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국적 재일 조선인 척박한 삶 속에 들어가 섬김·돌봄으로 보듬다

김아영 2024. 6. 6.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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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적 황무지' 일본에서 국적이 없는 재일 조선인을 보듬는 한국인 목회자 부부가 있다.

일본 오사카 하비키노시에 있는 메구미나채플의 이성로(55) 협력목사와 아내인 고정희(52) 사모는 이들을 대상으로 사역하는 유일한 한국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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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로 협력목사·고정희 사모
현지 교회 메구미나채플과 함께
재일 조선인 학교서 다양한 사역
재일 조선인 사역을 펼치고 있는 이성로(오른쪽) 메구미나채플 협력목사와 아내 고정희 사모가 최근 일본 오사카 하비키노시의 메구미나채플 예배당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목사 제공


‘영적 황무지’ 일본에서 국적이 없는 재일 조선인을 보듬는 한국인 목회자 부부가 있다. 일본 오사카 하비키노시에 있는 메구미나채플의 이성로(55) 협력목사와 아내인 고정희(52) 사모는 이들을 대상으로 사역하는 유일한 한국인이다. 일시 귀국한 이 목사 부부를 최근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고 사모는 “60만여명의 재일 조선인은 하도 척박한 삶을 살아서 그런지 심령이 매우 가난하다”며 “주님이 이들을 향한 마음을 부어주셔서 이들을 외면할 수 없다. 외롭고 힘든 사역을 지속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 목사 부부는 선교단체 ‘순회선교단’에서 훈련하다 2008년 ‘하나님이 부르시는 곳이라면 어디든 순종하며 나아가겠다’고 서원했다. 하나님이 이끄신 땅은 일본. 이들은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했던 2011년 아이치현 도요타시에 있는 한인교회의 청빙을 받으면서 일본 선교에 본격 나섰다. 그리고 2년 뒤 단기선교로 일본을 방문한 한국교회 성도들로부터 뜻밖의 제안을 접했다.

“일본에 살면서 혹시 우리 민족이나 북한을 위해 사역할 의향 있으세요?”

이 목사는 한국교회 성도들과 함께 아이치현의 한 조선초급학교를 방문해 장학금을 전달했다. 이후 고 사모는 오사카 거리에서 장학금을 전달받은 한 학생의 할머니를 우연히 만나 그의 집을 방문했다. 일제강점기 강제 징용으로 끌려온 뒤 일본에 정착해 5대가 모여 사는 집이었다.

고 사모는 “이 가족과 교제하면서 재일 조선인의 애달픈 사연을 알게 됐다”며 “1대 재일 조선인은 대부분 경상도와 제주도 등에서 강제노역으로 끌려온 이들로 해방 후 여러 사정으로 고국에 돌아가지 못했다. 일본에 살지만 일본인·한국인도 아닌 무국적자 ‘조선인’으로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목사 부부는 이들과 교제하면 할수록 하나님이 일본에 부르신 이유를 선명하게 깨달았다. 그래서 한인교회 담임목사직을 내려놓고 이들과 동고동락하는 삶을 살기로 결단했다.

오사카 키타오사카 조선학교 아이들이 포즈를 취한 모습. 이 목사 제공


이 목사 부부는 2017년부터 오사카의 히가시오사카 중급학교를 시작으로 후쿠시마 조선학교, 키타오사카 조선학교 등 재일 조선인 학교 4곳에서 다양한 사역을 펼치고 있다. 학교 청소부터 음식 바자회 참여 등 학교에서 이들을 필요로 하는 일이라면 적극 나선다. 또 자택을 도서관처럼 꾸며 아이들이 한글 동화책을 읽을 수 있도록 했다. 2019년과 지난해에는 재일 조선인 30명과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재일 조선인을 섬기는 모든 사역에 현지 교회인 메구미나채플이 협력한다.

고 사모는 “한국교회가 탈북민을 품고 사역하듯 이들에게도 복음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며 중보기도를 요청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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