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 탄소중립 기술은 기술패권 시대의 돌파구
뒤처지면 산업도,무역도 없다
탈탄소 공정, 무탄소 전력
제로에너지 건물 등 탄소중립
기술 없으면 향후 성장 못 해
정책 일관성, 科技 인재 확보
産-學-硏 연결망 강화 필수
나는 대학 때 펀치 카드로 프로그램을 짰고 지금은 인공지능(AI) 챗GPT를 사용한다. 엊그제까지 화석연료 에너지 사용은 경제 성장과 부의 척도였는데 지금은 기후위기의 주범이다. 우리는 기후위기의 위험과 과학기술의 가능성이 공존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2%에도 못 미치는 한국이 탄소중립(탄소를 배출하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 실질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일)을 한다고 기후위기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탄소중립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2022년 말까지 전 세계 133개 국가가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탄소중립에 뒤처지면 산업도 무역도 없다.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도록 하는 RE100과 탄소배출량에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그것이다. 온실가스는 산업, 발전, 건물, 수송 등 사회 전 분야에서 발생한다. 탈탄소화된 산업공정, 무탄소 전력기술, 제로에너지 건물기술, 친환경 자동차기술 등과 같은 탄소중립 기술이 확보되지 않으면 탄소중립은 헛된 꿈이다.
탄소중립 전환이라는 밀려오는 위기를 잘 대처하면 성장동력 산업도, 제조업 구조 전환도 가능할 것이다. 여기에 녹색-디지털 두 전환을 이끌 산업정책과 이를 뒷받침할 탄소중립 과학기술 중요성이 존재한다. 하물며 기술패권 시대에 핵심 기술도입은 말할 나위도 없다. 어떻게 하면 탄소중립 기술 개발을 통해 다시 한국의 성장동력을 재가동할 수 있을까.
2020년 10월 대한민국은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탄소중립 10대 핵심기술,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술혁신 전략, 한국형 탄소중립 100대 핵심기술과 기술혁신 전략 로드맵 등이 잇달아 발표됐다. 정부가 탄소중립 전환 과정의 기술 개발 중요성을 인식하였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그렇지만 기술 간 위계나 가중치가 고려되지 않았거나 전략의 구조화가 부족하다. 백과사전식이고 나눠 먹기식이라는 지적도 있다.
첫째, 과학기술 개발 정책의 영역에 있는 탄소중립 기술개발은 긴 호흡으로 꾸준하게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만큼 정책과 예산의 지속성과 일관성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차전지나 위성기술 개발의 성공적인 정책은 오래전의 정책이 씨앗이 되고, 이를 잘 일군 노력이 더해진 합작품이다. 즉흥적인 정책은 금물이고 전시성 정책도 안 된다. 우리가 맥락이 있는 탄소중립 기본계획과 로드맵을 중시하는 이유다.
둘째, 과학기술 핵심 인재 양성에 진심이어야 한다. 과학기술 개발에는 인재가 필요하고 돈이 많이 든다. 우수한 인재들이라서 과학기술보다 보상이 많은 분야로 가고 싶은 유혹이 상존한다. 자부심과 자존심이 이들을 붙들어 매고 있다. 국내에 우수한 과학기술 인재 풀은 크지 않다. 주로 대학과 출연 연구소, 기업에 있다. 기초연구는 넓고 자유롭게, 실증연구는 신중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각각의 역할이 다르고 구성원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프로그램 디자인이 매우 중요하다. 적절한 평가와 보상 시스템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또한, 대학은 핵심 인재양성은 물론 원천기술 연구의 산실이다. 이제는 개별 교수의 참여를 넘어 대학의 리더십을 활용해야 한다. 탄소중립 분야의 긴 호흡을 갖는 기술 개발을 위한 대학의 블럭 펀드도 생각해 볼 때다. 전략적인 국제협력도 더해야 한다. 1분 1초를 다투는 핵심 기술 개발은 홀로 하는 게 아니다. 국제적인 안목과 네트워크를 가지고 우수 인재를 활용하고 또 양성해야 한다.
셋째, 탄소중립 기술의 성공사례를 축적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 연구소, 대학, 정부를 잇는 통합과 신뢰의 리더십이 구축돼야 한다. 산업부, 과기부, 환경부 등에 흩어져 있는 탄소중립 부처 간의 소통과 협력이 필요하고 민간 부문의 적극적인 참여도 끌어내야 한다. 탄소중립 기술은 당장 돈이 되는 기술이 아니다. 따라서 개별 기업의 선의에만 기대서는 기술 개발과 확산이 이뤄지지 않는다.
우수한 기술이 있다고 관련 산업이 성장하는 것도 아니다. 기업으로서는 계획 발표에만 적극적인 정부 정책을 신뢰하기는 어렵다. 기업이 마음 놓고 중장기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때로는 새로운 기후 테크 기업의 탄생을 장려하는 등 민간에서 스스로 혁신을 일으키도록 신뢰를 심어줄 필요가 있다.
윤제용(서울대 교수·화학생물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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