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 출신' 이언주 "유전 가능성뿐인데 왜 대통령 나서냐"

임성빈 2024. 6. 5.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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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막대한 석유와 가스 매장 가능성이 있다며 브리핑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정유회사 에쓰오일 상무 출신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포항 영일만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 발표에 대해 “아직 가능성뿐인데 왜 그걸 대통령이 나서냐”라고 지적했다.

5일 이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산유국, 부국의 꿈조차도 국민적 신뢰가 있는 대통령이나 할 수 있는 일”이라며 “윤 대통령은 이미 자신이 그런 일을 수행할 국정 동력이나 신뢰를 상실한 처지임을 자각하고 자신을 둘러싼 의혹의 진실부터 밝히고 그에 따른 책임부터 지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시대착오적인, 때아닌 산유국 해프닝에 국민들은 바보 취급당하는 듯해 화가 난다”고 윤 대통령의 발표를 평가절하했다.

이 의원은 우선 “우리는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던 입장에서 오일쇼크에 몇 번이나 경제가 휘청거리며 산유국의 꿈을 꿨지만, 최고의 기술력으로 석유제품·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해서 전 세계로수십조원어치를 수출하는 우리가 여느 산유국보다 낫다는 것을 안다”며 “지금도 반도체 다음 수출 2위 품목이 석유제품”이라고 언급했다.

이 의원은 “이제는 디지털 전환으로 반도체가 산업의 쌀이 됐고, 세계는 반도체 패권전쟁 중”이라며 “이 와중에 대만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고, 일본은 틈을 놓치지 않고 새로운 생산·데이터 기지로 포지셔닝하면서 뒤처졌던 것을 만회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이 가야 할 길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국면 전환용인지 모르겠지만 시대착오적 산유국 코미디나 벌이는 수준 낮은 이가 이 나라의 대통령이라니 부끄럽기 짝이 없다”고 직격했다.

이어 “아직 가능성뿐인데 왜 그걸 대통령이 나서서 난리 치고 국가가 국민 혈세로 시추까지 하는가”라고 물었다.

이 의원은 “만에 하나 석유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이 시대 대한민국 정부가 국민 혈세를 투입해 국정 에너지를 낭비할 일은 결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우리에겐 산유국의 꿈보다 에너지 부국·반도체 등 전략산업 부국·AI 부국·데이터 부국·문화 부국 등 더 현실적인 꿈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또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산유국 타령하고 앉아 있나”라며 “포항 앞바다가 갑자기 미탐사 남극해라도 된단 말인가”라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변호사로 2008년부터 에쓰오일에서 법무 총괄 상무를 지낸 적이 있다.

국내외 정유업계 전문가도 한국의 유전 발견 가능성에 일단 회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 정유업계와 아시아 전역의 원유 트레이더는 한국의 매장량 탐사가 상업생산으로 이어질 성공률은 매우 낮다며, 한국의 유전 탐사 프로젝트에 신중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주요 정유사 3곳의 원료 관리자도 “실제로 실현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한국이 적어도 향후 20년 동안 아시아 최대의 원유 구매국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는 등의 평가를 했다.

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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