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영의 과학 산책] 에우독소스, 열정의 꽃

2024. 6. 6.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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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영 고등과학원 HCMC 석학교수

원의 둘레의 길이는 지름에 비례한다. 그 비례상수를 원주율이라고 한다. 그런데 문득 의심이 든다. 이것이 모든 원에 대해 일정하다고? 이 의심을 해소해준 인물, ‘그’는 누구일까? 그가 학교에 입학하자 그곳 학생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그의 고향은 시골이었다. 이 명문 학교는 대도시에 있었고 학교 근처에 방을 구하려면 많은 돈이 들었다. 집안이 가난했던 그는 학교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방을 구해 매일 걸어서 학교를 왕복했다. 결국 그는 몇 달을 버티지 못하고 학교를 그만두고 말았다. 이는 기원전 4세기에 살았던 수학자 에우독소스(Eudoxus)의 이야기다. 도시는 아테네였고 학교는 그 유명한 플라톤의 아카데미아였다. 에우독소스의 아버지는 소아시아 연안의 크니도스를 지배하던 스파르타 정부의 유력인사였으나 아테네가 크니도스를 점령하면서 그의 집안이 몰락하고 말았다. 그러니 에우독소스의 아테네 생활이 눈총과 가난으로 몹시 힘겨웠을 터, 하지만 에우독소스는 포기하지 않고 이번에는 이집트로 향했다. 그 후 소아시아 연안 등 이곳저곳에서 공부하며 몇 해를 보낸 후 다시 아테네로 돌아왔다. 절치부심, 돌아올 때는 유명한 학자가 되어 있었다. 많은 제자까지 동행했다. 이번에는 달랐다. 에우독소스는 아카데미아 교장까지 맡았다.

김지윤 기자

기원전 시대에 에우독소스가 피운 꽃은 유난히 영롱하다. 그가 만든 비례론은 당시까지 결함이 있던 피타고라스 비례론을 완벽하게 구원했다. 또 다른 업적인 실진법(悉盡法)은 현대 과학의 밑거름이 된 적분법을 탄생시켰다. 원주율에 대한 의심을 해소한 것도 바로 실진법 덕분. 모두가 역사적 발걸음이었다. 젊은 시절 고난과 시련을 딛고 그가 이처럼 위대한 학자가 된 데는 오로지 학문에 대한 열정 때문이었으리라. 그게 어찌 학문뿐일까. 셰익스피어도 아인슈타인도 한결같이 얘기했다. 우리의 인생은 열정이라고. 또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의 “운명을 사랑하라”는 외침은 어떤가. 아모르 파티!

이우영 고등과학원 HCMC 석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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