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필향만리’] 君子坦蕩蕩 小人長戚戚(군자탄탕탕 소인장척척)
2024. 6. 6. 00:12
군자는 자연의 순리를 따르기 때문에 불안하지 않고 늘 평탄하여 안정되고 너그럽다. 이에 반해 소인은 번다한 세상일이나 돈에 얽매여, 끌려다니며 일하는 노예나 돈을 지키는 수전노처럼 살기 때문에 늘 불안하고 걱정이 많다. 많이 갖고서도 항상 부족하고, 별일도 안 하면서 쫓기듯이 살기 때문에 매일같이 징징댈 수밖에 없다.
마음의 여유를 갖겠다며 떠난 여행에서도 군자는 가능한 한 유유자적, 자연에 몸을 맡김으로써 자연의 청량함과 편안함을 만끽하는데, 소인은 ‘하나라도 더 봐야겠다’는 욕심에 사로잡혀 여행도 쫓기듯이 허덕이며 다닌다.
심지어는 자연 속의 기이한 돌을 떼어오거나 화초를 캐올 욕심에 눈을 희번덕이기도 한다. 백두산도 한강도 내 것이고, 몽블랑도 센 강도 다 내 것인데 뭘 그리 허덕이며 다 봐야 하고 돌멩이 하나라도 캐 와야 하는지….
‘와유오악(臥遊五嶽)!’ 누울 와, 놀 유, 다섯 오, 큰 산 악. 집안에 누워서도 오악(五嶽)에 노닐 수 있는 평탄함과 여유를 갖자. 희번덕이고 징징대며 떠밀리고 쫓기는 삶이 공자가 말한 소인의 ‘장척척(長戚戚)’이고, 마음으로 오악을 굽어보는 평화와 여유가 곧 군자의 ‘탄탕탕(坦蕩蕩)’이다. 등기부 없는 온 우주가 실은 다 내 것임을 알자.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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