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지킨 영웅견 잠든 ‘동물 현충원’

김준희 2024. 6. 6.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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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장병들이 군 수색견으로 12년간 일하고 동물 현충원에 묻힌 ‘달관(셰퍼드)’을 향해 거수 경례하고 있다. [사진 임실군]

의견(義犬)의 고장인 전북 임실엔 국가에 헌신한 경찰견·군견 등을 안장하는 ‘동물 현충원’이 있다. 국내 유일한 공공 반려동물 장례식장인 ‘오수 펫 추모공원’이 그곳이다. 이곳 잔디장(葬) 터(1333㎡) 중 645㎡에 조성됐다. 임실군은 2018~2020년 국비 등 50억원을 들여 오수면 1만354㎡ 부지에 화장·봉안 시설과 자연장(수목장·잔디장) 장지 등을 갖춘 펫 추모공원을 만든 뒤 민간 업체(㈜동물사랑)에 운영을 맡겼다.

5일 임실군에 따르면 2021년 8월 문을 연 오수 펫 추모공원 내 동물 현충원엔 개 8마리가 안장돼 있다. 2021년 12월 안치된 장애인 도우미견 ‘사랑이(웰시코기)’를 시작으로 가장 최근엔 32사단 소속 군 수색견 ‘달관(셰퍼드)’이 지난 2월 이곳에 묻혔다. 12년간 숱한 인명을 구조한 ‘달관’은 2019년 8월 2일 충북 청주에서 가족과 등산을 갔다 실종된 조은누리(당시 14세)양을 발견해 10일 만에 가족 품으로 돌려보내 ‘국민 군견’으로 불렸다.

경찰견 중에선 지난해 5월 안치된 광주경찰청 소속 ‘렉스(셰퍼드)’가 처음이다. ‘렉스’는 살해·유기 사건 피해자 시신 발견부터 건물 붕괴 사고 실종자 수색까지 평생 구조 현장을 누볐다. 이어 지난해 12월 경찰인재개발원 소속 ‘키캣(래브라도 레트리버)’과 ‘라텔(셰퍼드)’도 동물 현충원에 나란히 잠들었다. 임실군 관계자는 “지역이 의견 고장임을 알리고 증가하는 반려견 장례시설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동물 현충원 등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동물 현충원이 조성된 오수 펫 추모공원 내 자연장 전경. [사진 임실군]

그간 “경찰견은 인명 구조부터 과학 수사까지 다양한 업무를 보조하지만, 장례 절차가 특별히 정해져 있지 않고 장례 비용도 별도 지원이 안 돼 예우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경찰인재개발원은 지난 4월 임실군과 경찰견 장례 절차를 체계화하는 업무 협약을 맺었다. 두 기관은 오수 펫 추모공원에 경찰견 안장 구역을 확보하고 관리·유지에 힘쓰기로 했다.

임실은 의견 오수개로 유명하다. 주인을 구하고 죽은 오수개 이야기는 고려시대 문인 최자가 1254년에 쓴 『보한집』에 나온다. 973년 김개인이란 사람이 집에서 키우던 개와 외출해 술을 먹고 돌아가다가 숲에서 잠들었다. 갑자기 들불이 번져 주인이 위태로워지자 개가 근처 냇가를 수백 번 왕복하며 몸에 적신 물로 불길을 막았다. 잠에서 깬 김개인이 이 사실을 알고 몹시 슬퍼하며 죽은 개를 땅에 묻고 갖고 있던 지팡이를 꽂았다. 이 지팡이가 나중에 커다란 나무가 됐다. 개 오(獒)와 나무 수(樹)를 합한 지명 ‘오수’가 여기서 유래했다고 한다.

1996년 문을 연 민간 단체인 오수개연구소는 1000여 년 전 실존했던 고려개를 근간으로 2008년 오수개를 복원했다. 오수개 연구 추진위원회를 주축으로 3차례에 걸쳐 복원·육종 사업을 추진한 끝에 ‘다롱이(암컷)’를 오수개 기본형으로 제정·선포했다.

오수개연구소는 현재 오수개 약 70마리(민간 위탁 포함)를 기르고 있다. 오수개 눈은 황금빛에 아몬드 형태라고 한다. 귀는 역삼각형이고, 털은 주황색이다. 꼬리는 공작처럼 말려 올라갔다. 이정현 오수개연구소 기획연구팀장은 “오수개는 고려개·더펄개(긴 털이 더부룩하게 난 개) 등으로 불린 품종이 한반도에 내려온 뒤 10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국 기후·풍토에 맞게 토착화했다”고 말했다.

임실=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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