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내려가면 투자 기회 온다…항암제·비만 신약 트렌드 지속

문지민 매경이코노미 기자(moon.jimin@mk.co.kr) 2024. 6. 5.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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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눈여겨봐야 할 바이오주

여러 사건·사고로 바이오주를 향한 투자자 신뢰가 바닥을 치고 있다. 그렇다고 바이오주를 마냥 외면할 수 없는 노릇이다. 바이오만큼 성장 잠재력이 큰 업종이 우리나라에 몇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바이오주가 각종 이슈와 고금리로 투자자 관심에서 멀어져 있지만, 향후 금리가 내려가는 시점에는 다시 주목받을 것으로 내다본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관심이 쏠리는 항암·비만 치료제 등 분야에서 긍정적인 임상 결과가 속속 발표된다면, K바이오가 다시 투자자 선택을 받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CDMO·바이오시밀러 ‘굳건’

삼바·에스티팜·셀트리온

바이오 산업은 크게 위탁개발생산(CDMO), 바이오시밀러, 신약 개발로 분류할 수 있다. 그중 CDMO와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 국내 기업이 강점을 보인다. 주식 시장에서도 해당 분야 기업들이 시가총액 상위권을 차지한다. CDMO 기업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대표적이다. 5월 29일 종가 기준 삼성바이오로직스 시가총액은 약 52조원이다. 코스피 5위에 해당한다. 바이오시밀러 분야 셀트리온 역시 시가총액 39조원으로 코스피 8위다.

그만큼 국내 CDMO와 바이오시밀러 기업 경쟁력이 높다는 것이 증권가 분석이다. 먼저 CDMO 분야에서는 대장주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에스티팜이 전문가 추천을 받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큰 규모의 생산능력을 지닌 기업이라는 점에서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에스티팜은 향후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투자 가치가 높다. 에스티팜 매출을 끌어올리고 있는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올리고핵산) 생산 물량 확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올리고핵산을 공급받는 제론 등 주요 고객사가 이를 활용한 임상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상업화에 진전이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미중 갈등으로 인한 수혜도 예상된다. 미국 의회는 최근 중국 바이오 기업을 제재하기 위해 생물보안법을 발의했다. 미국 정부가 중국 바이오 기업과 거래를 제한할 수 있는 내용으로, 법안이 통과될 경우 기존 중국 업체 수주 물량을 한국과 일본 업체들이 흡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서근희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생물보안법은 현재 초당적 지지를 받고 있어 연내 대통령 서명까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법안이 제정되면 국내 CDMO 업체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에스티팜 등이 수혜를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도 대장주 셀트리온이 전문가 추천을 받았다. 셀트리온은 유럽과 일본은 물론,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 진출해 암젠이나 화이자 등 대형사와 경쟁한다는 점이 부각된다.

엄민용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셀트리온은 얀센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레미케이드’를 전 세계 최초로 피하주사 제형으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며 “최근 라니와 스텔라라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를 경구용 바이오시밀러로 임상에 성공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항암·비만·CNS 신약 유망

리가켐·한미약품·동아에스티

신약 개발 분야는 국내 업체 성장 속도가 비교적 더디다. 신약 개발은 장기간 투자가 필요한데, 한국은 다른 선진국 대비 기초 생명과학과 신약 연구·개발(R&D)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시기가 상대적으로 늦어서다.

다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국내 기업들이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도 충분하다는 진단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가파른 성장이 전망되는 분야로 항암·비만·중추신경계(CNS) 치료제 시장을 꼽는다. 그중 항암제 분야 연구가 국내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항암제는 단기간에 환자를 대상으로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개발 초기에도 글로벌 제약사와 협업이 용이한 편이다. 또, 항체·약물접합체(ADC)나 방사선 의약품 등 다양한 기술 개발이 동반돼야 한다는 점에서 국내 업체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기 유리하다는 평가다.

항암제 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업체로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옛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가 거론된다. 리가켐바이오는 글로벌 ADC 기업 중 제품 개발군을 가장 많이 보유한 업체 중 하나로 꼽힌다. ADC 치료제는 항암 치료에서 표준요법으로 입지를 강화하고 있어, 향후 시장 확대가 예상된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ADC 시장이 성장할수록 리가켐바이오가 수혜를 볼 것”이라며 “제품 개발군과 전임상·임상 진행 상황을 고려하면 매년 기업가치 상승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비만 치료제 분야에서는 한미약품과 동아에스티를 주목해볼 만하다. 비만 치료제 시장은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와 일라이릴리 젭바운드가 등장하며 급속도로 성장 중인 분야다. 국내 기업 중 일찌감치 비만 치료제 시장에 뛰어든 한미약품은 6월 열리는 미국당뇨병학회(ADA)에서 차세대 비만 치료 삼중 작용제(HM15275) 비임상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동아에스티 역시 자회사 뉴로보파마슈티컬스를 통해 미국에서 비만 치료제 ‘DA-1726’의 글로벌 1상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중 1상 결과를 발표할 전망이다.

펩트론도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주목받는 업체다. 기존 비만 치료제는 매일 또는 주 1회 투약하는 방식이지만, 펩트론은 1개월 이상 지속형 제품을 개발 중이다. 최근 글로벌 업체들과 물질이전계약(MTA)을 맺으며 기술 이전에 대한 기대감도 키우고 있다. 엄민용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1개월 지속형 제제에 대한 펩트론의 기술 이전 여부가 끊임없이 논의되고 있다”며 “만약 펩트론이 개발에 성공해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할 경우 우리나라는 명실상부 약물 전달 플랫폼 강국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CNS 분야에서도 임상 결과 발표를 앞둔 기업 위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조언이다. 아직까지 국내 업체들이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지만, 올해와 내년 줄줄이 발표가 예정된 임상 결과에 따라 성장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당장 6월에 에스바이오메딕스가 파킨슨 치료제 1상 중간 결과를 공개하며, 내년 추가 데이터를 발표할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에이비엘바이오가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에 기술 수출한 파킨슨병 치료제 후보물질 ‘ABL301’ 1상 결과가 발표된다. 내년 4분기에는 젬백스의 알츠하이머 치료제 후보물질 ‘GV1001’ 글로벌 2상 발표도 예정된 상황이다.

결국 바이오 투자자들은 시장 규모부터 경쟁 현황, 임상 데이터에 관해 지속적으로 관찰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 중론이다. 김혜민 KB증권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는 시장성이 명확하고 해당 시장에서 유의미한 점유율을 가져올 만한 후보물질을 보유한 기업을 선별하는 작업을 우선해야 한다”며 “지속적으로 개별 기업 임상 현황을 추적해 핵심 데이터를 꾸준히 살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이 단순히 긍정적인 스토리를 내놓는 데 그치지 않고 수치를 보여줄 때 접근해도 늦지 않다”고 덧붙였다.

또, 미래 가치로 주가를 평가받는 바이오 업종 특성상 미국 금리 동향을 늘 예의 주시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서근희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시점이 명확해지는 시점에 바이오 기업 매수를 추천한다”며 “유럽중앙은행(ECB)의 6월 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어, 올 하반기로 갈수록 바이오 업종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지난 3년간 일부 바이오 기업 재무건전성이 악화돼 코스닥 상장 유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했다”며 “기업의 현금성 자산 규모와 연간 발생하는 비용 등을 파악해 단기간 자금 조달 가능 여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2호 (2024.06.05~2024.06.1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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