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사체험은 범신론 반영… 무비판적 수용은 금물
A: 사후 세계를 다루는 임사체험담은 현대인들에게 큰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임사체험 연구는 미국 정신과 의사인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1926~2004), 철학자이면서 정신과 의사인 레이몬드 A. 무디 주니어에 의해 1970년부터 시작됐다. 임사체험자들은 자신의 육체를 벗어나 어두운 터널을 통과하고 어떤 빛을 만났으며, 심지어 빛 속에서 어떤 존재의 환대를 받았다고 말한다. 임사체험은 대중의 압도적인 관심 속에서 이제 심리학 정신신경학 뇌생리학 종교학 문화인류학 철학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되고 있다. 그렇다면 기독교인은 임사체험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져야 할까.
임사체험이라는 신조어를 만든 레이몬드 무디 주니어는 임사체험을 의학적인 사망시점에 특정인에게 일어나는 ‘영적 사건’으로 본다. 그러나 신경생리학자 케빈 넬슨(미 켄터키대) 교수는 뇌에서 일어나는 현상으로 일축한다. 뇌과학자들은 임사체험을 뇌 안에서 일어나는 화학적 반응이나 산소 부족으로 인한 뇌의 이상 활동으로 설명한다. 즉 뇌 활동이 최종적으로 중단되기 직전에 뇌가 일으킨 환각상태로 추정한다.
일례로 2013년 미국 미시간 대학교의 정신의학자들은 실험용 쥐를 마취해서 심장마비를 일으켰다. 이를 통해 쥐의 뇌에서 전기신호가 포착되지 않는 30초간 뇌조직의 부분별 활동량을 검사했다. 이 실험을 통해 산소공급이 차단되면 뇌에서 경련에 가까운 활동이 일어난다는 것이 관측됐다. 이들이 임사체험을 두고 산소부족으로 인한 뇌의 이상활동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그러나 네덜란드의 심장전문의 핌 반 롬멜은 이런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이 관찰한 344명의 심장마비 환자 중에서 18%가 임사체험을 한 것으로 파악했다. 모든 환자가 임사체험을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뇌의 산소결핍증이 임사체험의 원인이 될 수 없다고 본다.
그에 따르면 의식은 뇌에 한정되지 않고 뇌는 의식을 매개하는 기능도 가진다. 즉 뇌는 의식활동의 중심이자 수신기라는 것이다. 종양학 전문의 제프리 롱은 1300건의 사례분석을 통해 죽음 이후의 세계가 존재한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그렇다면 기독교인들은 임사체험을 어떻게 다뤄야 할까.
첫째로 임사체험은 범신론적인 내용을 갖기에 무비판적으로 수용해선 안된다. 가령 죽음학의 창시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약 2만가지 사례를 연구한 뒤 “우리가 사후에 신의 심판을 받는 것이 아니라 평생 자신의 해온 말과 행동을 되돌아보며 당신이 자신을 심판하는 기회를 만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븐 알렉산더(하버드대 정신신경학) 교수의 저서 ‘나는 천국을 보았다’는 기독교적이지 않다. 그는 명상을 통해 언제든 영적 세계로 들어갈 수 있으며 개인의 의식이 더 큰 우주의 일부분이라고 주장한다. 핌 반 롬멜 박사의 연구도 ‘내가 전체 우주와 연결된 것처럼 느꼈다’는 식의 힌두교적 신비주의를 반영하고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어떤 어두운 터널을 지나 신비로운 빛을 만났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성경은 사탄이 자신을 빛의 천사로 가장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고후 11:13~15). 범신론적인 임사체험은 우주와의 일체감을 강조하고 결국에는 ‘모든 게 잘 될 것’이라는 보편적 구원론을 반영하고 있다. 회개없이 누구나 낙원에 갈 것이라는 주장은 성경에 위배된다.
둘째로 목회적 관점에서 볼 때 임사체험에 대한 대중적 호기심은 물리주의와 유물론에 대한 비판으로 활용될 수 있다. 임사체험은 현대사회의 지배적인 이념인 물리주의의 한계를 드러낸다. 물리주의는 인간의 몸만 존재하며 영혼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견해다. 따라서 죽음 이후의 생명은 불필요하다고 본다.
이런 시대적 배경 속에서 영혼이 존재하고 사후에 삶이 있다는 주장은 초자연적인 영역을 거부하는 자연주의와 영혼의 세계를 부정하는 물리주의에 대한 비판으로 선용될 수 있다. 따라서 임사체험은 거의 죽은 상태에서 인간의 뇌 이외에 인식기관(영혼)이 있다는 간접증거로 활용할 수 있다.
복음주의 신학자이며 설교가인 존 맥아더 목사는 현대의 임사체험을 대개 불건전한 신비주의이며 비성경적인 사상이라고 비판한다. 임사체험은 종교와 체험자의 문화에 따라 달라지며 상호간에도 상충하는 점들이 많다. 따라서 모든 임사체험이 다 옳은 것이 될 수는 없다.
크리스천들은 성경에서 계시된 천국과 지옥, 심판과 부활의 소망에 대한 진리에 온전하게 집중해야 한다. 오직 성경만을 사후세계에 대한 유일한 기준으로 삼아 믿음을 지켜야 한다. “디모데야 망령되고 헛된 말과 거짓된 지식의 반론을 피함으로 네게 부탁한 것을 지키라.”(딤전 6:20)
김기호 교수
한동대 ·기독교변증가
존 맥아더, 천국을 말하다
존 맥아더 지음·생명의 말씀사
저자는 대중에게 알려진 임사체험 이야기들이 성경과 다르다고 지적하며 우리가 경계해야 할 천국관에 대해 경고한다. 가짜가 횡행하는 시대에 오직 성경의 렌즈를 통해서만 천국을 소망해야 한다고 권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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