 양자 관련 생태계(기기-부품-소프트웨어 등)의 가치 사슬을 재편하는 데에 집중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특히 모어 교수는 양자 인력 양성을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양자 기기·솔루션을 다룰 양자과학자가 부족해서 기술 도입이 지연되고 있다”라며 “2018년 이후 양자 기술 채용 공고는 매년 37%씩 증가하고 있지만, 현재 양자 분야 일자리 2개 중 1개는 공석”이라고 말했다. 맥킨지에 따르면 최근 인력 양성은 유럽에 집중돼 있다.
이를 위한 해법으로는 산학 협력과 혁신 클러스터를 강조했다. 그는 “양자 기술은 자본 투자, 물리적 인프라, 표준화, 교육, 최첨단 하드웨어 등을 두루 갖춰야 한다”라며 “여러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혁신 클러스터가 주목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세종시와 KAIST가 맺은 양자 생태계 협력 등을 예로 들었다.
AI와 양자는 ‘디지털 쌍둥이’
모어 교수는 “AI와 양자 기술은 디지털 쌍둥이와 같다”라고 말한다. “생성 AI를 실행하는 데 필요한 연산 능력의 한계를 양자 컴퓨팅이 해결할 수 있고, 반대로 양자 소프트웨어 최적화 개발은 AI를 활용하면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 AI와 양자가 서로의 막힌 점을 뚫는 상호보완 기술이기에, 함께 갖출 때의 파괴력이 크다는 얘기다.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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