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준비청년 멘토링, 동정·충고 금물… 경청할 때 친해져요”

김승연 2024. 6. 6. 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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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준비청년에 희망 디딤돌을]
‘꿀팁’ 안고 돌아온
디딤돌가족 2기 멘토교육
국민일보와 삼성이 공동 기획한 ‘희망디딤돌 캠페인’의 ‘디딤돌가족’ 2기 멘토들이 1일 서울 강남구 섬유센터에서 진행된 멘토 코칭 교육 워크숍에서 멘토 핸드북을 들어보이고 있다. 이날 교육에서 멘토들은 자립준비청년들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조언을 들었다. 윤웅 기자


지난 1일 오후 1시 서울 강남구 섬유센터 교육실. 텅 비었던 책상이 하나둘 채워지기 시작했다. 3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 사람들이 책상에 앉아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멘토링 책자를 보고 있었다. 국민일보와 삼성이 공동기획한 ‘희망디딤돌캠페인’의 ‘디딤돌가족’ 2기 멘토들이었다.

멘토들은 자립준비청년과 함께하는 디딤돌가족 멘토 코칭 교육 워크숍 참석을 위해 이곳을 찾았다. 디딤돌가족 프로젝트는 만 34세 미만 자립준비청년에게 삼성 임직원, 교회 성도, 일반인 멘토를 연결해 정서적 지원을 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1기 60명으로 시작된 멘토단은 올해 80명으로 늘었다. 이미 한 번 참여했던 멘토 절반이 재신청할 정도로 만족도가 높다.

1년 새 멘토단 규모만 달라진 게 아니라 멘토에 대한 전문 코칭 시스템도 보강됐다. 한국코치협회 소속 멘토들이 다른 멘토의 ‘슈퍼바이저’를 맡게 된다. 코칭 전문가인 이들이 멘토와 자립준비청년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할 계획이다.

이날 멘토 코칭 수업은 자립준비청년에게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교육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자립준비청년은 아동양육시설이나 그룹홈(1명의 관리인과 아이들 4∼5명을 모아 살도록 한 서울시 복지제도)을 나와 자립을 준비한다.

이들에게 함부로 성장배경을 묻는 것은 피해야 한다. ‘혼자니까 열심히 살아야지’ 같은 당위적인 말도 금물이다. 나이가 어리다고 반말로 소통하는 것도 역효과를 낼 수 있다. 멘토링 안내 책자 제작에 참여한 이현정 코치는 “멘티의 의견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자세가 제일 중요하다”며 “신뢰감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멘티와의 라포(상호 신뢰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멘토들이 자립준비청년과 가까워지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다양한 ‘꿀팁’도 전수됐다. 이 코치는 “요즘 청년들은 전화보단 문자가 편하다”며 “첫 만남이나 사전 연락은 문자로 하는 걸 추천한다”고 말했다. 전화로 통화하는 것보다 카카오톡 같은 모바일 메신저나 문자 소통을 편하게 여기는 세대적 특성을 고려하라는 조언이다.

이 코치는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디서 에너지를 충전하는지’ ‘왜 멘토링을 지원했는지’ 등 첫 만남에서 멘티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질문도 소개했다. 멘티에게 멘토 자신의 강점부터 소개하라는 조언도 있었다. 멘토들은 2회 이상 멘토링을 한 뒤 오는 29일 그룹수퍼비전을 통해 구체적인 피드백을 받게 된다.

다만 이론과 실전은 다르다. 한 차례 멘토링을 경험한 선배 멘토들은 실제 멘토링은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디딤돌 멘토로 활동한 이종문 삼성전자 DX부문 인재개발원 프로는 “멘토링 날짜를 잡는 데 오래 걸리고, 만나기로 한 날에 멘티가 잠수를 타버리는 등 멘토링이 잘 안되는 날도 많았다”고 했다. 그는 “그럴 땐 자신을 탓하며 스스로에게 화살을 돌리지 말고 청년들의 속도에 맞춰 가 달라”며 “천천히 가는 걸 원하면 그에 맞춰 조금 더 기다려 달라”고 조언했다.

지난해 자립준비청년과 발맞추며 함께 활동한 디딤돌 멘토의 존재는 청년들을 한층 성장시켰다. 지난해 멘티였던 자립준비청년 김남중(29)씨는 자신의 멘토를 두고 ‘나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따스한 삼촌’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현재 광주에서 자립준비청년 관련 단체를 운영하고 있다.

김씨는 “이런저런 고민이 많아 삶과 일의 밸런스가 무너졌던 때가 있다”며 “그때 멘토가 삶의 밸런스를 점검해보는 시간을 갖자고 해줬다”고 말했다. 이어 “행복한 시간이었고 이 시간을 통해 고민 해결의 동력도 얻게 됐다”며 “멘토는 제가 성장할 수 있는 마중물 역할을 해줬다”고 덧붙였다.

멘토들은 서로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 경청이라는 데 공감했다. 이날 조별 활동에서는 멘토들이 멘토로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해 적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해야 할 것’ 목록에서 가장 많이 발견된 키워드는 단연 ‘경청’이었다. 하지 말아야 할 것들로는 ‘동정’ ‘충고’ ‘조언’ 등이 주로 꼽혔다. 2기 멘토로 새로 뽑힌 박현미 삼성전자 DX부문 MX사업부 프로는 “제가 많은 걸 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멘티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많이 들어주고, 응원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교육을 마친 멘토들 표정은 한층 편안해 보였다. 다들 멘티의 성장을 끌어내는 데 한발 가까워졌다는 희망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멘토들은 다음주 멘티 매칭이 마무리되는 대로 본격적인 멘토링을 시작한다.

부산 수영로교회에 다니는 강지수 멘토는 “워크숍을 오프라인으로 참석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해서 부산에서 아침 비행기를 타고 왔다”며 “멘티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는 배운 것들을 토대로 멘티의 성장을 돕고 싶다. 관계도 돈독해져서 ‘평생 이모’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병언 삼성전자 DS부문 설비기술연구소 프로는 아이 셋을 키운 아버지로서, 멘토링을 통해 자신도 배우고 멘티도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 올해 처음 멘토에 도전했다. ‘어떤 멘토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그는 “멘토링이 끝나더라도 그 친구가 힘들고 외로울 때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답했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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