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 역사관이 9년째 일제강제동원 유물 찾는 이유

김보성 2024. 6. 5.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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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를 침략한 일본제국주의의 흔적을 확인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2015년 문을 연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이 9년째 유물을 공개적으로 사들이는 것은 이런 까닭에서다.

부산시 남구 대연동에 자리잡은 역사관은 박근혜 정부 시기 개원해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운영을 맡아왔다.

역사관은 국립중앙박물관과 연계해 확보한 유물 가운데 상당수를 온라인으로 공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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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 지우려는 일본... "침략의 증거, 땅에 묻고 태우지 마세요"

[김보성 kimbsv1@ohmynews.com]

 부산 남구에 있는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일본의 조선인 강제동원의 숫자 '782만7355명'.
ⓒ 김보성
 
우리나라를 침략한 일본제국주의의 흔적을 확인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보통 피해자 증언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지만, 당시의 상황을 담은 유물은 매우 중요한 사료 중 하나다. 사진이나 책, 문서 등은 그 자체로 유력한 증거가 된다. 2015년 문을 연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이 9년째 유물을 공개적으로 사들이는 것은 이런 까닭에서다.

지난해 12월 역사관 소식지 '포모(FoMo)'에는 한 장의 사진이 관심을 끌었다. 1938년 당시 일본이 '근로봉사'라는 미명하에 어린 학생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모습을 담았다. 강제동원 피해자의 손자가 제공한 유물이다. 역사관은 "조선인 학생들을 수학여행을 구실로 불러 황궁 건설 공사에 투입한 생생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부산시 남구 대연동에 자리잡은 역사관은 박근혜 정부 시기 개원해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운영을 맡아왔다. 일제의 전쟁범죄 역사를 품고 있는 국내 유일의 공간이다. 희생자의 위패를 모신 '기억의 터' 등 추도 공간은 물론 당시 인권유린 실태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각종 자료가 전시돼 있다.

역사관은 지난 4일 공지를 내고 올해도 어김없이 유물을 찾고 있다. 일본은 과거사를 외면하며 이를 지우고 싶어 하지만 결코 지워져선 안 되기 때문이다. 초기 3800여 점에 정도였던 유물은 곧 10년을 앞두고 있는 2024년 4800여 점으로 늘었다. 모두 유물 기증과 구매 등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누리집 게시판에 올린 수집 분야는 생각보다 광범위하다. 대일항쟁기와 해방 전후 시기의 ▲사할린, 동남아시아·중서부태평양 지역 강제동원 ▲일본군'위안부', 조선여자근로정신대 ▲관 알선 직업소개광고 ▲당시 감염병, 철도 등과 관련된 지도·명부·사진·필름·의류·깃발·증명서·전단·신문·수기·재판기록 등이 대상이다. 내달 11일까지 신청받는다.

학예연구사인 김민균 강제동원역사관 전문관은 전시 외에 과거사 연구까지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묻어선 안 된단 문구가 소식지에 실린 적이 있다. 과거사를 기억해야 하고, 그래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단 의미"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구매하려는 유물은 전부) 일제 수탈의 근거가 되는 자료"라고 강조했다.

이렇게 모인 사료는 역사관 누리집과 'e뮤지엄(emuseum.go.kr)'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e뮤지엄'은 전국 박물관 소장품을 검색할 수 있는 곳을 말한다. 역사관은 국립중앙박물관과 연계해 확보한 유물 가운데 상당수를 온라인으로 공개 중이다.

"땅에 묻지 마세요. 태우지 마세요. 이 물건이 우리의 기억이 될 수 있습니다. 잊지 말아주세요. 이야기해주세요" -지난해 1월 소식지 '포모'에 실린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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