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이재명 때리고, 한동훈도 쳤다…오세훈이 노리는 이미지 [정치 who&why]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이 연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오 시장은 5일 페이스북에 “이 대표가 언급한 연금개혁 모수개혁은 더 내고 더 받는 것인데 국민연금 고갈시점이 고작 9년 늘어난다”며 “이걸 두고 개혁이라고 하기도 민망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모수개혁을 해도 10대, 20대인 잘파(Z+알파)세대에게 연금은 내기만 하고 못 받는 돈이라는 사실은 변함없다”며 “이 대표의 모수개혁 재촉은 불량품을 내놓고 빨리 사라고 종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4일에도 오 시장은 “이 대표는 이화영 특검법으로 사전 면죄부라도 받으려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3일 발의한 ‘대북송금 사건 검찰 허위진술 강요 진상규명 특검법’이 이 대표 측근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 판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짙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이 대표가 3일 “서울시에서 내놓은 정책 중에 정관 복원 수술 지원 정책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하자 오 시장은 3시간 만에 “이 대표는 저출생을 위해 뭘 했나”라며 조목조목 반박했었다.
왜 이재명 때리나
이처럼 오 시장이 이 대표를 3일 연속 직접 비판한 건 이례적이다. 지난 2월 오 시장이 이승만 대통령 기념관 건립을 제안한 것을 민주당이 비판하자 서울시가 재반박하는 대리전 정도가 전부였다. 특히 4·10 총선 과정에서 오 시장은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정치현안에는 말을 아꼈었다.
정책과 정치현안을 가리지 않고 때리는 오 시장의 최근 변화에 대해 정치권에선 “본격적인 차기 경쟁 대열에 참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총선 참패 이후 여당에서 이 대표를 시원하게 꼬집지 못하고 연금개혁 등 정책이슈에 질질 끌려다니기만 하는데, 오 시장이 직접 등장해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오세훈 대 이재명’ 구도를 만들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동시에 ‘점잖은 오세훈’ 이미지를 깨려는 의도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간 여권에선 “오세훈은 한 방이 없다”라거나 “지나치게 부드럽고 강단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여권 관계자는 “이 대표를 더 강한 어조로 때리면서 기존 이미지도 탈피하고 보수층에도 어필하는 게 필요하다고 봤을 것”이라고 했다.
한동훈도 동시에 공격
오 시장은 지구당 부활 논쟁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는 지난달 31일 “지구당 부활은 개혁이 어긋난 방향으로 퇴보하는 것”이라며 “지구당은 지역 토호의 온상이었고, 헌금 많이 한 사람이 지방의원을 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고 지적했다. 오 시장은 초선 의원 시절인 2004년 이른바 오세훈법(정치자금법·정당법·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밀어붙여 통과시킨 당사자로 이번에도 ‘지구당 부활은 반(反)개혁’이라는 점을 내세운 것이다.
특히 그는 “여야가 동시에 지구당 부활 이슈를 경쟁적으로 들고나온 건 당 대표 선거에서 이기고 당을 일사불란하게 끌고 가려는 욕심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지구당 부활을 추진하는 이 대표와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을 한데 묶어 비판한 셈이다.
지난달 중순 오 시장은 국가인증통합마크(KC) 미인증 제품에 대한 해외 직구 정책을 놓고 한 전 위원장과 온라인에서 공개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다만 “우리 모두 국민을 위해 뛰자”며 더이상 확전에 나서진 않았다.
與 주류 껴안기
오 시장은 해외 직구 금지조치 논란 당시 “안전과 기업보호는 직구 이용자의 일부 불편을 고려해도 포기할 수 없는 가치”라며 정부를 옹호했다. 당시 한 전 위원장에 이어 나경원 의원, 유승민 전 의원이 “졸속 시행” “무식한 정책”이라며 현 정부를 맹공한 것과 궤를 달리했다. 한 원외 인사는 “대통령 인기가 낮을 때에도 잘한 일은 잘했다고 하는 게 여당이 할 일 아니냐”고 말했다.
오 시장은 5일에는 서울 한남동 공관으로 황우여 비대위원장과 비대위원을 초청해 만찬을 했다. “당 주류와 거리를 좁히면서 접점을 강화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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