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곧 선교지… 소그룹 채플로 학생들 회심 돕는다

우성규 2024. 6. 6.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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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 멘토인 박 목사의 설명에 숭실대 경영학과 새내기 세 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형 강의실에 수백명이 모여 예배를 드리는 집합 채플이 아니라 8명의 멘티 학생들과 함께 자원봉사자인 멘토들이 붙어 문답을 주고받으며 대화를 나누는 소그룹 채플 32개 조의 모임이 열리고 있었다.

숭실대는 장범식 총장 취임 뒤인 2021년부터 1학년 학생 중 희망자 34명을 대상으로 소그룹 채플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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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실대 소그룹 채플 현장 가보니…
숭실대 1학년 학생들이 5일 서울 동작구 교정 한경직기념관에서 소그룹 대면 채플 1학기 마지막 모임을 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대학교 1학년인 여러분, 모두가 죄인이라는 기독교 교리를 어떻게 생각하세요?”(멘토 박상인 머릿돌교회 부목사)

“저는 모태 신앙이지만, 솔직히 날 때부터 죄인이라는 게 잘 이해되진 않았어요.”(멘티 경영학과 1학년 여학생)

“영어로 죄를 Sin(신)이라고 하지요. 중심에 ‘i’, 즉 내가 있습니다. 성경에서 죄는 과녁에서 빗나간 화살로 비유합니다. 나를 중심에 두고 선하게 창조된 목적에서 벗어나는 것 자체가 죄란 뜻이지요.”(멘토 박 목사)

자원봉사 멘토인 박 목사의 설명에 숭실대 경영학과 새내기 세 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5일 서울 동작구 숭실대 한경직기념관 1층에서는 소그룹 채플이 한창이었다. 대형 강의실에 수백명이 모여 예배를 드리는 집합 채플이 아니라 8명의 멘티 학생들과 함께 자원봉사자인 멘토들이 붙어 문답을 주고받으며 대화를 나누는 소그룹 채플 32개 조의 모임이 열리고 있었다. 한경직기념관 전체가 소그룹들이 대화를 나누는 웅성거림으로 가득했다.

이날은 ‘인간의 삶과 기독교 신앙’이 주제였다. 권연경 숭실대 기독교학과 교수가 영화화된 JRR 톨킨의 소설 ‘호빗’에 나오는 황금을 깔고 앉아있는 용 스마우그를 들어 타인의 욕망으로 살아가는 우리네 인생을 이야기했다. 학생들은 권 교수의 영상을 시청한 뒤에 각자 소그룹에서 멘토들과 주어진 질문을 가지고 대화를 시작했다.

멘토는 목회자, 전도사, 선교단체 간사는 물론 한국기독실업인회(CBMC) 회원 등 수백명이 무보수로 함께하고 있다. 이번 학기는 ‘기독교와 정신건강’ ‘기독교와 인공지능’ ‘아름다운 소통과 예술적 자기표현’ 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고 이날이 대면 소그룹 채플의 마지막 날이었다. 다음 주엔 캠퍼스에 침투한 이단 관련 동영상을 시청하는 것으로 올해 1학년 1학기 채플이 종강하게 된다.

숭실대는 장범식 총장 취임 뒤인 2021년부터 1학년 학생 중 희망자 34명을 대상으로 소그룹 채플을 시작했다. 유리잔을 만지듯 조심스러운 접근이었다. 2022~2023년엔 경영대와 인문사회 및 이공계열 등 일부 학부만 시행하다가 올해부터 1학년 전체 학생 2874명을 대상으로 소그룹 채플을 전면 확대했다. 기존 집합 예배 채플에 설교자로 초청된 목회자들은 다리를 꼬고 귀에 블루투스 이어폰을 꽂은 채 잠을 청하는 새내기들의 모습을 보고 실망감과 함께 충격을 받기 일쑤였다. 장 총장은 이 같은 상황을 내버려 둘 수 없다고 생각하고 소소한 공감과 소통을 중시하는 MZ세대 특성에 맞춰 소그룹 채플 형태로 1학년 채플을 개편했다.

학생들 반응은 긍정적이다. 앞서 소그룹 채플을 이수한 물리학과 학생은 “소그룹이란 말을 들었을 때는 두려운 마음이 컸는데 기독교 신앙을 가진 학우들과 의견을 나눌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장 총장은 “대학이 곧 선교지,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선교거점이 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면서 “기독교 대학과 한국교회의 연합을 도모해 학생들의 회심을 돕기 위한 소그룹 채플을 더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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