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수뇌부 겨냥했다…미 7년 만에 정밀유도폭탄 투하 훈련
한·미가 정찰위성 발사, 오물 풍선 살포 등 ‘복합 도발’을 일삼고 있는 북한을 향해 전략폭격기의 정밀유도폭탄을 떨어뜨리며 공개 경고에 나섰다. 대규모 폭격이 가능한 미 전략폭격기의 이 같은 실제 타격 훈련은 7년 만의 일로 ‘경거망동하지 마라’는 대북 메시지를 더욱 뚜렷이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방부는 5일 미 B-1B 전략폭격기가 출격한 가운데 한반도 인근에서 한·미 연합 공중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한국 공군의 F-35A·F-15K·KF-16 전투기와 미 F-35B·F-16 전투기 등도 이번 훈련에 함께 했다고 군 당국은 설명했다.
미 전략폭격기의 한반도 인근 훈련은 올해로 두 번째다. 앞서 지난 4월 미 전략폭격기 B-52H는 제주 동남방에서 한·일 전투기와 훈련을 펼쳤다. B-1B의 경우 지난해 12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도발에 대응해 제주 동방에서 한·미·일 공중훈련을 실시한 적이 있다.
B-2, B-52와 함께 미국의 3대 전략폭격기로 꼽히는 B-1B는 핵무기 공격 능력은 없지만 다른 전략폭격기의 약 2배에 해당하는 최대 57t의 무장량을 갖추고 있다. 괌에 전진 배치될 경우 2시간 안에 한반도로 와 북한에 저공으로 침투한 뒤 재래식 정밀타격무기로 대규모 폭격이 가능하다. 미국은 B-1B 2대를 지난달 23일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 전진배치하면서 한반도 훈련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번 훈련에서 눈에 띄는 건 B-1B의 합동직격탄(JDAM) 투하다. 국방부는 “B-1B가 한반도 인근 훈련에서 JDAM을 실제 떨어뜨린 건 지난 2017년 이후 약 7년 만”이라며 “우리 공군의 F-15K 호위를 받으면서 종심표적에 대한 정밀타격능력을 선보였다”고 설명했다. JDAM은 정밀유도폭탄 중 하나로 위치정보시스템(GPS) 신호를 받아 높은 정확도로 표적지역을 때릴 수 있다. 이밖에 공군의 F-15K도 실사격을 진행했다.
해당 훈련은 한·미가 그만큼 상황을 엄중히 보고 있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북한은 지난달 27일 실패로 끝난 군사정찰위성 발사 이후 같은 달 30일에는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인 초대형 방사포 KN-25 18발을 쏘면서 무력시위를 이어갔다. 지난달 28∼29일과 이번 달 2~3일에는 오물 풍선 약 1000개를 보내면서 GPS 교란 공격을 감행하는 초유의 ‘복합 도발’도 벌였다.
한국의 대응 카드는 9·19 군사합의 전체 효력 중지를 통한 군사적 선택지 확대였다. 요컨대 이번 B-1B 출격은 “섣부른 행동이 이어지면 다양한 수단으로 언제든 북한 수뇌부가 있는 핵심 지역을 정확히 겨냥하겠다”는 한·미의 공개 경고인 셈이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또 통합방위 유관기관 회의를 열고 북한 도발에 따른 국민 피해 예방 방안을 논의했다. 국방부·국정원·과기부·국토부·해수부·경찰청·해경청·소방청·서울시 등 관계자 40여명이 참석한 이날 회의에선 실시간 상황전파체계, 상황별 대응 방안 등이 논의됐다고 합참은 설명했다.
이근평·이유정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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