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미국 시위와 한국 축제

김상기 2024. 6. 6.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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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SNS를 강타한 영상을 보고 있다.

지난달 23일 미국 하버드대에서 열린 졸업식의 연사로 나선 여학생을 담은 것인데 인터넷에 오른 지 보름 만에 수백만건의 조회 수를 기록하는 등 화제를 모았다.

네티즌들은 연설 영상의 댓글을 통해 "인권과 자유, 평화를 위해 큰 용기를 낸 젊은 여대생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학생 돈으로 유명 가수를 불렀으니 지역 주민 등 외부인은 들어올 수 없다고 막은 곳도 수두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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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SNS를 강타한 영상을 보고 있다. 지난달 23일 미국 하버드대에서 열린 졸업식의 연사로 나선 여학생을 담은 것인데 인터넷에 오른 지 보름 만에 수백만건의 조회 수를 기록하는 등 화제를 모았다. 주인공은 스물두 살의 슈루티 쿠마르. 인도 이민 가정의 장녀인 그는 세 명의 졸업식 연설자 중 한 명으로 선택되는 영예를 얻고 몇 달에 걸쳐 학교와 공동으로 연설문을 준비해놓고도 끝내 그 연설문을 펼치지 않았다. 대신 반이스라엘 시위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함께 졸업하지 못하게 된 동료 학생들을 지지하는 연설문을 졸업식 전날 밤 작성해 이를 읽었다.

단상에 선 쿠마르는 품에 감췄던 메모를 꺼내고는 “이번 학기에 언론의 자유와 연대에서 우러나온 표현이 처벌 대상이 됐고 이로 인해 열세 명의 동료가 오늘 졸업하지 못하게 됐다”면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조치에 매우 실망스럽다”고 주장했다. 이어 “1500명 이상의 학생이 탄원서를 냈고, 500명에 가까운 교수와 직원 등이 동조했는데도 학교는 이를 외면했다”면서 “하버드, 우리의 외침이 들립니까(Harvard, do you hear us)?”라고 여러 차례 외쳤다. 그가 가슴 벅찬 얼굴로 연설을 하는 동안 학생들의 우레와 같은 기립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이 장면은 쿠마르 뒤에 앉아 있던 학교 측 높으신 분들의 묘하게 일그러지고 당혹해하는 표정과 절묘하게 대비됐다. 네티즌들은 연설 영상의 댓글을 통해 “인권과 자유, 평화를 위해 큰 용기를 낸 젊은 여대생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쿠마르의 영상은 자유와 평화를 해치는 그 어떤 불온한 세력과도 당당히 맞서 연대해 저항하겠다는 미국 젊은이들의 공감 능력과 실천의식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공격과 이스라엘의 보복이 시작된 이후 미국 대학교에서는 전쟁에 반대하는 집회와 단식이 잇따랐다. 특히 지난 4월 컬럼비아대 학생들이 뉴욕 캠퍼스에 텐트를 치며 시작된 반전시위의 불꽃은 조지워싱턴대, 브라운대, 예일대, 하버드대, 에머슨대, 뉴욕대, 워싱턴대, 미시간대, 시카고대, 버지니아공대 등 미 전역의 대학교로 퍼졌다.

미국 대학생들이 반전시위 끝에 경찰에 연행되고 징계를 받을 때 우리 대학가에서는 축제가 한창이었다. 그런데 내 눈에는 우리 대학 축제는 과시용이며 연예인 초빙 이벤트에 가까워 보인다. 유명 아이돌 가수를 섭외하는 데 수억원씩 들였노라 자랑하는 대학들이 쏟아졌고, ‘우리 학교가 이렇게 잘나가는 연예인을 부를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게 자랑스럽다’며 누가 더 화려한 라인업을 갖췄느냐를 놓고 입씨름하는 학생들까지 생겨났다. 서울의 한 사립대에서는 축제 때 오는 가수들을 더 가까이 보겠다며 이틀 전부터 생긴 줄이 꼬리에 꼬리를 물 듯 캠퍼스를 휘감은 진풍경이 펼쳐졌다. 학생 돈으로 유명 가수를 불렀으니 지역 주민 등 외부인은 들어올 수 없다고 막은 곳도 수두룩했다. 조선대는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추모하는 취지로 ‘5월 축제’를 열지 않는다는 광주의 금기를 깨 논란이 일었다. 마침 축제일이 44년 전 계엄군이 전남도청을 진압한 날이었다. 급기야 오월어머니집과 5·18유족회 등이 조선대를 항의 방문해 유감을 표시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때론 ‘비논리적이고 비이성적인 같은 편 들기’라는 비판을 받지만, 공감은 인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 증폭제다. 내가 ‘아재’에다 ‘꼰대’여서일까. 지구촌 한구석에서 벌어지는 참사에 공감해 용감하게 일어선 미국 대학생들의 소식에 좀 더 화끈하게 나 홀로 즐기는 데에 몰두하는 우리 청년들의 소식이 오버랩되니 가슴 한편이 헛헛하다.

김상기 콘텐츠퍼블리싱부장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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