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민경배 (4) 공산당의 기독교 박해 심해져 목숨 건 북한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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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나의 하루는 냉수마찰과 새벽기도로 시작됐다.
그때의 새벽기도가 이후의 나에게 커다란 축복의 길을 열어준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1948년 4월 야밤중 꼭 필요한 짐만을 한 15리 길 되는 해안가 섶 불에 자전거로 조금씩 두어 주일 나르고, 마침내 26일 자그마한 어선으로 천신만고 끝에 온 가족, 부모님 형님(16세) 나(14세) 누이동생(6세) 동생(4세) 그리고 함께 일하던 소녀 등 7명이 백령도 북단 두무진에 그야말로 구사일생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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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는 학생들이 교회 나가는 길 막고
장로인 아버지는 예비검속 걸려 고문
잡히면 총살인 월남, 하나님이 도우셔
그 시절 나의 하루는 냉수마찰과 새벽기도로 시작됐다. 북한의 겨울은 몹시 추워서 어머니께서 냉수 마찰하라고 떠다 놓은 대야의 물이 새벽바람에 얼어 있을 때가 많았다. 3년을 그렇게 했다. 월남하고서도 서울 그리고 부산까지 가서도 형편 따라 냉수마찰을 했다. 그리고 새벽기도를 했다. 그때의 새벽기도가 이후의 나에게 커다란 축복의 길을 열어준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우리 가족은 기독교 신앙으로 북한에서 심한 고난을 겪었다. 북한에서는 주일마다 학교에서 소년단 행사를 열어 학생들이 교회에 나가는 길을 막고 있었다. 김일성의 ‘20개 조 강령’에는 버젓이 믿음과 배움의 자유가 보장돼 있었다. 그런데 묘하게 주일에 꼭 학교행사를 했다. 아버지는 교회의 유력한 장로로서 심한 북한 공산당의 박해를 받았다. 무슨 절기마다 예비검속으로 경찰서에 갇혀 3~4일간 심한 고문을 받고 나오기가 일쑤였다. 아버지의 몸은 창백해졌고 파리할 정도로 야위어갔다.
우리는 마침내 월남의 결단을 내렸다. 잡히면 현장 총살인 월남은 사생결단의 모험이었다. 1948년 4월 야밤중 꼭 필요한 짐만을 한 15리 길 되는 해안가 섶 불에 자전거로 조금씩 두어 주일 나르고, 마침내 26일 자그마한 어선으로 천신만고 끝에 온 가족, 부모님 형님(16세) 나(14세) 누이동생(6세) 동생(4세) 그리고 함께 일하던 소녀 등 7명이 백령도 북단 두무진에 그야말로 구사일생 도착했다. 우리 가족은 작은 배의 밑바닥을 뜯고 누웠다. 그 위에 널빤지를 덮었는데 선창 밑 공간은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답답했다. 다들 그 좁은 곳에 숨어 만 하루를 보냈다. 몽금포 앞바다를 지나 38선을 넘어 월남에 성공할 수 있었다. 아, 하나님 감사합니다.
백령도에서 한 주일 정도 지나 옹진에 배를 타고 가서 한 2~3주 정도를 보내고 인천에 도착했다. 그리고 곧 서울 을지로 3가 뒷길에 자그마한 적산 집 한 칸에 전세를 얻어 정착할 수 있었다. 여기서 나는 우리 부모님의 결단과 그분들의 용기에 끝없는 찬사와 감탄을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삼팔따라지들은 대개 해안가 김포나 인천 그리고 전라도 해안가에 가서 정착하기가 쉬웠다.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부모님은 서울에 그것도 한복판인 을지로 3가에 진출한 것이다. 대단한 용기와 모험이었다. 그러다가 을지로 2가 방앗간 옆 작은 방에 이사하고 청파동 언덕 꼭대기 적산 집 2층에 전세 얻어 살다가 1년 후 문배동의 2층 적산 집으로 이사할 수 있었다. 참 묘하게 그렇게 개발과 발전을 했는데도 지나가다 보면 문배동 가옥은 아직 그대로 있다.
을지로 2가에 살면서 나는 중앙중학교 3학년에 용케 편입할 수 있었다. 당시 중앙중학교의 같은 반에는 김교신의 아들 김정손, 김성수의 아들 김상석, 변영태의 아들 변혜수, 조만식의 외손자 정동원, 송진우의 조카 송선우, 평양 산정현교회 방계성 장로의 사위 오재길의 동생 오재식 등이 있었다. 광산왕 최창학의 아들도 있었는데 머리통이 잘생겨서 ‘까꾸’란 별명이 붙어 있었다. 요란한 클래스였다. 우리는 서로에게 큰 자극을 주며 학창시절을 보냈다.
정리=손동준 기자 sd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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